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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소 도입 택배사들 ‘한숨만’

by 김철민 편집장

2011년 05월 31일

새 주소 도입 택배사들 ‘한숨만 ’
물류센터 주소분류 작업 등 혼선 가중
배송 지연에 업무시간 연장근무 우려
정부, 옛 주소 병행기간 연장 검토키로


[운송신문=정규호기자] “새주소 배송물품 한개 당 30분씩 퇴근이 늦어집니다.” 화곡동에서 택배업을 하는 최민기(34) 배송기사는 최근 새주소로 적혀진 배송물품을 배달할 때마다 퇴근이 늦어진다. 그는 “새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네비게이션 같은 장비에 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직접 전화해서 다시 옛주소를 파악해 배송합니다”고 설명했다. 또 “새주소는 오로지 공무원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며 지금 것 고객들이 사용한 것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이를 강제 도입키위해 정부기관에서 보내는 물품은 새주소로만 기록해 보내는 것도 문제다.


서울 중구 황학동의 한 집배원은 “불과 몇 달 전만하더라도 옛주소와 새주소를 병행하면서 업무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공공기관에서 새주소만 기록해 보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택배기사들은 하루에 1~2개 정도 새주소로 기록된 물품이 나오지만 우리 같이 서신을 배송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10~20개 정도 나올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집배원은 배송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배송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배송물품 분류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작업시간이 추가되는 것은 기본, 도로를 따라 주소지가 부여되다보니 행정구역이 달라져 같은 주소지로 분류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우체국 체신청 관계자는 “새주소와 옛주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컴퓨터를 통해 우편물 분류작업을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하고 있으며, 작업 시간도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다”고 고충을 말했다. 또 전주 서신동 852번지에서 3-10번지에 이르는 새주소 ‘전용로’는 기존 사용해 오던 서신동이 제외됨에 따라 주민들은 서신1로나 서신2로로 바꿔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새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지번이 일치하지 않고 건물번호판 부착 오류 등이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번과 주민등록 주소가 일치하지 않거나 지번이 없는 가구 등에 대한 정비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안내문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지역 특성에 맞지 않는 도로명이나 불길한 숫자 강제 지정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이는 곧 주소 변경으로 이어져 다시 한번 배송기사들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로수길, 무궁화길이요? 이곳은 수십년간 공구상가길이라고 불러요”서울 중구 황학동 지역의 한 주민의 말이다. 황학동은 중고 공구 상가들이 밀집해 있어 주민들이 ‘공구상가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해당 구청 공무원은 지도만 보고 ‘가로수길’로 도로명을 지엇다. 황학동 동대표가 이를 항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숫자 44같이 지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변경해 달라는 요구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작년 6월 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2012년 부터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모든 우편물 및 배송물품에 대해서는 오직 새주소로만 기록한다는 강경책이다.

이를 위해 작년 6월부터 올해 말까지 중앙정부에서 사용한 순수 홍보비만 30억 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각각 30억 가량을 투입한 상황. 1997년부터 지금까지 사용된 예산만 총 3000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 새주소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소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지방세분석과 관계자에 따르면 도로명주소가 정착되면 길 찾기가 편리해질 뿐만 아니라 경찰, 소방 등 응급구조기관의 신속한 출동이 가능해지며 물류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어든다는 것.

 

 

하지만 수 십년간 국민들이 사용해 온 주소를 변경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다. 특히 물류비 등에서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도시는 주거 밀집지역과 아파트 지역 나뉘어 각 동마다 개성이 특출나다고 한다. 새주소 도입으로 행정적 편의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지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지역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현재 옛주소와 2년 연장 병행하는 도로명주소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최근 도로명 주소 전면 사용 시기를 늦추는 내용의 도로명주소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오래 쓰여온 주소 체계를 바꾸면서 새주소를 함께 쓰는 기간을 5개월만에 바꾸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소 일괄변경 제도를 도입해 국민이 개별적 주소 변경신청을 해야하는 부담을 해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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