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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물류 만난 덕후] 환경파괴의 주범, 크리스마스 포장?

by 신승윤 기자

2018년 12월 07일

글. 신승윤 기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옵니다. 신나는 캐럴, 반짝이는 트리 등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것들은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산타클로스를 빼놓으면 서운하겠죠. 누구나 어린 시절(또는 지금까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굳게 믿었으며, 저 또한 그러했으니까요. 지금도 산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 할지라도, 누군가 나의 산타가 되어주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습니다. 결국 산타가 주는 ‘선물’이 핵심이니까요.

 

제가 ‘신덕후’가 된 것도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를 가장한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각종 로봇, 액션 피겨, 장난감 블록, 게임기까지. 1년 내내 인색하시던 부모님도 크리스마스만큼은 제가 원하던 것에 근접한 선물을 주려 부단히 노력하셨죠. 당시 가지고 있던 로봇과 피겨들이 현재 서초동 국제전자상가 등에서 수십, 수백만 원에 거래되는 모습을 보면 그 시절의 추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복통이 밀려오고는 합니다.

 

늘어나는 선물, 그보다 더 늘어나는 포장재

90년대뿐만 아니라 요즘 부모님들도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완구업체들의 최대 성수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판매량을 보입니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4분기 매출이 완구업체들의 연매출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납니다. 당연하게도 손오공 등 완구업체들은 물량을 2배 이상 늘렸고,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는 크리스마스 사전예약판매와 더불어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 매년 크리스마스면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완구 이벤트(사진: 이마트)

 

그러다보니 당연히 선물포장에 드는 포장재 사용량도 월등히 증가합니다. 제품 자체에 대한 포장은 물론, 선물포장, 택배포장이 더해집니다. 택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명절만큼은 아닐지라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항상 물량이 증가했다. 이번 시즌에도 약 5% 이상의 물량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박스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장난감이나 피겨 등을 구매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포장박스 내부에 비닐,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 에어팩 등 얼마나 많은 완충재가 들어가는지 말이죠.

 

포장재 없이 덕후는 못살아!

모든 제품이 그렇겠지만, 장난감이나 피겨 등은 외부충격에 특히 더 약합니다. 겉 부분에 흠이 나거나, 약한 연결부위가 파손되기 쉽습니다. 더불어 덕후들은 제품상자나 내부 포장에 쓰이는 구성품들까지 꼼꼼히 모으기 마련인데요. 이것들 또한 절대 파손돼서는 안 됩니다. 그만큼 값어치가 떨어지니까요. 콜렉팅이 아닌 선물 목적이어도 마찬가지겠죠. 누구도 파손이 생긴 제품을 선물로 주고, 또 받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포장재와 완충재는 많을수록 좋지, 결코 나쁠 것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 무엇이 들었는지 겉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피겨 포장(출처: 웹 커뮤니티 루리웹, 피규어덕후)

 

허나 문제는 이러한 완충재들이 대부분 플라스틱, 그리고 합성 플라스틱인 비닐 소재라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일어난 폐비닐 수거중단 사태, 일명 ‘재활용품 수거 대란’ 이후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을 통해 ‘유통단계 포장 최소화’, ‘분리배출 용이성 확보’ 등 과대포장 방지 및 친환경 포장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마련하겠다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포장의 환경성을 높이고자 ‘포장과 환경 한국산업표준(KS) 8종’을 제정해 지난 11월 발표했습니다. 포장이 제품 보호라는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맥락입니다. 재사용, 물질 재활용, 에너지 회수 등의 표준이 제정됐으며, 포장재의 무게·부피를 최소화하는 요건 또한 명시됐습니다. 즉, 앞으로 포장재 양은 갈수록 최소화돼야 하며, 그 소재 또한 친환경적이어야 함을 뜻합니다. 이를 법으로 명시해 관리하겠다는 것이죠.

 

친환경 포장재, 포장 혁신 불러올까

이 같은 물류업계의 친환경 이슈는 덕후들에게 다소 불안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허나 다행히도 친환경소재를 활용해 제품포장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테코플러스(Teco Plus)'는 자체 기술로 친환경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원료를 제작하는 기업입니다. 

 

테코플러스의 친환경 원료는 고분자 물질인 기존 플라스틱과 달리, 특수 첨가제를 투입한 저분자 물질로 구성된다 합니다. 하여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어 물, 이산화탄소로 분해시킴으로써 다시금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합니다. 그 기간은 최대 60개월이라고 하네요. 현재 테이크아웃 컵과 식품용기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에어캡 등 비닐 원료에도 첨가제를 넣어 제조가능하다고 하니, 대부분의 플라스틱 포장재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CJ오쇼핑 또한 친환경 포장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합니다. 박스 포장에 사용되는 테이프 소재를 종이로 전면 교체하였으며, 상품을 감싸는 완충재 또한 종이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용하던 에어캡이나 스티로폼을 모두 없애고, 환경보호 및 고객편의에 집중하겠다는 운영방식입니다. 고급 의류를 포장하는 부직포, 신선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아이스팩 등 다양한 포장 방식에 맞춰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 및 계획하고 있습니다.

▲ CJ오쇼핑이 도입한 친환경 종이완충재

 

김기백 CJ오쇼핑 SCM기획운영팀 과장은 "사실 이러한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투자는 홈쇼핑이기에 가능하다"며 "기존에 포장된 제품을 배송용으로 재포장하는 과정이기에, 친환경 포장재의 비교적 높은 단가에도 불구하고 적극 도입할 수 있다. 더불어 종이완충재 등을 사용하면서 제품이 훨씬 고급스러워 보임은 물론, 품질 보호 효과도 확실하고, 포장 작업에 있어 업무효율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고객, 기업, 환경 모두에게 좋은 포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몸에 좋을수록 맛없다? 쓰디 쓴 친환경의 한계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존재합니다. 앞에서 언급됐던, 바로 친환경 포장재 생산 단가입니다. 제품생산과 포장, 운송과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친환경 이슈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포장재의 빠른 보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여전히 기존 포장재를 활용했을 때의 이윤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몇몇 이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중에 있지만, 보다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커피숍에서 더 이상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처럼 규제가 즉각 이뤄지지 않는 한 말이죠.

 

이와 관련해 이강대 연세대학교 패키징학과 교수는 “이미 포장재에 있어 친환경과 관련된 기술은 이미 무수히 개발돼 있다”라며 “다만 제조업자들이 굳이 비용이 배로 많이 드는 친환경 원료나 기술을 사용할 동기가 아직까지 부족한 상태다. 대기업들의 경우 친환경 소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중·소기업들의 경우 원료의 단가와 매출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규제를 강화한다면 생업에 큰 지장이 생기기에, 환경부에서도 즉각 규제보다는 업자들의 환경이슈 인지와 관련 의식개선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리 '클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설도 있고 추석도 있습니다. 각종 선물용 물량이 폭발하는 시기는 그 외에도 많이 있으나, 크리스마스만큼 덕후들에게 딱 알맞으면서 소중한 시간이 또 있을까요. 저도 저에게 선물을 하나 줬습니다.

▲ 무한한 죽음의 게임 '다크소울'과 함께 배송된 피겨

 

위 게임 타이틀과 함께 배송된 흉상 피겨는 말 그대로 에어캡에 의해 질식사 직전의 상태로 도착했습니다. 기사의 목 부분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깁스까지 부착된 채로 배송됐죠. 그 디테일한 포장에 감탄을 하는 한편, 수천 개씩 늘어선 기사의 흉상 피겨, 그리고 모든 피겨들이 장착한 목 깁스, 같은 시각 저 멀리 태평양 한 가운데서 플라스틱으로 신음하는 하와이 바다거북이 자꾸만 오버랩 됩니다. 거북이 친구들까지 걱정하기에 저 또한 빠듯한 삶이지만, 마음 한편이 영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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