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새 틀 필요한 물류, 공유경제가 대안 될까

by 송상화

2017년 09월 12일

공유경제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국내 이야기부터 시작해봅시다. 올해 7월 법원은 쿠팡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에 대한 소송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의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조건(‘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판결에는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해 자체 물량을 확보한 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이 반영됐습니다. 만약 오픈마켓처럼 셀러의 상품판매를 중개하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택배서비스를 제공했다면 판결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법원은 쿠팡의 직매입 유통 특성을 고려해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유통업체가 자체 택배서비스를 만들어 택배업체와 직접 경쟁을 벌일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물론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쉬운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다음을 일본입니다. 국내서 법원이 쿠팡 로켓직구가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것과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규제완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노선버스와 택시를 활용한 화물운송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버스의 경우 350kg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규제완화가 추진됨에 따라 기존보다 더 자유로운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25년간 20% 이상의 인구가 감소한 지역에서는 택시 및 임대버스를 활용한 화물운송도 가능해졌습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트럭이 화물운송뿐 아니라 여객운송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이번 규제완화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화물운송서비스에 대한 가격 책정 역시 ‘자유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한편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배송기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야마토는 배송단가를 현실화하고 무리한 서비스 확장 정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점점 다양해지던 부가서비스를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변경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존재팬은 배송서비스를 대행해줄 로컬 협력업체들과 제휴관계를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미국에는 온라인 최강자 아마존이 다른 유통기업을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택배서비스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현재는 페덱스와 UPS가 대부분의 아마존 택배 물량을 처리하고 있지만, 향후 아마존이 ‘직접 택배 서비스(DBA: Delivery By Amazon)’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풀필먼트센터로 불리는 물류창고를 혁신하는 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아마존이 이에 더해 배송서비스 분야로 진출하게 될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순펑(SF Express) 사이의 분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알리바바가 물류자회사인 차이니아오를 통해 택배사들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요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순펑이 무인택배함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택배서비스 중단으로까지 문제가 확대되었다는 뉴스였습니다. 두 거대기업의 분쟁은 중국 정부가 나섬에 따라 일단 봉합되었습니다만, 향후 유통기업과 물류기업이 협력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한국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전 세계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슈는 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더 빠르고, 더 특별한 서비스를 위해

 

지금껏 유통과 물류산업은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화를 이루면서 분업체계를 공고히 해왔습니다. 특히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서는 이미 표준화된 서비스 체계를 갖춘 물류기업이 전문적인 영역을 단단하게 구축했으며, 이로 인해 유통과 물류산업이 분업·협업하는 관계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택배산업은 공급 측면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큽니다. 대규모 허브터미널을 구축하고 화물 분류를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커질수록 원가는 더욱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택배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전자상거래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도 배송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유통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그러니까 물류창고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매우 흔하지만(알리바바, 징동, 아마존 등은 모두 풀필먼트센터 구축 및 혁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송만큼은 물류기업의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깁니다. 물론 징동처럼 정규직 택배 사원을 고용하고 자체 배송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한 유통기업도 있긴 하지만, 징동이 당일배송과 같은 서비스 품질 차별화를 위해 대규모 ‘적자’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유통과 물류의 분업 관계는 꽤 공고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나 아마존의 DBA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드론을 활용한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 테스트에는 아마존, 징동, 라쿠텐 등의 유수의 유통기업이 모두 뛰어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알리바바와 순펑의 갈등처럼 배송서비스와 관련된 인접 프로세스에서 부딪힘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어디에서 기인할까요. 많은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라스트마일단에서 감지되는 변화의 흐름이 이러한 상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택배서비스를 살펴봅시다. 한국의 경우 익일배송이, 미국의 경우 D+2일 배송이 표준화돼 있습니다. 택배서비스의 핵심은 싸고 안전하게 상품을 배송하는 데 있었습니다. 유통기업이 새로운 배송서비스를 테스트한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지만 아직까지 배송서비스의 주류는 페덱스와 UPS입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유통기업이 이미 네트워크를 구축한 물류기업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여 원가를 더 낮게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례로 야마토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아마존재팬도 협력 업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더 빨리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 ‘속도경쟁’과 함께 남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차별화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존의 표준화된 서비스는 한계를 맞이하게 됩니다. 더욱이 소비자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도심지역뿐 아니라 인구밀도가 낮은 외곽지역에서도 유통서비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서비스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허브-앤-스포크 다음은 무엇

 

지금까지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에는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라 불리는 택배 네트워크 구조가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페덱스와 UPS, 야마토와 사가와큐빈 모두 허브-앤-스포크 방식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력을 제고해왔습니다. 국내에서도 CJ대한통운의 사례처럼 메가 허브터미널 구축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곧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 밀도가 낮은 넓은 지역에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새로운 숙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허브를 통해 화물이 중개되는 방식의 서비스 모델은 시간 측면에서 비효율적일뿐더러 대규모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고정비를 상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허브-앤-스포크 방식에서는 동일한 요구수준을 가진 표준화된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유통산업이 변화함께 따라 똑같은 서비스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정비를 상쇄하는 데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이나 자율주행 트럭과 같은 신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드론은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배송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 없이도 운영 가능한 수준까지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드론을 활용해 분산된 지역에 단일 상품을 배송하는 데 어느 정도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술 개발 속도는 더딥니다. 드론이나 자율주행차가 물류현장에서 상용화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체 배송서비스를 수행하며 서비스 품질 강화에 초점을 맞췄던 징동과 쿠팡은 모두 배송 분야에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투-포인트 (Point-to-Point)’ 방식을 넘어 허브-앤-스포크 기반의 네트워크 방식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 4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빠른 속도의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모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 기존 물류 대안될까

 

그리고 ‘공유경제형 물류서비스’가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호텔 자산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에어비앤비가 대규모 호텔체인을 뛰어넘었고, 우버는 택시 한 대 보유하지 않고도 택시시장을 빠르게 잠식했습니다. 이들의 성공은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기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계획을 미리 세운 뒤 대규모 운송을 할 수 있는 ‘퍼스트마일’ 물류와 달리 ‘라스트마일’ 물류는 모든 것이 불확실합니다. 이러한 라스트마일 물류에서 공유경제형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공유경제형 서비스는 이미 투자·구축되어 있는 자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택시와 버스, 트럭이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 곳곳에는 빈 공간이 많습니다. 공유경제형 서비스는 그 빈 공안에서 기회를 발견합니다.

 

DHL은 2017년 ‘공유경제형 물류서비스(Sharing Economy Logistics)’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유경제형 서비스가 바꾸어가는 물류시스템을 상세하게 분석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소개된 사례를 몇 가지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음식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배송 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배송인력을 꾸리고 있습니다. 누구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포스트메이츠는 시간당 25달러 이상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대신하여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스타카트(Instacart)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장을 보는 인력을 자체적으로 고용하기보다는 등록한 사람은 누구나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공유경제형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옴니(Omni)는 도심 보관서비스에 공유경제형 서비스를 접목했습니다. 도심 내에 비어있는 공간을 대거 확보한 뒤 원룸이나 공간이 부족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물품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가령 옴니는 도심 내 유휴 공간이나 외곽지역을 활용해 집안에 보관하기 부담스러운 겨울옷과 겨울 이불 등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에서도 음식배달, 물류창고, 도심 내 보관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가운데 공유경제형 서비스를 핵심으로 내세우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이들이 공유경제형 서비스를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공유경제형 물류서비스는 미활용 공간, 미활용 운송자산,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잉여’를 적극 활용하여 기존의 물류서비스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물류서비스가 도달할 수 없었던 품질 중심의 혁신적 서비스 모델이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페덱스와 UPS에 배송서비스를 의존하는 아마존 역시 ‘아마존플렉스(Amazon Flex)’라는 공유경제형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은 누구나 아마존의 1시간 내 배송, 2시간 내 배송과 같은 속도 중심의 배송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기회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곳

 

하지만 아쉽게도, 공유경제형 서비스로 시장을 뒤바꾼 우버나 에어비앤비와는 달리 물류서비스 분야에서는 공유경제형 서비스의 확산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공유경제형 물류서비스가 상용화되는 사례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더라도 공유경제형 배송 및 보관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등장한 기업이 2015년 붐을 이뤘지만, 2017년에 접어들면서 그 붐은 가라앉았고, 실제 서비스로 연결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유경제형 물류서비스가 상용 서비스로 나아가지 못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물류서비스와 관련된 규제의 문제 등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원활히 적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공유경제형 서비스를 완성하는 두 축, 그러니까 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에게 ‘끊김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선 이 부분에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익숙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지금까지 전통적 기업은 원가를 최소화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등 공급 측면의 혁신에 익숙했습니다. 반면 공유경제형 서비스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수요 측면의 혁신을 요구합니다.

 

다음으로 과거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도 택시의 화물운송서비스 진출 영역을 ‘25년간 인구가 20% 이상 감소한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을 만큼 규제완화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형 물류서비스의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남과 다른 서비스로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 표준화된 배송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의 ‘인센티브’는 충분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차별화할지,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공유경제형 서비스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유경제형 물류서비스에 아직까지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기에 불확실성과 함께 기회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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