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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찬차>는 속도가 생명! 한 평 푸드트럭이 만드는 '생산성'

by 신승윤 기자

2018년 06월 03일

오늘날의 <쾌찬차>, 푸드트럭의 생명 ‘신속성’

푸드트럭의 신속과 생산성(효율)을 책임지는 설비, 어떻게 구성될까

속도와 안전 모두 갖춰야 탄생하는 진정한 ‘쾌찬차’

(사진: 영화 <쾌찬차> 스틸컷)

 

글. 신승윤 기자

 

성룡 최고의 액션신을 담은 영화 <쾌찬차>

 

성룡 최고의 액션신을 꼽으라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후보가 있다. 1984년 영화 <쾌찬차> 중 미국 배우 베니 어키데즈와의 대결 장면이다. 이소룡과 척 노리스의 대결 장면 그 이상이란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이 전설적 장면과 더불어 영화 <쾌찬차>는 ‘골든 트리오’라 불렸던 성룡, 원표, 홍금보 모두가 등장해 지금까지도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쾌찬차>란 제목은 대체 무슨 뜻일까. 한자어를 풀어보면 빠를 ‘쾌(快)’, 밥 ‘찬(餐)’, 수레 ‘차(車)’. 중국어로 쾌찬(快餐)이 간편 음식, 패스트푸드란 뜻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결국 쾌찬차는 오늘날의 ‘푸드트럭’이다. 그리고 성룡과 원표는 이 푸드트럭의 사장님들로 등장한다.

▲ 영업에 한창인 성룡, 원표 두 사장님 (출처: 영화 <쾌찬차> 스틸컷)

 

푸드트럭이 사랑받는 이유

 

영화의 배경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달리, 우리나라는 2014년 8월에 이르러 푸드트럭을 합법화 했다. 이후 창업 활성화 이슈에 따른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해지자 푸드트럭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까지 서울시에 정식 등록된 푸드트럭은 470여 대로 ‘밤도깨비 야시장’과 대학 축제 등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수원 남문시장 등 푸드트럭 특화 지역도 등장했다.

 

이처럼 푸드트럭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점주 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창업비용, 이동수단을 활용해 수요(손님)가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신속성이 푸드트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빠르고 간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 말 그대로 ‘쾌찬’이기 때문이다.

 

‘쾌찬’의 비결? 요리보다 ‘설비’

 

진정한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냉혹한 푸드트럭의 세계에선 그렇지 않다. 음식 제조 및 판매가 지체되고 병목현상, 그러니까 줄이 늘어지는 현상이 이어지면 왔던 손님도 떠나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요리 실력도, 음식을 만드는 속도도,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할 것이 있다. 생산성을 고려한 치밀한 트럭 설비다.

▲ 병목현상이 거듭되면 손님은 지치기 마련이다.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적재, 이동, 음식 제조에 이어 음식 포장과 판매까지. 1평짜리 자그마한 푸드트럭이지만 그 속은 치열한 물류의 장이다. 최적의 동선 확보와 공간 활용이 없이는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이는 판매 감소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푸드트럭 전문 설비 및 제작에 나선 업체들이 있다. 그 중 김포에 위치한 ‘퀸즈 푸드트럭’을 직접 방문해 제조 과정을 확인해 봤다.

 

차종 선택부터 최종 출고까지 ‘효율, 또 효율’

 

푸드트럭 제작에 있어 선행돼야 할 것이 차종 선택과 탑(화물차 위에 설치하는 직육면체 형태의 짐칸) 제작이다. 국내법 상 푸드트럭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한정돼 있다. 때문에 차량의 크기, 연비, 화물칸의 면적과 적재량 등 영업 환경에 맞는 최적의 차종 선택이 우선된다.

 ▲ 제작을 앞둔 탑(상단)과 완성 후 트럭에 안착한 탑(하단)

 

다음은 탑 제작이다. 일반적인 경우 탑을 통째로 제작해 화물차에 설치한다. 한편 내장 탑차의 경우 기존의 탑을 개조하기도 한다. 허나 조건이 있으니 냉동용 탑차는 개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유는 냉동용 탑을 구성하는 판넬이 일반 판넬보다 두껍기 때문이다. 몇 센티미터의 공간이라도 더 확보해 활용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차종 선택을 마치면 다음은 탑 내부 설비에 돌입한다. 설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메뉴에 따른 동선 확보다. 푸드트럭 메뉴에 따라 필요한 집기, 재료의 적재와 조달 방식, 음식 제조 순서가 달라진다. 이 동선에 맞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영업에 필요한 모든 단계를 소화할 수 있도록 탑 내부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주 메뉴가 커피인 경우, 전기 설비를 중심으로 내부를 구성한다. 핵심인 커피머신을 중심으로 발전기, 전기배선, 급수 시설과 제빙기 등이 자리 잡은 뒤 주변으로 조리대와 도구 등이 촘촘히 들어선다. 그 외 스테이크와 같이 화력이 필요한 메뉴는 가스 설비와 조리대를 중심으로 배치하는 식이다.

▲ 한 평짜리 공간에 영업에 필요한 모든 설비가 들어가야 한다.

 

다음은 수납공간 확보다. 푸드트럭은 그 자체로서 원재료 창고이자, 운반차량이며, 영업장 부엌이다. 때문에 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해야 함은 물론, 이동 간에 흠집이 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잡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 때문에 공산품, 식자재, 조리도구 등 물품에 따라 적절한 보관함을 선택하고, 보관함의 위치까지 세밀히 조정한다.

 

최재현 퀸즈푸드트럭 대표는 “공간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면 3D 모델링을 통해 탑 설비를 진행한다”며 “내부에 필요한 모든 집기와 수납장의 실제 크기를 반영해 정확히 3D로 구현한다. 필요한 경우 수납장을 크기에 맞게 직접 제작해 설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 3D 모델링을 거친 푸드트럭 설비. 이는 제작 결과물과 99%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속도도 속도지만, 역시나 안전제일

 

그렇다고 해서 푸드트럭 설비가 단지 최적화를 통한 판매 극대화에 치중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사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탑 제작 및 설치를 마친 푸드트럭이 향하는 곳은 검사장. 이곳에서 푸드트럭을 기다리는 지역구 행정담당자 및 교통안전공단, 가스안전공사 담당자의 까다로운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전 제출한 설비 도면과 실제 차량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더불어 전류차단기와 가스함 설치가 필수이며, 가스 설비 시 2m가 넘는 거리는 모두 배관 공사가 필요하다. 그 외 오폐수처리 시설, 통풍 시설 설치여부를 확인하며 내부 집기의 가연성, 내후성 등을 검사한다. 때문에 조리 관련 집기들은 대부분 원목 대신 전면 스테인리스로 처리한다.

 

첨단 푸드트럭의 등장?

 

진정한 ‘쾌찬차’로 거듭나기 위해 효율과 안전 두 가지 모두를 겸비한 푸드트럭. 앞으로도 전국 곳곳을 누비며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제공해주길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한 가지. 영화 속 등장하는 ‘쾌찬차’는 버튼 하나로 척척 변신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버튼 하나로 자동 변신하는 성룡과 원표의 ‘쾌찬차’ (출처: 영화 <쾌찬차> 스틸컷)

 

과연 이러한 첨단 시스템 또한 구현 가능한 것일까. 해당 질문에 최재현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화려하긴 해도 효율이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개조 하신다면 저야 고맙지만, 단가가 만만치 않겠는데요?”

 

전문가 의견을 듣고 나니 극중 성룡과 원표가 왜 항상 자금부족에 시달리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절대 그들의 요리 실력을 의심하진 않으리라.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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