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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물류 직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

by 콘텐츠본부

2014년 11월 24일

캡처

글. 김주희 인턴기자(한양대 경제학부 3학년)



의사, 검사, 변호사, 판사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국내에서 대우받는 직업이라는 것과 TV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대중문화 속에서도 멋진 주인공의 직업으로 자주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한마디로 알아주는 직업이다. 또다른 이들 직업의 공통점은 바로‘사’자로 끝난다는 점이다.

물류업에서도‘사’자로 끝나는 직업이 있다. 다들 예상했듯이‘택배기사’이다. 어느 부모님도 자신들의 자식이 의사, 변호사가 되라고는 말해도‘커서 택배 기사가 되어라’고 독려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본 기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같은‘사’자로 끝나지만 너무나도 다른 대우를 받는 이상한 현실에 대해 대중들이 오해하는 진실은 없는지를 살펴 보고 싶어서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왕가네 식구들’을 기억하는가? 극중 첫째 사위(조성하 분)는 잘 나가던 사업이 망하자, 택배기사로 제2의 삶을 꿈꾸지만 가족들이나 주변인들에게 인생막장으로 취급 당한다. 또 영화‘공범’에서 극중 주인공(김갑수 분)은 살인마와 택배기사라는 악마와 성실한 소시민의 이중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이없이 마약 운반책이 돼 억울한 누명으로 타지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 한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마약운반업에 휘말려 감옥에 갇힌 부인(전도연 분)의 남편(고수분) 직업도 택배기사이다.

이렇게 몇 가지 예시만 보아도 택배기사를 가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소시민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하층민 이미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렇다면 해외 영화나 드라마 속에 비춰진 물류 직업의 사례는 어떨까?



톰 행크스가 주인공이었던 영화‘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1년 개봉)’에서 주인공‘척’의 직업은 국제특송회사 페덱스(Fedex)직원이다. 평소 여자 친구와 데이트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그는 출장길에 페덱스 화물기에 탑승했다가 불의의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그는 끈질긴 생존력으로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영위해 나갔고,4년 후에는 섬으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또 지난 2005년에 개봉된 톰 크루즈의 주연 영화 우주전쟁’에서는 극중 주인공 레이의 직업이 항만크레인 기사로 나온다. 물론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보다 감독은 평범한 아버지가 우주인의 습격을 맞아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부성애와 가족애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2013년에 개봉한‘캡틴필립스’에서는 소말리아 해적의 습격에 대적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해외 미디어에서는 물류 직종을 악인의 입장이 아닌, 악에 대적하는 정의로운 혹은 스스로의 고난을 이겨내는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택배기사 등 물류 분야의 직업이 한국 대중문화 속에서 차별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드라마를 사회의‘작은 세상’이라도 부른다. 드라마 속 이야기들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바로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다른 직업들과 달리 드라마에서 물류업은 가난을 대표하는 직업으로 쓰이는 것일까?

택배기사는 의사, 검사, 변호사와 같이 직업을 갖기 위해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되거나 스펙이 필요하지 않다. 건강한 몸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낮은 진입장벽이 택배업을 무시하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택배기사의 낮은 수익성 때문일까? 실제로 택배 수수료는 1990년대 4000원이었다가 현재 평균 800원 대로 떨어졌다. 하루에 택배를 200개 정도 배달을 하면 받는 돈이 16만원 안팎이다. 하루종일 무거운 짐을 가지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하지만 본 기자는 직업차별의 가장 주된 이유가 낮은 진입장벽이나 적은 수입 때문이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계속 내려온‘잘못된 생각’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중국 유교의 영향을 받은 조선시대 선비들은 사농공상에 차별을 두고, 앉아서 글을 읽는 일을 빼고는 다 천한 일이라 생각했다.



상(商)에 해당하는 물류는 사농공상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했다. 조선시대 내내 상공업은 업신여겨 졌다. 뿐만 아니라 고기를 도축하는 도축업자는 궐 밖에서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한마디로‘고상하게 책 읽는 일’을 빼놓고 실생활에 꼭 필요한 직업을 천대하는 분위기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내려져 왔으며,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봤던 한 영상이 생각난다. 평상시 사람들은 거리위의 청소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은 청소부가 거리 청소를 못하게 한다. 첫째날, 청소를 안 하자 사람들은 도로가 조금 지저분해 졌다고 생각을 하지만 아직 청소부의 부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의 쓰레기는 많아지고 사람들의 불만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항의를 하는 내용이었다.

 

 

택배업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발달에 힘입어 택배 물동량은 빠른 속도로 매년 치솟고 있다. 우리는 방안이나 사무실에서 손쉽게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는 택배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바로‘물류인’이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인터넷이 없던 과거처럼 직접 시장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선택의 폭도 좁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직업이 아닐 수가 없다.

 

 

얼마 전에 KBS 다큐3일에서 택배기사의 삶을 다룬 내용을 본적이 있다. 힘든 직업, 어려운 처우가 아닌 택배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살아하는 택배기사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에서 나온‘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노동’이라 는 말처럼 일하는 만큼 가져가는 정직한 생산 활동 중에 하나가 택배, 즉 물류이다. 그들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누군가의 아버지일 수 있으며, 남편이고 자식이다. 함부로 생각하고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전 국민이 보는 TV에서의 이런 직업차별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박혀 고정관념이 될것이다. 사람들의 사상을 지배할 수 있는 언론은 시청자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봐야하며, 택배기사뿐만 아니라 가정부, 샐러리맨 등의 특정 직업에 대한 차별과 오해 또한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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