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편집장
피자나 치킨, 택배를 주문했더니 로봇이 배달을 오는 상황, 상상해 보셨습니까? 실제로 무인항공기, 드론을 이용한 로봇 배달이 공식 추진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적인 e커머스업체인 아마존은 ‘드론’상용화를 위해 시험 비행을 허가해 달라고 미 항공청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드론 상용화를 위한 “드론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행정명령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사실 아마존에 앞서 지난해 유명 피자업체인 도미노는 영국에서 배달용 드론을 선보였고, 배달왕 DHL, UPS 등 물류기업들도 드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택배 왔습니다.”라는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면, 이제는 사람이 아닌 드론이나 로봇이 와 있는 풍경은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미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GERI(LG경제연구소)리포트는‘로봇 인공지능의 발전이 중산층을 위협한다’는 제목으로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는 일자리 15가지를 발표했습니다. 의사, 주방장, 애널리스트, 기자, 사무직 등이 포함돼 있는데, 주목할 점은 택배(운송, 창고), 선박 선원, 택시(대리기사), 발레파킹 등 운송교통물류분야에 무려 4가지 직종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잘아시다시피 아마존은 창고에 로봇인 키바(KIVA)를 도입했습니다. 기존에는 잘 통제된 제조라인에만로봇이 적용됐다면 이젠 로봇이 사람처럼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면서 물건을 보관하고, 입출고가 가능한 영역에서도 로봇이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또 구글은 무인자동차 개발을 마친 상태입니다. 무인자동차는 졸음운전도 없고, 음주 운전도 없어 택배기사나 택시운전, 대리운전 등 다양한 운송 서비스에서 로봇과 경쟁해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이외에도 장기간의 경험이 중요한 대형선박의 선원도 로봇이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롤스로이스사는 컨테이너 선박을 무인화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는데, 바로 선원이 필요없는 선박을 만드는 일입니다.
물론 아직도 많은 기술적 난제들이 남아 있고 경제성 문제 때문에 기업들은 여전히 로봇, 인공지능 도입을 꺼리며 노조 법규나 사회적 반발 문제로 대대적이고 즉각적인 대체는 힘들 것입니다. 무인 비행기 드론은 베테랑 조종사를 불필요하게 만들지만 원격조종이나 촬영 자료 분석 문제 때문에 유인 비행기보다 더 많은 운용 요원을 요구합니다. 일예로 F-16 전투기의 운용에는 100여 명이 필요하지만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 운용에는 168명이 필요하다는 분석자료가 있습니다.
로봇,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일자리 총량의 전망에는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직업 세계의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과거 자동화의 파고에서 비교적 안전했던 숙련직, 관리직, 전문직도 이제는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해야할 일을 로봇이나 기계가 대신하는 무인시대의 도래는 앞으로 우리의 생활방식이나 사회상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더 걱정인 것은 이런 자동화, 무인화 때문에 생산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사람들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살기는 더욱 힘들어 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드론 이용을 1.2Kg이내의 패키지를 30분 이내에 고객에게 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 배달 물건 중 86%의 화물이 1.2Kg 이내라고 하니, 배달의 기수들은 앞으로 어찌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출산율도 감소하고 인구가 줄어들면 그 때문에 더 많은 기계가 사람들 대신 일을 해야 하는 본격적인 무인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로 고령화 시대에 빠르게 접어들면서 일자리를 대체할 로봇 등 무인시대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는 틈만 나면 감원과 같은 구조조정을 고려하며, 여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직장인들은 늘 초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인공지능기술의 발달은 교육 받은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일자리마저 위협할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로봇 시대가 도래해도 인간이 일 자리를 지켜낼 가능성이 큰 분야도 있습니다. 이발사, 승무원,코디네이터, 목수, 미장이, 기계정비사, AS 기사, 제빵사 등이 대표적으로 섬세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거나 로봇 개발이 어려우면서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분야들입니다.
여기서 잠깐! 물류인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택배시스템을 왜 무인화해야 하는지 사고의 혼란이 옵니다. 무인화로 달라진 것은 서비스 품질 저하고, 그렇다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다수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협력업체인 택배회사의 기사들의 복지와 처우개선을 지원하는 등‘기(氣)살리기 프로젝트’에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최종 고객 서비스 접점에 서 있는 택배기사를 챙겨야 해당 업체의 서비스 만족도가 올라가고, 서비스 불만에 따른 이탈 고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택배 서비스 분야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무인화로 나아지는 것도 없고, 그 혜택은 더 많은 수익으로 고스란히 회사나 그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무인화시대가 형체도 없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육제도, 노동시장, 경제정책, 그리고 사회제도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을 만큼 사회가 급속한 변화를 맞게 될 것입니다. 창의 사회를 구현하고, 창조경제의 기반을 다지려면 제도가 유연해야 하고 사고도 유연한 사회로 바꿔야만 합니다. 무인화시대의 개인과 사회가 갖춰야 할 역량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이를 키워주는 국가적 아젠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