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헐크 등 지구를 구할 어벤져스 팀은 어떻게 한국에 왔을까.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2(에이지 오브 울트론)’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3일까지 보름간 일정으로 한국 촬영을 진행 중이다. 카메라, 필름 등 촬영장비 무게만 41톤 규모로,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3개국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운반됐다. 베일에 숨겨진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을 통해 ‘스크린 투어리즘(screen tourism)’속 물류 이야기를 취재했다.
영화속 물류 현장은…‘철통보안’
카메라, 필름 등 촬영장비 무게만 41톤 규모
울트론 모형 보관 위해 10m 높이 창고 물색
3월 30일부터 4월 13일까지 보름간 일정으로 한국 촬영을 진행중인 ‘어벤져스2’ 제작에 투입될 카메라, 필름 등 장비들은 어떻게 한국에 왔을까.
영화제작 및 물류업계에 따르면 어벤져스2 한국 로케이션에 투입될 장비는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에서 들어왔다. 카메라와 필름, 특수효과 장비는 물론 울트론, 아이언맨 등 고가의 소품들도 화물기를 통해 지난 3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총무게만 41톤 규모에 달한다. 이번 화물기에는 화물 관리자가 탑승해 운송됐다. 보통기장과 부기장, 2명의 조종사만 타는 화물기 항공편에 화물관리자가 함께 타는 것은 이례적이다.
어벤져스2 한국 촬영 팀장비의 국제운송을 담당한 곳은 DHL글로벌포워딩(DGF)이다. DHL은 F1 포뮬러 공식 후원 물류업체로 대당 100억 원이 넘는 머신들을 해마다 전세계 5대륙 20여 개 대회 순서로 차량 및 부품, 행사용품 등을 옮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애초 인천 송도에서 촬영 예정이었던 어벤져스 2 제작팀은 불미스런 사전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촬영장소를 서울·경기로 바꿀 만큼 보안 문제에 철저했다. 이 때문에 제작사인 마블스튜디오는 보안상 촬영필름은 물론 고가의 장비, 소품들의 운송·보관을 담당하는 물류작업도 극비리에 진행중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관을 맡은 DHL글로벌포워딩정마하차장은 “화주가 제시한 까다로운 ‘촬영 가이드 라인’에 따라 보안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성공적인 한국투어를 위해 촬영팀 등 제작진에 최고의 물류서비스를 제공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어벤져스2 촬영팀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모창고를 이용해 장비와 소품을 보관중이다. 이곳을 허브로 이용해서울(마포, 상암 등)과 경기(의왕) 등지에서 촬영할 장비와 소품들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배송은 DHL이 맡았지만 국내운송은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을 지원중인 영화(광고) 제작업체인 ㈜미스터 로맨스가 총괄한다.이 업체는 촬영 전문 운송차량을 직접 수배해 현장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어벤져스2가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보니 로봇, 특수차량 등 고가의 주요 소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도심창고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창고업체한 관계자는 “서울, 경기 등 도심권에 위치한 창고 중단기 임대(한두 달 정도)로 이용할 만한 창고가 많지 않은데다 화주측에서 높이가 10m 이상인 1000평 이상 규모를 주문해 적합한 창고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창고 높이가 10m 이상인 곳을 찾은 이유는 어벤져스2에 나오는 울트론의 실물 모형을 보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이 관계자는 전했다.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을 위해 제작팀이 가져온 장비에 대한 물품보험 가액은 약 33억 원 수준이다. 고가의 촬영장비가 전 세계로 오고 다니기 때문에 DHL은 전
문 인력을 투입해 특수포장을 했다.
DHL 박미경 대리는 “영화 제작에 필요한 카메라 등 장비는 매우고 가라서 화물 접수부터 보관, 탑재까지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수화물 관련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특히 촬영된 필름은 파손· 분실 등 보안상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물류운영에 대한 보안이 생명이라는 게 DHL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귀하신 어벤져스팀의 입국 수속도 남달랐다. 어벤져스2 한국 촬영 소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인천공항 세관에서도 까다로운 통관 진행에 많은 관심과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세관한 관계자는 “(어벤져스2촬영으로)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통관업무를 지원했다”며 “긴급 배송을 요하는 촬영장비인 만큼 통관 및 반입 안전에 각별히 유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어벤져스2 한국 촬영팀과 장비는 오는 13일 모든 촬영 일정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간다. 장비 반환을 위한 반출(통관)과 국제운송도 역시 DHL글로벌포워딩에서 맡는다. 이를 위해 영국에서 직원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반입된 각종 장비들을 해체해 품목마다 특수포장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DHL 글로벌포워딩 송석표 대표 일문일답
Q. 어벤져스2 한국 촬영에 동원된 카메라, 필름 등 장비는 어떻게 들어왔나?
A. 지난 3월, 촬영장비 등 98%의 물품이 항공으로 운송됐으며, 영국(70%)과 남아프리카공화국(20%), 미국(10%) 등 3개국에서 도착했다. 전체 화물의 중량은 41톤 규모이다.
Q. 영화제작 지원에 있어서 물류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항목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업무는 역시 통관이다. 적시배송을 위해정시 통관은 물론 촬영장비의 안전한 운송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한국을 잘 모르는 고객사에게 정확한 현지 물류정보를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어벤져스2 한국 촬영에도 영국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나눠져 있는 화주 모두에게 ‘원컨텍트 서비스(one contact service)’를 제공했다.
Q. 해외 영화촬영장비가 한국에 대규모로 들어온 것은처음인 것 같은데,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A. 어벤져스2 한국 촬영 소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통관 진행시 세관원들도 품목을 보고 영화촬영 물품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영화촬영을 위해 까다로운 제품들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없이 통관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받았다.
Q. 이번 운송프로젝트에는 어떤 장비와 인원 등이 투입됐는가?
A. 영국에서는 스페셜 프로젝트팀(special projectteam)이 업무를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항공수입팀 2명, 통관팀 2명이 약 3주 동안 밤낮없이 업무를 지원했다. 오는 13일 한국 촬영 일정을 모두 마치면 영국에서 2 명 정도의 직원들이 화물의 원활한 화물 반출을 위해 이달 14일 경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Q. DHL이 어벤져스2 촬영장비 운송을 수행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A. 영국 제작사로부터 계약이 진행됐으며, 이전부터 디즈니와 여러 영화제작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왔다. 이전에도 DHL을 이용했는데,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좋아 어벤져스 2 촬영도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DHL글로벌포워딩 코리아는 F1 영암대회 등 프로젝트 운송을 수행하는 등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으며, 미군관련 탱크등 대형 훈련장비 운송경험도 많다.
※ 기사작성에 도움을 주신 분들
DHL글로벌포워딩 정마하,강민식, 김종원,박미경님.
스크린 투어리즘(screen tourism)과 물류
장비운송에 홍보효과까지 ‘톡톡’
업계, 신규 비즈니스 창출 기회
세계는 지금 ‘스크린 투어리즘’ 전쟁 중이다. 스크린 투어리즘이란 영화가 흥행한 뒤 그 촬영지에 관객들이 몰리는 현상이다. 각국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영화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미국 마블스튜디오와 협의해 강남대로와 마포대교 등을 영화 ‘어벤져스2’ 촬영지로 확정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이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이후 '스크린 투어리즘(screen tourism)'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곳곳에서 촬영되는 영화제작 환경으로 인해 장비운송 등 관련 물류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어벤져스2 서울·경기 로케이션 촬영의 경제효과는 연간 1234억원으로 추산된다. 생산 유발효과가 25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07억원에 관광객이 연간 62만명가량 늘어나면서 소비지출이 연간 876억원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물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외국 영화팬이 어벤져스2를 보고 서울에 호감을 가질지, 한국을 관광할 마음을 가질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장선 국가 홍보 사업에 장밋빛 경제효과는 많았으나 구체적인 결과가 수치로 드러난 적이 드물다는 이유로 이번 촬영을 탁상행정에 따른 국가홍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해외에선 재미를 보는 경우도 많다.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제작비용의 15%를 현금으로 지원하거나 20~40%를 세액공제해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영화 ‘아바타’의 후속작 3편을 뉴질랜드에서 찍기로 한 것도 파격적인 세제 혜택 덕분이다. 뉴질랜드는 이번 결정으로 5억뉴질랜드달러(약 46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런던은 영상물 로케이션의 천국으로 꼽힌다. 영진위에 따르면 런던에서 해외 영화사들은 하루 평균 두 편 이상 로케이션 촬영을 하고 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나인’ ‘매치 포인트’ ‘인셉션’ ‘페르시아의 왕자’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등이 영국에서 찍은 영화들이다. 영국은 세금의 20~25%를 환급해주고 지역별 스크린 에이전시를 통해 원스톱 촬영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제작비의 50%를 현금으로 지원하고, 미국은 15~35%, 호주는 20~40%의 세금 혜택을 준다.
우리나라도 세계 각국과 치열한 유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제작비의 최대 3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해외 주요 영화제와 세계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박람회 등에 알리고 있다. 어벤져스2도 이 제도로 제작비의 30%를 지원받게 되는 것으로 전했다.
DHL 글로벌 포워딩 코리아 송석표 대표는 “대규모 해외촬영 로케이션이 많은 제작환경의 변화와 스크린 투어리즘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촬영장비 등 글로벌 프로젝트 운송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영화제작사 촬영장비 운송에 따른 신규 수주는 물론 대중적 관심 유발에 따른 홍보 효과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