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 치열한 현장, 우정부의 물류고민 해결할 아이디어를 찾아서
'비전피킹' 솔루션 제시한 스마트컨버전스팀 대상 수상
자동화 컨테이너 시스템, 우편창구 사용편의 개선방안, 등기 수취인 재방문 최소화 솔루션 등 다양한 의견 모여
지난달 15일부터 16일까지. <2018 KP 지능형 물류 해커톤> 본선 대회가 열렸다. 총 44개의 참가팀 중 예선을 통과한 26개 팀이 무박 2일의 레이스에 참여했다. 밤샘 토론과 끊임없는 고민의 시간을 거쳐 하드웨어 솔루션부터 플랫폼, 포장(패키징), 배송 시스템 등 우정물류의 고민을 해소하고, 스타트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선보여졌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우정사업본부의 사업은 크게 물류와 금융 두 부문으로 나뉜다. 그중에서 물류는 특히 우체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 전국에는 3,500여 개의 우체국이 운영되고 있다. 매년 평균 35억 건의 우편과 2억 5,000만 건의 택배가 우체국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반 대중과 업계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현장에 도입해 우체국의 물류 서비스 역량을 높이고, 스타트업을 지원해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행사가 열렸다. 2018 KP 지능형 물류 해커톤. 과연 현장에는 어떤 아이디어가 모였을까.
44→26→4, 우승 트로피를 향해
해커톤에서는 하드웨어 영역을 포함해 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배송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참가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커톤 심사는 크게 예선과 본선 두 단계를 거쳐 진행됐는데, 예선에서 총 44개의 팀이 과제기획서를 제출했다.
본지의 자체 분석 결과 이번 대회의 참석자 중 60%가 직장인이었고, 대학생과 스타트업 기업 참가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참가 주제와 관련해선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던 분야는 라스트마일 배송(24개)이었으며, 화물관리, 포장(패키징), 업무 자동화 같은 영역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서 제시된 주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반품, 동선 최적화, 배송 트래킹, 무인 물류거점, 의약품 및 식품 배송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됐다.
해커톤의 예선심사는 6월 8일, 다섯 명의 외부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심사단이 과제 기획서를 서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 역시 동석해 심사 현장의 분위기를 살폈다. 심사위원 각자 모든 업체에 대한 점수를 주고, 짧게나마 평을 적었다. 대체적으로 조용한 가운데서 평가가 이뤄졌지만, ‘구현 가능성, 현실성, 독창성, 적절성, 사업성 등을 고려해 어느 부문에 더 많은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나 참가자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예선 심사가 시작된 지 약 3시간 뒤에 결과가 마무리됐고, 예선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26개 팀의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무박 2일, 열기 가득한 현장
해커톤 본선의 첫 날이었던 지난달 15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드림플러스강남 지하 1층 이벤트홀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편한 복장으로 온 대학생부터 양복을 입은 회사원,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 양 손 가득 모자라 캐리어까지 끌고 온 이들까지 순식간에 이벤트홀이 100여 명의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해커톤이 펼쳐진 드림플러스강남 이벤트홀 전경
오후 2시,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나왔고, 실내가 조용해졌다. 우정부 측의 개회사부터 대회 상세일정표, 멘토 소개가 이어졌다. 오후 3시, 내일의 발표를 위한 팀 활동이 시작됐다. 장내는 다시금 떠들썩해졌다. “이 부분을 좀 더 다듬어야해”, “(우정부에서 받은) 관련 데이터 외에 우리 서비스 진행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에 대해 더 정리하자…” 대부분 2명 이상으로 구성된 팀인지라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목소리가 장내를 메웠다. 물론, 그중에는 헤드폰을 쓴 채 묵묵히 프로그래밍 화면을 보며 작업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저녁까지 이어진 팀 활동이 끝나고 저녁식사 후에 조별로 멘토들의 멘토링 활동이 이어졌다. 교수, VC관계자, 물류현업에 종사중인 멘토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자신이 맡은 참가팀을 방문해 물류업계의 구조와 업계 현황과 같은 배경지식 설명과 함께 멘티들의 작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 대표(멘토)의 멘토링을 받고 있는 해커톤 참가팀들. 이 날 멘토로는 육창용 롯데물류연구소 수석,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 이강대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 이종훈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멘토링이 끝나고 이어진 간단한 퀴즈 이벤트와 간식시간(참가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시간이기도 했다.)이 끝나자 어느새 밤 11시가 가까워졌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작업을 계속하는 참가자들이 늘어났다. 기자는 새벽 1시 정도에 현장에서 잠시 벗어났었는데, 이즈음 되니 참가자 중에도 책상에 엎드리거나 장내 한 편에 있는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이들도 많았다.
늦은 새벽, 소파에서 쪽잠을 청하는 해커톤 참가자들
새벽 5시 30분, 기자가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 한 편에 있는 소파는 쉬고 있는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전날과 비교했을 때, 참가팀들의 책상엔 에너지음료 캔들이 늘어나 있었다. 과제 제출은 정오였다. 오전 9시가 넘어가니 참가자 대부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최종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과제 발표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각 팀별로 발표시간 5분, 질의응답 시간 3분이 주어졌다. 때론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짧게 말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지난 두 달 간 준비하고 수없이 다듬었던 자신의 과제를 단 5분 안에 설명해야 했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센터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 류대규 우정사업본부 집배노동조건개선지원팀장, 김철민 CLO 대표가 해커톤 본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시상의 영광은 누구에게?
시상대에 오른 팀은 단 4팀(대상 1팀, 우수상 1팀, 장려상 3팀)이었다. 대상은 증강현실(AR) 기반의 ‘비전 피킹(Vision Picking)’ 기술을 선보인 ‘스마트컨버전스’ 팀에게 돌아갔다. 스마트컨버전스는 한 번에 여러 개의 상품과 바코드를 인식해 택배 물류센터나 풀필먼트 센터에 있는 소량의 다품종 상품을 처리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스마트컨버전스 측에 따르면, 현재 바코드는 1초 내에 인식되고, 상품과의 거리가 50cm 이내면 상품을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선별분류, 즉 물체를 먼저 인식한 후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을 사용하기에 효율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임상택 스마트컨버전스 대표는 “현재까지 포장이나 피킹 같은 부분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기 힘든 작업으로, 결국 사람이 소량의 다품종 상품을 처리하기 위해선 비전 피킹이 현실적으로 적용 효과가 큰 기술”이라며 “현업에 종사하는 멘토를 포함한 심사위원이 조언했던 것들을 보완해 더 효과적인 기술로 고도화시킬 것”이라 전했다.
대상을 수상한 스마트컨버전스팀
스마트컨버전스에 이어선 우체국의 우편물, 택배를 접수,보관,수령하는 '컨테이너형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발표한 포스테이너(우수상), '등기 수취인 부재시 재방문 최소화 솔루션'을 발표한 플라이휠(장려상), '무인우편창구 사용편의 개선방안'을 제시한 로지타(장려상)가 입상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수상팀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이 현재 우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을 함께 고민한 것 같아 감사하다”며 “실제 우체국 물류 사업에 적용 가능한 모델들은 지원하고 발전시켜 우정부의 수익성, 공익성을 제고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