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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창민의 공급망뒤집기] 요즘 젊은 것들은 가격도 넣을 줄 몰라!

by 설창민

2014년 07월 25일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발주가 되었건 수주가 되었건 주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품명’, ‘수량’, ‘가격’,‘거래선(납품업자)’, ‘배송지’.

 

 

주문 입력과 주문 처리가 공급망관리의 영역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요즘이라고 해서 주문이 필요로 하는 기본 정보가 바뀌지는 않았다.


불과 20여년 전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금전등록기에서 현금을 꺼내 거스름 돈을 주던 시대, 어머니 심부름으로 동네 구멍가게를 갔던 어린이들은 늘 완전 주문충족(Perfect Order Fulfillment)에 대한 긴장감을 가졌다. 일단 올바른 품목을 올바른 가게에 가서 사와야 했다. 품목이 맞더라도 유통기한을 봐야 하고, 물건의 흠집이 없는지를 잘 살펴야 했다. 잘 고르고 잘 샀다해도 물이 끓고 있을 때 재료가 도착하도록 준비를 해놓은 어머니가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한눈팔지 말고 집에 와야했다.

이걸로 끝인가? 아니다. 어머니는 이미 물건값을 대략 알고 있었고, 거스름돈과 사온 물건을 대조하여 거스름돈이맞아야 그날의 심부름은 비로소‘Perfect Order Fulfillment’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잘해 놓고서도 거스름돈을 세 보지도 않고 잘못 가져와서 어머니께 혼나는 것은 당시 어린이들이 감내하기 힘든 SCM KPI(공급망관리 핵심성과지표) 하락이었다.

요즘은 그나마 거스름돈에 대한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바코드 스캐너, 금전등록기가 하나가 되어 바코드 스캔 후 가격이 보이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알아서 해당 금액만큼을 은행계좌로부터 차감한다. 어머니들은 바코드 스캔 과정에서 더 찍은 것이 없는지‘원플러스원(1+1)’이나 할인쿠폰이 정확히 적용되었는지 정도만 확인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물건을 사는 현장에서는 바코드 스캐너로품목과 가격을 확인한다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품목과 가격 마스터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럼 그 가격 마스터는 누가관리하는가? 마진율 등을 감안하여 시스템이 자동으로 관리하거나, 영업부서에서 직접 입력할 것이다. 시스템이 관리한다고 하면 무엇을 근거로 관리할까. 납품업자의 납품가격인가, 그럼 그 납품업자의 납품가격은 무엇을 근거로 관리하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답변을 하다 보면, 결국 누군가는 직접 키패드로 숫자를 쳐서 가격 마스터를 관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첨단 정보기술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 누군가는 그 옛날 어머니 심부름을 하던 어린이의 심정으로 긴장한 채 키패드로 가격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장 볼 때조차도 가격정보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우리의 버릇때문일까?
주문 시스템을 관리하다 보면 경험이 일천한 젊은 사용자들이 범하는 가격 오(誤)입력이 많이 발견된다. 최근 한두 달 동안 필자가 겪은 것만도 서너 번이다. 가격을 오입력했을 때 이를 인지한 담당자가 재등록을 한 경우는 필자가 알지도 못했을 것이므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물건의 구매가격을‘0’을 한두 개 더 넣어서 회계장부상 손실로 기표될 때까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거래선에 지급하는 판매수당을 판매가격보다 수백 배 높이 입력한 경우도 있었다. 환율을 적용하여 재계산을 해야 하는 수출거래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바이어가 원하는 환율에 맞추다 보면 바이어는 100불을 불렀는데 판매가격을 100유로로 입력하는 경우는 이제는 애교 수준이다. 물론 가격 오입력 정도는 시스템 관리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오입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프로세스도다 마련되어 있으며, 가격 오입력은 단언컨대 예전에도 있었다.

다만 그 해결과정은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예전같으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처리를 하겠다고 할 만한 상황에서도 앞뒤 가리지 않고 너무나 당당하게 살짝 업데이트 해 달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절차를 설명해 주면 한숨부터 쉰다. 그까짓 가격 하나 살짝 업데이트 못하는 시스템이 우리 회사 시스템 수준이냐며 깐족대고, 시스템 관리자가 무능해서 업데이트 못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그렇게 가격을 입력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 자체가 잘못이란다. 이건 뭐. 치킨집에 양념치킨 시켜놓고 후라이드로 바꿀 테니 양념 빼 달라고 할 기세다. 회사의 프로세스, 관리 원칙, 다른 업무시스템과의 데이터 차이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놀라운 것은 이런 요구가 그러한 가격 입력을 잘못한 젊은 사용자는 물론 그들의 조직 관리자들로부터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의 젊은 사용자들을 통제하기에 힘이 부쳐서 그런 것일까. 가격은 주문의 기본 중 기본이다. 공급망관리의 시대에 주문 입력부터 실수를 범한다는 것은 공급망관리의 기본기가 없는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 심부름이 주던 그 긴장감이 이제는 없어진 것이다. 기본기는 없이 기교만 배운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나가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 우리는 안다.

회사의 사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사고를 범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질책을 해야 하며, 회사의 절차를 준수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회사의 절차는 경우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관료제적 산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을 고려한 차선의 프로세스기도 하다. 그리고 징벌적 처리 절차를 남용하는 조직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절차는 준수할 만하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그리고 어차피 요즘 젊은 사용자들 혼내 봤자 반성의 기미 없다고 시스템 관리자만 닦달하는 작금의 세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석재에‘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씌여있었다던가? 필자는 아직 그 진위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미 옛 성현들도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버릇이 없어 보인다는 글을 여러 차례 남긴 바 있다고 한다. 필자는 영원히 젊은 세대일 줄 알았는데, 이제 필자도 기성세대인가보다. ‘요즘 젊은것들은….’이라고 서두를 시작할 때가 많아졌다.

그래 기왕 기성세대 인증한 거 오늘 속 시원하게 털어놓아 보자.

“요즘 젊은 것들은 주문 가격도 넣을줄몰라!”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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