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dle-mile review : 2023”은 23년도에 발행되었던 CLO 오프라인 간행물 [미들마일-모빌리티] 매거진의 여러 콘텐츠를 모아 정리하는 기획 시리즈이다.
당시 각종 이슈와 전망에 대해 현 시점에서 분석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미들마일 생태계가 변모하고 발전했는지 돌이켜보고자 한다.
부디 본 시리즈를 통해 23년도 업계의 흐름을 토대로 다가올 24년도에 대해 점쳐보고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최근 ‘미들마일 플랫폼’을 표방하며 등장한 서비스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화주와 차주를 화물중개를 통해 직접 연결하겠다는 점, 그리고 대기업 투자를 통해 빠르고 공격적으로 미들마일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KT 물류 자회사 ‘롤랩’, 티맵모빌리티의 ‘티맵 화물’, CJ대한통운의 ‘더 운반’이 있으며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와 LGU+의 미들마일 진출 역시 예정돼있다.
대기업들이 미들마일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미들마일 시장은 약 30조원 규모다. 지난 수년간 수많은 투자가 이뤄진 라스트마일 시장 규모가 8조원 규모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거대한 시장이라 볼 수 있다.
동시에 국내 미들마일 시장은 디지털전환이 더딘 대표적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미들마일 화주는 자사에 필요한 물류 서비스를 고정 노선 계약을 통해 해결하는데,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전체 물량의 약 20~30%는 그때그때 마다 필요에 따라 차량을 섭외해 운반하고 있다. 해당 주문은 화물운송 주선사, 운송사, 화물 정보망에서 받아 차주와 연결하는데, 그 과정 중 여러 요소가 아날로그 형식으로 남아있다.
대기업의 미들마일 플랫폼 진출사례
그리하여 대기업 기반 미들마일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역량을 기존 시장과 다른 차별점이라 강조한다. 먼저 티맵모빌리티의 티맵 화물은 화물운송 스타트업 ‘와이엘피’를 인수하여 자사 IT 기술력을 결합해 티맵 화물을 출시했다. 티맵 화물이 가장 강조하는 서비스는 ‘최적 운임 산출’이다.
티맵 화물은 자사가 실시간 운영 경로를 분석하고, 최적화된 운행 거리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화주의 물량 접수 시점에 따라 실시간 화물차 수요·공급 현황을 분석해 원활한 배차를 위한 최적의 운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배차 성공률은 90%이며, 차량 역시 1톤부터 25톤까지 다양한 톤급과 차종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추가로 화주가 과거 조건과 똑같이 물량을 재접수 할 수 있게 돕는 화물 복사 기능, 편리한 정산을 위한 카드결제와 신용거래, 현장 현금결제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서비스 배차 성공률 90.4%를 달성했다고 밝힌 티맵 화물 / 출처 : 티맵모빌리티
KT의 물류 전문 자회사 롤랩은 KT의 IT 역량을 활용한 미들마일 플랫폼 ‘브로캐리’를 운영 중이다. 브로캐리는 Brokerage(중개)와 Carry(배송)의 합성어로, 화주가 브로캐리에 화물을 등록하면 차주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최적의 차량을 매칭해주는 게 핵심 역량이다. 차주 맞춤형으로 화물운송 일감을 추천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브로캐리는 차주 대상 운송료 미지급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운임 익일 지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사 협력을 통해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화주의 정산 기간 보다 앞당겨 제공하는 식이다. 또 정산 업무 간소화를 위한 온라인 운송비 및 거래명세서 확인 기능, 월 1~2회 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지원 중이다.
한편 국내 1~2위를 다투는 물류대기업 CJ대한통운에서도 ‘더 운반’이라는 이름의 화물운송 플랫폼을 출시했다. 더 운반의 핵심 역량도 역시 매칭이다. CJ대한통운만의 물류 데이터와 운송 전문성을 IT와 접목해 자체 매칭 알고리즘으로 화주와 차주를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마치 플랫폼 택시처럼 차주를 대상으로 콜 카드를 발송하고, 차주가 이를 선택했을 때 화물운송 단계로 넘어간다. 또 더 운반은 실시간 화물추적, 익일 정산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디지털 운송 플랫폼 ‘더 운반’ / 출처 : CJ대한통운
미들마일에 필요한 게 새로운 화물중개플랫폼일까?
이처럼 대기업 기반 미들마일 플랫폼 서비스는 대부분 화주와 차주를 매칭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존 화주와 차주 사이에 존재했던 주선사, 운송사가 생략되면서 그만큼 중간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자 자사 플랫폼이 효율적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미들마일 시장이 그러한 지는 살펴볼 여지가 있다. 왜냐면 기존 미들마일 시장에서 화주, 주선사, 운송사, 차주 모두 사용하고 있는 화물정보망 서비스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한 정보망 관계자는 “대기업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로도 자사 화물정보망 이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밝혔다. 실제 위에서 소개한 신규 플랫폼들 중 시장 내 유의미한 성과 또는 변화를 이끌어낸 서비스는 아직 없다는 게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여전히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련해 한 차주는 “새로 나온 플랫폼들이 각자 편리하다, 단가가 좋다 광고하고 있지만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물량이 전국24시화물콜을 비롯한 기존 화물정보망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쓰던 걸 계속 쓰게 된다. 그렇다고 신규 플랫폼 서비스가 화주와 차주의 업계 내 관성을 깰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인가는 의문이다. 운송 단가는 여전히 불만이 많지만, 이걸 새 화물중개플랫폼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지 않는다. 이런 시도는 10년 전부터 반복돼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스트마일과 풀필먼트에서 얻는 교훈
위와 같은 분위기에 대해 복수의 화물운송사 및 화물정보망 관계자는 “라스트마일과 풀필먼트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호황을 누리며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라스트마일 및 풀필먼트 업계는 최근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거나, 기존에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는 등 위기에 빠졌다.
이에 대해 미들마일 관계자들은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현장 운영 역량을 갖추는 데 실패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또는 다른 모종의 이유로 외형 확장에만 집중한 결과일 수 있단 것이다. 그리고 최근 미들마일 시장에서 이어진 대기업 기반 플랫폼 역시 다르지 않다는 시선이다. 국내 미들마일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보다는, 플랫폼이란 이름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에 서로 투자 경쟁 중이란 분석이다.
이에 한 화물운송사 관계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등장한 대기업 플랫폼들은 모두 자차를 용차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볼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고정 노선을 처리하는 자차를 변동성이 큰 용차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식이다. 허나 미들마일 시장에 진정 필요한 것은 용차를 자차화시키는 작업일 수 있다. 단가부터 노선까지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 티맵 화물의 경우 디지털 화물운송사를 표방한 YLP 인수 효과로 1,0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KT롤랩이 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 역시 화물운송사 인수와 함께 직접 차량을 운행하기 때문이란 것이 미들마일 업계 의견이다. 관련해 더 운반은 CJ대한통운의 물량을 통해 충분히 마중물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매칭, 화물정보망으로서의 역량을 강조하면서도 직접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며 해당 영역에 투자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조만간 미들마일 시장 진입을 앞둔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과거 화물정보망 사업자를 인수한 뒤 오히려 화물운송사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미들마일 시장 혁신을 위해 화물중개플랫폼을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