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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창민의 벼랑끝 SCM] 어차피 틀릴 수요예측, '잘 틀리는 기술' 3가지 ①

by 설창민

2019년 03월 05일

어차피 틀리는 수요예측, 그렇다면 무조건 '잘' 틀려야 한다

수요예측을 잘 틀리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대처 기술

그 첫 번째, 공급 리드타임보다 짧은 단기 수요예측을 관리하라

 

글. 설창민 SCM 칼럼리스트

 

 

지난 기고에서는

 

수요예측은 어차피 실패하기 마련이고, 수요예측을 해야 할 영업부서는 이보다 거래 협상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수요예측을 제대로 했다고 이에 맞게 공급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대충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요예측은 제조업의 시작이다. 이것이 틀렸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며, 혁신하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이익(Benefit)을 따지기보다 규율(Discipline)이라고 생각하고서 수행해야 한다.

 

틀렸을 때 잘 대처하기 & 잘 틀리기

 

수요예측에 실패했을 때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지난 기고에서 설명했다. 수요예측은 어차피 틀리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인지하고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민첩한 공급망은 수요예측 변동에 대하여 모든 부서가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신속히 대처한다. 민첩하지 못한 공급망은 부서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니 느려진다(막장 드라마도 찍는다). 영업 부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장과 머리를 맞대던지, 아니면 영업과 공장을 연결해 주는 별도 부서를 둬야한다(필자가 지적한 바 있는 가장 진보된 운영조직을 생각하면 쉽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능력’과 ‘항상 대안을 마련하는 능력’은 분명 다르다. 대안을 빨리 마련하고 보니 ‘대응 불가’가 대안이 될 수도 있으며, 항상 대안을 마련하다가 공급이 늦어져 거래처의 불평을 들을 수도 있다. 언뜻 보면 둘 다 비슷한 이야기 같으며, 실제로 시장 상황이 공급업체에 유리할 때, 거래처 입장에서는 둘 다 별 차이 없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변해 거래처에 유리해진다면 과연 어떤 공급업체가 선택을 받을까? 필자는 ‘대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공급업체가 선택을 받을 거라고 본다.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틀리는 것도 중요하다. 생산계획을 짜야 하는 공장의 눈에 영업사원 얼굴 하나하나가 스쳐 지나갈 리 없다. 영업부서가 짠 수요예측만 눈에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데이터가 눈에 들어오면 공장은 수요예측, 더 나아가 영업부서를 불신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수요예측이 틀릴 것은 공장도 안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앞뒤가 안 맞는 데이터로 수요예측을 채워 버리면 그만큼 앞뒤가 안 맞는 생산계획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손해는 영업부서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수요예측 잘 틀리는 기술 ① : 단기 결품이 안 나도록 조정

 

예를 들어 월 단위로 수요예측을 <그림 1>과 같이 했다고 가정하자. 이번 주가 수요예측을 진행할 시기다. 수요예측 수량은 각 주별로 표시되어 있다. 기초재고는 300 개다. 이번 주 100 개를 팔기로 예측했으므로 기말재고는 200 개가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수요예측 대로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2주 뒤에는 재고가 없어 못 판다. 그 뒤는 말할 것도 없다.

▲ <그림 1> 수요예측에 의한 단기 결품

 

물론 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공급계획을 세우는 시스템은 이 상황을 예측하고 그보다 앞서 생산계획을 세운다. 생산하고 나서 재고를 입고하려면 2주가 걸리며, 한 번 생산할 때 600개씩 생산한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생산계획은 이번 주에 세워야 한다. 그러면 아래 <그림 2>와 같이 2주 뒤 600 개가 입고되므로, 2주 뒤의 기말재고는 450 개가 된다. 안심이다.

▲ <그림 2> 생산 및 조달계획을 통한 단기 결품 방지

 

그럼 이 상태에서 이번 한 주가 다시 지나갔다고 가정해보자. 이번 주의 수요예측은 실제 판매 결과다. 기말재고는 실제 기말재고다. 그런데 아뿔싸. 이번 주에 너무 많이 팔았다. 100 개 판매할 계획이었는데 200 개를 팔고 말았다. 아마 4주 뒤 100 개를 판매한다는 것이 거래처에서 많이 급했던 모양이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나. 수요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번 주에는 지난 주 세운 계획처럼 150 개를 팔 수 없게 되었다. 재고가 100 개뿐이다.

▲ <그림 3> 한 주가 지난 후 (지난주 목표 대비 초과 달성)

 

만약 영업부서가 바쁘다는 이유로 수요예측을 수정하지 않으면, 그리고 거래처가 실제 150 개를 발주한다면, 이런 것이 바로 ‘잘못 틀린’ 수요예측이다. 공장은 원자재가 준비된다는 전제하에 완제품을 생산하여 입고까지 2주가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판매예측을 150 개 그대로 유지하면 공장에서는 이번 주에 필요한 50 개를 공급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2주 전 생산한 물건 600 개가 입고되므로 최소한 3주 정도는 추가 공급이 필요 없다. 따라서 공장에서는 생산계획을 더 이상 수정하지 않는다.

 

공급할 수 없는 50 개는 어떻게 하냐고? 필자가 묻겠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는지? 이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다. 초과 판매로 인해 재고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했다면, 최소한 아래 세 가지 행동 중 한 가지를 실행했어야 한다.

 

재고가 모자란 만큼 거래처와 재협상을 해 나중에 주겠다고 설득한다. 생각해 보자. 거래처도 재고를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파는 주체다. 최적의 재고, 쉽게 말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재고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거래처가 이번 주에 반드시 150 개를 받겠다면? 깨끗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래처도 재고가 많다고 고민하고 있는 상태였다면? 거래처는 겉으로는 왜 약속을 어기냐며 호통 치면서도, 속으로는 재고 걱정을 덜어 기뻐할 것이다. 아래 그림은 거래처와의 재협상을 통해 나중에 물건을 주겠다고 했을 때 수요예측의 변동을 보여준다.

▲ <그림 4-1> 한 주가 지난 후 (지난 주 목표 대비 초과 달성에 의한 이번 주 수요예측 조정)

 

그림에서 보듯이 이번 주 수요예측을 100개로 변경하고, 다음 주 수요예측을 200에서 250으로 변경했다. 재고가 충분해지는 다음 주 수요예측을 50 개 늘린 셈이다.

 

공장을 상대로 협상을 한다. 생산계획을 잘 살펴보면 600 개가 잡혀 있다. 600 개라는 수량은 왜 정해졌을까? 생산라인 셋업을 하고 최소한 그 정도를 생산해야 공장의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수량이 600 개여야 컨테이너 한 박스 또는 윙바디 한 트럭에 전부 다 들어가기 때문이리라. 600 개를 다 생산한 다음 이를 운반 상차하는데 2주가 걸리는 것이리라. 만약 이 공장으로부터 여러 가지 물건을 동시에 공급받는다면, 차라리 300 개를 생산하고 다른 물건과 혼적해 보다 빨리 받는 방식은 어떨까?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지난주에 한꺼번에 600 개의 생산계획을 세웠던 것을 애초부터 지난주 300 개, 이번주 300 개로 나눠 편성해서 2주가 아닌 1주일 만에 받을 수 있다면 이번 주 150 개를 팔 수 있다.

▲ <그림 4-2> 한 주가 지난 후 (지난 주 목표 대비 초과 달성에 의한 생산 – 조달계획 조정)

 

그러면 영업부서는 굳이 수요예측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 비록 지난주 수요예측보다 더 많이 판매했지만, 생산계획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유연한 생산’ 이야기가 매번 등장한다. 사실 이 사례는 영업부서에서 300 개씩 나눠 재협상하기에 앞서 공장 스스로 300 개씩 생산해도 원가 경쟁력이 있을 만큼 유연한 생산을 구현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공장과의 재협상이 불가능하고, 거래처에서 발주량마저 줄일 생각이 없다면 영업부서는 50 개에 대한 매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그림 3 참조). 포기는 김장할 때만 쓰는 말이라고 주장한다면 최후의 수단은… 다른 거래처에 판매할 물건을 빼거나(할당을 하자는 의미다), 기존 거래처를 상대로 다른 물건을 팔아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지금까지는 예측보다 판매가 많을 때를 가정했다. 반대로 예측보다 판매가 적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지난주에 100 개를 수요예측해 놓고 실제 50 개를 팔았다고 해 보자. 생산계획은 600 개 그대로 실행되었다. 지난주 실적에 위축되었는지 영업부서가 이번 주 수요예측을 150 개에서 100 개로 하향조정했다. 만약 영업부서가 600 개를 예정대로 다음 주에 입고해 버리면 3주 동안 550 + 350 + 350 = 1,250 개, 즉 평균 400 개가 넘는 재고를 보유해야 한다. 그만큼 재고 보관비용이 늘어나고 영업 현금흐름은 악화된다.

▲ <그림 4-3> 한 주가 지난 후 (지난 주 목표 대비 실적 미달에 의한 재고 증가)

 

만약 트레일러 화물이라면 기사님께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샤시(Chassis)만 야드에 내려놓고 가시라 말씀드려 입고를 늦출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예정보다 1주일 늦게 입고를 받았을 때의 재고 변동을 보여준다.

▲ <그림 4-4> 한 주가 지난 후 (지난 주 목표 대비 실적 미달에 의한 재고 입고계획 조정)

 

입고를 1주일만 늦춰도 3주 동안 50 + 450 + 450 = 950, 평균 300개 정도의 재고를 보관하게 되므로, 그만큼 보관료가 줄어들고 현금흐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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