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e모빌리티 시대의 안전관리, 이것만은 알고 가자

by 박정민

2018년 07월 31일

e모빌리티 시대의 도래, 안전관리 인식 필요성 높아져

차종마다 다른 사고 대처법, 매뉴얼 구축해 위험 대비해야

 

글. 박정민 이빛컴퍼니 대표 / 신동진 이빛컴퍼니 컨설턴트

 

Idea in Brief

 

ICT기술 융합이 만드는 물류 운송수단의 변화, 그 한 축에는 e모빌리티가 있다. 택배, 배송 분야를 중심으로 친환경 전기차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물류터미널의 조업차량의 e모빌리티 대체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축전기술의 시대가 왔다. 이럴 때일수록 긴장해야 한다. e모빌리티는 인프라와 차량관리 측면에서 종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요한다. 그것을 숙지하지 않으면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 보급률이 미미한 이 때, 오히려 더 챙겨야 한다. 안전관리의 목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정작 우리는 ‘사고가 일어나야’ 안전관리의 소중함을 알지 않았던가.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 상공을 가르는 드론,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무인선박, 로봇이 관리하는 자동화 물류센터까지. 4차 산업혁명의 도전에 직면한 물류 운송수단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기존 물류 인프라와 ICT기술의 융합이 만드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탄생은 우리 삶에 기대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본다.

 

운송수단 변화의 한 축에는 ‘친환경차량’이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불리는 그것이다. 국내에서도 지자체별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금 정책을 내걸며 친환경차량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 한해서는 화물 전기차도 보급되는 모습이 보인다. 전기로 충전되는 버스가 도로 위를 누비며, 매연 없는 전기지게차가 팔레트를 옮기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의 시대는 저물고, 진보된 축전기술을 기반으로 한 e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했다.

 

전기차 안전? 생각은 해봤나

 

축전기술 기반 운송수단의 공통점은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전압 배터리에 축적된 에너지는 생활에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운용 측면에서는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고압의 충전시설이 필요하기에 큰 사고로 번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혹여 교통사고가 난다면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접근과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e모빌리티를 위한 안전장비와 안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차량 보급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금은 내연기관 차량과 e모빌리티가 함께 도로를 가르고 있는 과도기다. 그런데 사고가 날 경우에는 일반차량과 전기차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차체 트렁크나 문짝에 있는 표기(Hybrid, Electric)로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추돌이나 전복 등으로 파손된 차량은 일반차량과 구분이 힘들다. 만약 소방당국에서 사고차의 운전자를 구조하고자 다가갈 때 전기차인 것을 사전에 식별하지 못한다면 누설된 전류로 인해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고에 초기 대응하는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시 응급상황이나 사고위험 인식과 같은 고전압 안전 매뉴얼을 앞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소방당국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도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e모빌리티의 확산과 함께 다가오는 ‘안전’ 이슈. 이것만은 알고 가자.

 

QR코드를 통해 차량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 해외에서는 한 눈에 봐도 전기차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의 변화를 주거나, 차량 유리에 다양한 바코드를 부착하여 스캔하는 방식으로 전기차를 구분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① 그냥 불타게 놔두라고요?

 

NFPA(미국화재예방협회)에 따르면 고전압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화재 진압시 투입되는 소화물의 양과 진화 시간이 평균 6배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일단 전기차는 배터리의 밀폐구조로 인해 소화액이 투습되기 어렵다.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은 장시간 화재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전기차 화재발생시 배터리의 완전소화를 위한 방법으로 ‘그냥 불에 타도록 놔두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배터리의 발화가 매우 오래 가기 때문에 인근에 번지는 것만 막아도 선방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실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완전 진화보다는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방식의 현장 대응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 맞는 질소 소화기와 같은 진화제품이 연구, 생산되는 추세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진화하는 장면

 

② 누설전류, 보이지 않아요

 

사고가 난 전기차에서는 외부로 전류가 누설될 수 있다. 문제는 누설전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설전류가 수분 등에 접촉하여 저항이 낮아진다면, 감전으로 인한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차량에 보유하고 있는 ABC 축압식 분말소화기로는 전기차의 화재를 완전 진압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전기차 운전자의 사전 안전교육이 필수인 이유이기도 하다.

 

전류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

 

③ 전기차마다 다른 구조

 

전기차의 안전 매뉴얼은 제조사(OEM)별, 차종별로 상이하다. 일례로 긴급사고가 발생하면 메인 안전플러그(고전압차단 스위치) 전원을 차단해야 하는데, 메인 안전플러그의 위치가 차종별로 다르고 표준화된 규정도 없다. 운전자가 사전에 자차의 안전플러그 위치를 확인해야 되는 이유다.

 

그런데 운전자가 의식불명인 상황이라면? 구조자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수많은 전기차종의 안전플러그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전 교육을 통한 숙지와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킬 수 있었던 인명과 재산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는 전기차량의 소화방법 및 구조순서를 교육하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화재예방협회의 전기차 응급대처 가이드

 

④ 한 번 쓴 충전기도 다시보자

 

먼지에 뒤덮인 전기차 충전기는 작은 스파크에도 쉽게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정전기가 스파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충전기의 지속적인 관리는 중요하다. 해안가에 설치된 충전기는 해풍과 염분에 의해 부식되기 때문에 더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충전기의 누설전류는 전기차를 충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감전 사고와 연결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해안가에는 최소 IP66~68 등급 이상의 방진방수 기능을 가진 충전기 설치가 필요하다.

 

언제부턴가 주유소에 정전기 방지 패드가 부착된 주유기가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라 생각한다. 전기차 충전기에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충전기의 관리소홀 사례

 

물류라고 ‘안전’을 피해가진 않아요

 

국내 물류산업에서는 택배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차 활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택배뿐일까. 물류산업에서 활용되는 더 많은 운송수단이 e모빌리티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령 항공물류 산업의 한 축에는 ‘조업차량’이 존재한다. 항공기를 끌고 다니는 ‘토잉기’부터 터미널 내 다양한 운반 차량들까지. 최근 이 조업차량들이 ‘e모빌리티’로 대체되는 추세가 눈에 띈다. 이미 세계적으로 120개 이상의 국제공항이 전기조업차량(eGSE) 도입을 끝냈다. 친환경 설비 도입을 통한 기업 이미지 개선과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골자다.

 

물론 국내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2,000여 대에 달하는 국내 공항 조업차량은 모두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전기조업차량을 도입한다면 연간 800억 원의 비용 절감과 35,000톤(승용차 7,000대 분량)의 탄소배출 절감이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물류산업용 운송수단의 e모빌리티 대체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본다. 우정사업본부가 기존 우체부의 오토바이를 사륜 전기차로 전면교체 하겠다고 천명한 시대 아니던가.

 

e모빌리티 확산과 함께 대두되는 문제가 안전이다. 산업용 e모빌리티라고 다를 것이 없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안전관리 방법이 필요해진다. 안정화된 충전기술, 전력배분 시스템, 충전시설 관리, 운전자의 안전 매뉴얼 확보와 같은 것들이다.

 

매번 안전관리란 게 그랬던 것 같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우리는 과적 화물로 스러진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한다. e모빌리티의 안전관리도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지금.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그 소중함을 인식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박정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에서 트레이드와 마케팅을 담당했다. 2010년 자동차 외형 제작사업(M2CORETUNE)을 시작, 운영했다. 2017년 이빛컴퍼니를 설립하여 전기자동차 제작 및 고전압안전교육, 전기차 관련 토탈솔루션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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