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dle-mile review : 2023”은 23년도에 발행되었던 CLO 오프라인 간행물 [미들마일-모빌리티] 매거진의 여러 콘텐츠를 모아 정리하는 기획 시리즈이다.
당시 각종 이슈와 전망에 대해 현 시점에서 분석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미들마일 생태계가 변모하고 발전했는지 돌이켜보고자 한다.
부디 본 시리즈를 통해 23년도 업계의 흐름을 토대로 다가올 24년도에 대해 점쳐보고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카셰어링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으로 성장, 이어 코스피 상장에까지 성공한 ‘쏘카(SOCAR)’는 어느새 운영 13년차를 맞이했다. 쏘카 측이 밝힌 현재 쏘카의 운영 현황은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 인지도 1위, 국내 카셰어링 시장 점유율 79%로 경쟁자인 ‘그린카’와 ‘투루카(옛 피플카)’ 대비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다.
현재 쏘카의 회원 수는 약 800만명이다. 운영 차량 대수는 2만여대며, 쏘카존 수는 4000곳 이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이 쏘카존은 쏘카가 스스로 렌터카가 아닌 카셰어링이자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라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기존 렌터카와 달리 대여와 반납을 쏘카존 기반 비대면으로 할 수 있고, 분·초 단위 대여가 가능해 차량 1대당 매출이 렌터카 대비 3배 이상이란 설명이다.
쏘카는 쏘카존 밖에서 일어나는 차량 반납에도 대응할 수 있다. 쏘카의 모든 차량은 데이터/AI 기반 플릿(Fleet) 운영 시스템 단말기(ECU, Electronic Control Unit)를 장착하고 있다. 이로써 서버에 연결돼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하며, 일명 ‘예약 테트리스’라 불리는 차량 운영 자동 최적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쏘카 FMS는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타다 등과 협력하고 있다. / 출처 : 쏘카
또 차량 상태 점검과 비교, 타이어 및 배터리 자동 긴급출동 예측정비, 부정 주유 검출을 위한 유량 변동 모니터링 등이 가능하다. 김상우 쏘카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장은 “2014년 당시 쏘카 인력 1명당 관리할 수 있는 차량은 50대였다. 반면 2023년 쏘카 인력 1명당 관리할 수 있는 차량은 약 1000대다. 또 과거 세차나 정비 같은 운영을 사람이 직접 수행했다면, 지금은 협력업체와 함께 데이터 기반으로 차량을 자동 관리 운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 비결에 대해 쏘카는 2만여대의 차량을 직접 운영하며, 자체 FMS(Fleet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FMS를 통해 연료비 개선, 안전 확보, 업무 효율 향상 등 핵심 지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실질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쏘카는 향후 쏘카 FMS를 물류기업, 특히 화물운송이나 택배같이 대단위 차량을 운행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B2B 비즈니스를 전개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국내 운송업 대부분이 지입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입은 화물차주에게 영업용번호판 임대와 함께 일자리를 주선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로써 차주는 운송업무에 대한 책임과 함께 차량에 대한 관리책임을 함께 가진다. 화주와 운송사는 비용 절감효과를 얻으나, 부작용도 있다.
국내 시장은 지입형태의 플릿 운영 비율이 90%에 달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먼저 차주들이 과잉노동에 시달린다는 점이 있다. 노동의 질이 저하되고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되며, 또 번호판 장사와 악성 계약에 휘말려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한편 화주는 운송 서비스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 화주가 운송 품질을 직접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특히 고부가가치 화물이나 운송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화물일수록 그렇다. 의약품이나 신선식품이 대표적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지만, 차주와 화주 양측 모두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기 힘든 환경이다. 이는 직영 플릿을 운영하는 쿠팡이나 컬리가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도 위와 같은 문제에 동감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화물운송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지입료만 수취하는 운송사를 퇴출하고, 불공정 사례 신고 접수 및 처분을 통해 화물차주 대상 부당행위 근절 캠페인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지입제 피해 신고 특별기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화물차주의 열악한 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형이다. 차주의 소득 불확실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가-운임 연동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한편 정보 비대칭에 따른 차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송거래 과정 투명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휴식시간 준수와 운전습관 개선을 위해 운행기록계(DTG, Digital Tacho Graph)를 활용한 교통안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정부 정책 변화는 쏘카가 FMS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두 번째 이유다. 쏘카 측은 정부가 지입보다는 직영체제, 또는 이에 준하는 형태로 화물운송업계의 점진적 전환을 이룰 것으로 본다. 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운임 책정, 노동환경 및 운전습관 개선, 안전 확보 등을 추진할 것으로 판단하는데, 여기에 꼭 필요한 게 FMS란 것이다.
쏘카 FMS, 현장에서 필요로 할까
국내 화물운송시장에는 쏘카 외에도 다양한 FMS가 상용화돼 있다. 그중에는 통신대기업의 KT 엔터프라이즈, LGU+ 차량 관제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관련해 김 본부장은 “운영 효율화나 리스크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서비스와 달리 쏘카 FMS는 실질적 안전과 비용 절감효과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쏘카는 FMS를 통해 데이터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질적 운영 개선을 위한 목표 설정과 달성을 돕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실시간 데이터 조회와 분석이 가능한 대시보드를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또 차량별 운행률과 평균 운행 시간, 유류비 예측, 이상 상태 감지와 사전 예측 정보 전달, 안전점수 책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쏘카 FMS 실증사업에 참여한 기업으로는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리코 등이 있다.
쏘카 FMS 단말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모습 / 출처 : 쏘카
한편 쏘카 FMS의 도입과 관련해 현직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들은 ‘반반’이란 반응이다. 화주에게 FMS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분명 수요가 있다면서도, 아직 화주가 원하는 데이터 종류와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예시로 어떤 화주는 1시간마다 1번씩 차량의 현 위치와 내부 온도만 책정해서 보내주면 된다고 설명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딱 4번, 초·분당 데이터를 보내준다고 하면 오히려 귀찮아하고, 서버 용량도 없다고 싫어한다는 것이다. 평소 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택배로 받으면서, 보냉재만 팍팍 들어있으면 실시간 온도 변화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의약품 등 특정 산업은 쏘카 FMS를 반기겠지만, 반대로 과하다고 생각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차량에 단말기를 설치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반감이 클 것이라 설명했다. 용도와 목적이야 어찌 됐든 간에 누군가가 개인을 실시간 관제하겠다고 하면 거부감이 상당할 것이란 예상이다. 하여 쏘카 FMS가 성공하려면 국토부 정책에 발맞춰 운전자 노동환경 개선, 안전 확보, 편리한 차량 자동 점검 및 관련 혜택에 집중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쏘카는 화물차 내비게이션과 경쟁한다
FMS 사업과 함께 쏘카의 경쟁자는 더 이상 렌트카가 아니다. 또 기존의 B2B 차량관제 서비스와도 사업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한 ‘티맵모빌리티’가 주요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2년 초 티맵은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내놨다. 화물차는 차종과 중량에 따라 다닐 수 있는 도로와 지역이 한정적이기에 시간이 곧 돈인 화물차주들은 교통량에 따른 최적의 경로 탐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티맵은 이 점에 주목해 그간의 내비게이션 개발·운영 노하우를 화물운송시장에도 적용했다.
동시에 티맵은 올해부터 화물운송 중개 솔루션 ‘티맵 화물’을 정식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또 2019년부터 티맵 API를 활용해 스마트폰 기반 관제·배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에스엘솔루션’과 협력 중이다. 이 에스엘솔루션의 핵심 역량 중 하나가 바로 FMS다. 즉, 쏘카는 앞으로 티맵 연합군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 전용 유료 내비게이션 앱 ‘아틀란 트럭’ / 출처 : 맵퍼스
또 다른 화물차 내비게이션 서비스 사업자로 ‘아틀란’이 있다. 화물운송업계에선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아틀란과 티맵을 주 경쟁자로 삼는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아틀란 역시 차주 친화적 서비스 제공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데이터 비즈니스에도 적극적이다. FMS를 들고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들마일 시장에서 쏘카와 기존 사업자의 본격적 대결이 임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