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과의 계약보다 저렴한 EMS 비용, '수집대행사'는 누구인가?
'개미물량'을 확보해 큰 할인율로, 우체국과 셀러 '모두의 친구'
손해배상 불가? 우체국 수입감소? 수집대행은 득인가, 실인가
글. 신승윤 기자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셀링 플랫폼 활성화와 함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규모는 2015년 9,600억 원 규모에서 매년 평균 33%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 가운데 모든 역직구 셀러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제품의 해외 배송이다.
물론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와 국가에 따라 드랍쉬핑, 전자통관시스템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겠지만, 여전히 우체국 국제특급서비스 EMS(Express Mail Service)는 국내 셀러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타 특송사에 비해 배송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며, 서비스 지역 또한 세계 143 개국 이상이다. 또한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 Union) 회원국 간의 협약을 통해 손쉬운 간이통관이 적용되고, 신뢰할만한 손해배상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수집대행사란?
그 가운데 우체국 EMS와 역직구 셀러들을 연결하는 특별한 사업체가 존재한다. ‘수집대행사’로 불리는 이들 업체는 셀러들의 물량을 한 데 모은 뒤, 해당 물량들을 가지고 우체국과 직접 EMS 계약을 맺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체국이 이용금액 별 EMS 요금 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EMS 계약고객을 위한 할인제도 요금표
▲ EMS 계약고객 관련 특별할인제도
우체국은 EMS를 월별 계약해 이용하는 셀러들을 위해 할인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는 매달 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며, 그 외 장기이용이나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의 특별 할인을 통해 해당 조건을 충족할 시 추가로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단, 이는 말 그대로 조건부 할인제도다. 이용 금액이 기준치를 넘지 못하거나 특별 할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떠한 할인도 받을 수 없다. 수집대행사들은 이 부분에 집중한다. 이용실적이 낮은 소규모 셀러 다수의 물량을 모아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뒤, 이 물량을 가지고 우체국과 계약하면서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모 수집대행사 직원은 “(우리)수집대행사를 이용하면 기본적으로 1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며 “이 또한 매출에 기반 하여 갈수록 할인율이 높아진다. 우체국이 제공하는 18%보다 높은, 최대 2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최소 50만 원 이상의 이용실적이 있어야 4%의 할인율을 적용해주는 우체국과의 직접 계약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말했다.
더불어 “수집대행사는 단 한두 건의 물량이라도 직접 방문하여 픽업한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아직까지 매출이 적은 셀러들에게는 배송비 할인에 있어서도, 제품 픽업과 운반 등에 있어서도 수집대행사를 통한 EMS 계약이 훨씬 이득”이라 설명했다.
해당 업체들이 ‘수집’대행사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수집대행사가 운영하는 화물차들은 각지에 위치한 셀러들의 물류거점을 돌며 직접 제품들을 수집한다. 이후 수집을 마친 제품들을 일괄 우체국으로 운반한 뒤, 수집대행사 명의로 체결된 계약에 따라 EMS 발송을 마친다. 이렇게 대행사들은 각각의 셀러들이 납부한 EMS 이용료와,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은 실제 이용료 간의 차액을 취함으로써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체국의 친구, 수집대행
한편 수집대행사는 역직구 셀러들에게만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우체국 또한 수집대행사를 필요로 한다. 우체국 역량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EMS 전체의 물량을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우체국 물류센터 앞 우체국 차량과 함께 주차돼 있는 수집대행사 화물차. EMS 로고를 직접 부착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실 우체국이 모든 지역의 셀러들을 방문해 지극히 소규모의 물량까지 모두 픽업해 신속히 배송하기에는 인력이나 차량 운행 등에 한계가 있다. 그 가운데 수집대행사들은 우체국의 손길이 뻗지 못하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로써 역직구 셀러들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고, 우체국은 EMS의 비용적 허들을 낮춤과 동시에 역량 이상의 물량까지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수집은 우체국에게도, 셀러에게도 매력적이다.
장점만큼 명확한 한계
물론 수집대행사를 통한 EMS 계약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물의 파손, 분실, 지연 등과 관련해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집대행사를 통한 EMS 계약은 그 주체가 우체국과 대행사가 된다. 그 가운데 셀러는 포함되지 않으며, 때문에 화물과 관련된 변상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 EMS에 있어 우체국은 배송 지연이 발생할 경우 배상금을 지불하는데, 수집대행업체들이 해당 손해배상액을 우체국으로부터 수취한 후에 이를 고객들에게 전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파손과 관련된 셀러의 민원에 대해서도 우체국은 책임소재가 없기에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는 제품 판매와 관련해 고객과의 신뢰가 최우선인 셀러 입장에서 상당히 불안한 요소이며, 결국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득인가, 실인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판매된 상품의 51%는 전 세계 외부 셀러들이 판매한 상품이며, 한국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규모 또한 2015년 2조 9,600억 원 규모에서 매년 평균 33%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즉, 향후 역직구 물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 가운데 매년 우편사업 적자 문제에 시달리는 우정사업본부가 유일하다시피 한 수익 사업 EMS의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종사자는 “국가기관인 우체국에서 일종의 리셀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집대행사를 통해 확보하는 물량을 우체국이 직접 처리한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EMS 관련 인프라에 보다 투자함은 물론, 디지털화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큰 수익이 걸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상 유지만 한다는 것은 단지 실적 채우기에 불과한 모습”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2018년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 중 국제우편 물량은 2,000만 통, 매출은 3,894억 원으로 이는 2016년 물량 2,100만 통, 매출 4,862억 원에 비해 떨어진 수치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한·중 사드갈등으로 인해 역직구의 주 행선지였던 중국 고객들이 다수 이탈한 영향이 크다. 실제 모 수집대행사 대표는 “사드갈등 이후 중국으로 가는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업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했으며,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나 때문에 더 우정부의 EMS 관련 수익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관련해 우체국은 EMS 특별할인을 통해 중국, 일본, 싱가폴과 같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15%의 추가할인을 적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특별할인은 수집대행사 외에 우체국과 직접 계약하는 셀러에게만 제공하는 혜택이다. 더불어 한·중 해상특송서비스와 같은 이커머스 특화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EMS 요금대비 40~70% 저렴한 서비스로, 이 또한 우체국과의 직접 계약을 통해서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향후 이익창출과 동시에 보다 많은 셀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