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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니까 할 수 있는 '공유물류'

by 엄지용 기자

2018년 08월 23일

쿠팡이 오늘 일반인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 '쿠팡플렉스'를 발표했습니다. 아마존이 2015년 공개한 서비스인 '아마존플렉스'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모양입니다. [아마존의 기행, 이제는 일반인 배송시대!]

 

공유물류 실험은 사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요. 우버나 그랩, 고젝 같은 스타트업은 물론이거니와. DHL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 또한 시도했던 서비스입니다. [우버式 공유물류, 한국에서 잘 될까]

사실 국내에서도 공유물류 서비스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잘 안됐지요. 

 

잘 안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번 쓰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 생태계의 '규모'를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퀵서비스 하듯 한 건, 한 건 배송하는 수준으로는 배송인에게 유의미한 수익을 만들 수 없었거든요. 배송인이 안생기니 당연히 화주도 안 모입니다. 물건이 없으니 신기해서 가입한 배송인도 이탈합니다. 악순환입니다.

공유물류가 안 된 이유

대중을 배송인으로 활용하는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그 개념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기존 낭비되고 있던 사람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활용하여 부가수익을 창출한다는 개념 또한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공유경제 물류사업 모델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 특히 국내에서 그 사업을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이미 사업에서 철수한 기업, 현시점 남아있는 업체들의 머릿속에 수많은 고민들이 존재했던 이유다. 대표적인 숙제는 물류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만드는 ‘대중’이라는 불확실성을 꼽을 수 있다. 공유경제 물류의 몇 가지 고민들을 함께 살펴보자.

첫째, 공급의 문제다. 퀵서비스 소비자의 가장 큰 니즈는 ‘신속성(Quick)'에 있다. 공유경제 배송이 아무리 신선하고, 배송비가 저렴해도 즉각적인 배송인 매칭을 통한 빠른 배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가 해당 플랫폼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어진다.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배송인을 확충하여 배송 프로세스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고객 이탈을 막을 필요가 있다. 무버에 앞서 공유경제 플랫폼 SNS퀵을 개발했던 유니넷소프트 이봉형 대표는 “공유경제 배송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배송인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배송인을 확보하기 위해 유니넷소프트 또한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2014년 필자와 인터뷰를 통해 전한 바 있다.

둘째, 단가의 문제다. 어찌 보면 국내 물류환경에서 가장 큰 숙제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국내물류는 당일 퀵서비스 가격은 5000~7000원부터, 택배 서비스는 익일배송 기준 약 25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공유경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송인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이 ‘금전’(공유경제 물류스타트업 ‘피기비’ 자체조사 기반)인 것을 감안하면 굳이 몇천원의 추가 배송비를 벌고자 배송인 역할을 자처할 사람은 국내에 없어 보인다. 실상 원래 가고자 했던 경로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물건을 픽업하고, 목표지역에 배송하고 다시 돌아오는 교통비가 배송비보다 더 큰 것이 실정이기 때문이다.

셋째, 신뢰의 문제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화물을 맡길 수 있을까. C2C 배송플랫폼은 택배기사나 퀵 라이더와 같은 전문 배송인이 아닌 일반 대중을 배송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소비자에게 택배기사나 퀵 라이더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기는 매한가지나, 일반 대중이 배송한다는 것에 대한 불신은 분명 존재한다. 공유경제 물류 서비스를 알고 있다고 전한 한 대학원생은 “내용은 참신하고 재밌으나 해당 서비스를 통해 배송 서비스를 의뢰할 것이냐 묻는다면 그 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퀵 배송은 대개 중요한 화물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데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심지어 신뢰할 수 없는 일반 대중에게 배송을 맡기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는 이유다.

유니콘 꿈꾸는 물류 괴짜들 본문 中(2017, 엄지용 외 저)

 

반면, 쿠팡은 물량은 확실히 쥐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의미한 파트타임 수익만 발생할 수 있다면 다량의 배송인을 확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쿠팡맨의 대체 시나리오도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사족으로 항간에서 들리는 위법논란은 이번 이슈와는 상관없다고 봅니다. 쿠팡이 통합물류협회라는 택배사 군단과 몇년간 싸우면서 얻어낸 결과가 있거든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남'의 화물을 '유상' 운송하는 경우를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이라 규정하고 있고, 이 경우 별도의 허가(영업용 번호판)를 받아야 됩니다. [로켓배송 위법논란 총정리, 1년 반의 기록]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매입한 '자신'의 화물을 19,800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무상' 운송하는 서비스죠. 쿠팡차가 흰 번호판인 이유이기도 한데, 아직까지 해묵은 이슈로 때리는 언론사가 있다는 건 좀 아쉽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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