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과 프라이빗의 만남, 'KT 블록체인 플랫폼'의 의미
블록체인이 유통산업에 미치는 영향, 무형 콘텐츠부터 실물 거래까지
최근 KT뿐만 아니라 ‘SKT’와 ‘LG U+’까지 통신 3사 모두가 뛰어들 정도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 가운데 KT 블록체인은 세계 최초로 ‘상용망’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발표했는데요. 과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로써 어떤 점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일까요.
퍼블릭 vs 프라이빗
현재 상용화된 블록체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퍼블릭(public) 블록체인’과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 블록체인입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이 있습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강점은 높은 확장성과 보안성입니다. 어떤 노드(node)*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각 블록의 정보 또한 모두에게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는 과정 또한 모든 노드들이 참여해 처리 속도가 낮고, 용량이 적어 사업화에 부적합하다는 평입니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허가받은 대상만 노드로 참여할 수 있는 제한적 형태를 띱니다. 거래에 있어 법적 책임을 지는 승인기관만 참여 가능하며, 거래 기록 열람 또한 거래당사자와 규제기관만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드 수가 적습니다. 덕분에 빠른 처리 속도와 대용량 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비공개로 관리되기에 투명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KT 블록체인은 이 퍼블릭, 프라이빗 블록체인 각각의 장점을 동시에 살려냈다 합니다. 노드 구축에 있어 KT가 전국에 확보해 놓은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를 활용함과 동시에, 이를 기존 네트워크에 앵커링(Anchoring)* 하는 방법인데요. 이로써 퍼블릭 블록체인의 안정성과 신뢰성이란 장점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빠른 처리 속도란 장점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영일 KT 블록체인센터장은 “기존 비트코인은 3 TPS(Transactions per Second, 초당거래량), 이더리움은 13 TPS, 리플은 1500 TPS에 머물렀다”며 “현재 KT 블록체인의 성능은 2,500 TPS이며, 2019년 말까지 10만 TPS를 달성할 수 있다. SNS나 증권사 네트워크에 적용 가능한 속도”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존 직렬 방식이 아닌 병렬 방식의 블록 검증 알고리즘을 KT 네트워크와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라는 설명입니다.
지난 24일 광화문에서 열린 ‘KT 블록체인 사업전략 기자간담회’
블록체인으로 콘텐츠 유통 변할까?
속도와 신뢰를 동시에 보장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당장 우리 생활의 어떤 부분이 변화할까요? 가장 먼저 떠오른 이슈는 바로 ‘콘텐츠 유통’입니다. 음악, 영화, 게임, 웹툰 등 웹을 통해 거래되는 콘텐츠들의 저작권 보호와 더불어 유통 과정이 투명화 되면서 공정한 정산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SKT는 연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음악 플랫폼을 출시하겠다 밝혔습니다. SM, JYP, 빅히트 등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약을 맺어 저작권 보호 및 장작자의 권리증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음원 수익의 상당부분을 유통사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가져가고 있는 구조에서, 중간 거래 과정을 간소화함으로써 창작자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KT는 7월 초부터 블록체인 기반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Blic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웹소설 콘텐츠 관리에 있어 블록체인을 적용해 불법 복제와 표절 등을 방지할 수 있으며, 결제내역 및 수익에 있어 작가와 독자 간 정보공개를 통해 투명한 정산이 가능합니다. 이 같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의 확산은 웹툰 등 불법 복제와 공유로 잦은 몸살을 앓는 웹 콘텐츠들에 있어 희소식이 될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글린콘(Glincon)은 블록체인 기반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애니센터(Ani-Center)’를 선보였습니다. 기존 대형 제작사, 유통사가 독점하는 애니메이션 유통 시장으로부터의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는 애니센터는 스트리밍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수익창출을 돕고자 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투자, 제작, 유통, 결제 과정을 블록체인을 통해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글린콘이 공개한 '애니센터' 애플리케이션 화면 (출처: 글린콘)
그러나 지금의 기술로는 콘텐츠 자체를 블록체인 데이터로 저장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동영상의 경우 그 용량이 매우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글린콘 최용원 대표는 “저작권이나 거래 내역 등은 해시값으로 블록체인에 저장되지만, 스트리밍 되는 애니메이션 파일 자체는 중앙 서버에 저장된다”며 “블록체인이 대용량을 처리하기에는 발전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스트리밍에 있어 각종 콘텐츠들이 블록체인 데이터로 업로드 된다면 이를 불법 복제, 공유해 이익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KT 블록체인 플랫폼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빠른 처리 속도와 함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안정적 네트워크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KT는 차별화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방 및 관련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2022년까지 국내 블록체인 시장 규모를 1조 원까지 성장시키는데 기여하겠다 밝혔습니다. 국가전체에 활용될 수 있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여러 응용사업에 대한 협력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그럼 소비자는 뭐가 좋은 거야?
사실 콘텐츠 유통에 있어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투명한 유통구조, 창작자 권리 보호 등은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직접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게끔 합니다. 물론 유통구조가 투명해지면 콘텐츠 판매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떨어지면 얼마나 떨어질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생각보다 확실합니다. 바로 ‘토큰(token)’입니다.
▲ KT 블록체인 플랫폼의 'K토큰' 체험관
지난 24일 KT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광화문 KT 빌딩 1층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설문을 마치니 ‘K토큰’을 지급합니다. 설문 자료를 블록체인 플랫폼에 제공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으며, 이를 커피 한 잔으로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는 앞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설문에 응하거나, 자신의 의견 및 취향을 반영하는 등 블록체인 플랫폼 성장에 기여함에 있어 토큰으로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KT엠하우스는 김포시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발행을 계획 중입니다. 지역 내 정책 참여, 개인 정보, 건강 정보 등을 제공함에 있어 토큰을 지급하고, 이를 지역 내 재화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소비를 살려 골목상권을 활성화 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나아가 해당 토큰은 블록체인에 기반해 해킹 및 위·변조가 불가능하기에 음성적 유통을 근절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스테라(Astera)’는 소비자에게 무료 건강상태 측정기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매번 측정된 심박수, 몸무게, 체온 등 생체데이터를 블록체인 망에 저장합니다. 이 데이터를 의료관련 사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활용하면서 소비자에게는 토큰으로 보상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모델은 기존 병원 등에서 무분별하게 수집 및 활용되던 개인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정보 제공자 개인에게 보상까지 제공합니다.
▲ 아스테라 체중계 및 토큰 분배방식 (출처: Astera.io)
만약 KT 블록체인 플랫폼이 일상에 활용되는 국가 기반 기술로 발전한다면, 실생활 다양한 영역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장점을 살려냈다는 KT의 기술과 네트워크 인프라로 인해 더욱 기대감을 높입니다.
다만 향후 KT 블록체인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기업 및 스타트업들에게 제공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 KT는 36개 회사가 모였다는 ‘KT 블록체인 얼라이언스’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화를 위한 각종 지원과,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과연 이후 상용화에 있어 어떤 조건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