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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헤드셋이 물류현장에?

by 김태영 기자

2018년 05월 23일

택배기사의 필수품 '블루투스 헤드셋', 산업용이 따로 있다면

북미 배송기사 60% 사용... 산업용 헤드셋 '블루패럿' 한국 공략시작

배송현장과 물류센터에서 활용, 보이스 피킹 연동까지...

글. 김태영 기자

 

Idea in Brief

많은 국내 택배기사들은 업무 중 ‘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한다. 운전을 하다가, 혹은 작업을 하다가 전화가 오면 고개를 움직여 블루투스 헤드셋의 통화버튼을 누른다. 두 손을 움직이지 않고도 자유롭게 통화가 가능하다. 지루한 업무시간 중 음악 감상은 덤이다. 물론 택배기사들이 사용하는 블루투스 헤드셋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운송, 물류센터 현장을 특화, 공략한 업체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꽤 잘 팔려서 현지 운송기사의 6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는 제품이라고 한다. 산업용 블루투스 헤드셋,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일까.

 

“블루투스 헤드셋이요? 거의 다 쓰죠. 없으면 굉장히 불편해요. 고객에게 배송 상품과 시간 안내를 스마트폰 앱으로 하기 때문에 블루투스 헤드셋이 없으면 어휴... 손에 박스를 들고 핸드폰으로 어플을 누르니까 업무 자체가 힘들다고 봐야죠. 보통 택배기사들이 많이 구매하는 블루투스 헤드셋은 5만원 안 되는 제품이에요. 회사에서는 알아서 사서 쓰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고장이 잘나고 자주 잃어버려서...”(택배업체 C사 택배기사 A씨)

 

“택배기사는 대부분 블루투스 헤드셋을 사용하죠. 불편한 점은 이동을 하다보면 귀에서 이어폰이 잘 빠지는데 그러면 바닥에 떨어져서 고장나는 경우가 많아요. 방수 기능이 있으면 좋은데 2만 원 짜리 이어폰을 사는데 그런 기능까지 바랄 수 있나요. 회사에서 사주면 좋겠는데 블루투스 헤드셋이 택배기사들에게 제공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택배업체 H사 택배기사 B씨)

 

“필요하기는 한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10만 원 짜리도 사봤는데 제가 땀이 많아서 그런지 금방 고장나더라구요. 택배상자를 들고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 있으면 확실히 편한데 요즘 전화 안 받는 고객도 많고 그래서 언제부턴가 구매를 안 하게 됐어요. 비용이 많이 들어서 부담스러워요”(택배업체 L사 택배기사 C씨)

 

블루투스 헤드셋은 국내 많은 택배기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다. 물론 그것을 회사가 사주지는 않는다. 택배기사 스스로 업무의 편의를 만들기 위해 구매한다. 경기도 광주에서 근무하는 한 택배기사는 “사측은 블루투스 헤드셋을 편의장비로 규정하고 구매를 택배기사의 자의에 맡기지만, 일하는데 있어 꼭 필요하다”며 “(사측은) 택배기사가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구매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데, 결국 업무 효율을 높이는 장비인데 택배기사에게 보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개인사업자’로 회사와 계약을 맺는 택배기사들에게 회사의 브랜딩과 관련 없는 ‘편의장비’를 구비해줄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택배기사 개인의 편의를 위한 장비를 지급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물류센터의 고민 ‘무전기 보급’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최근 용인 H물류센터는 무전기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는 1,000평 규모에 정직원이 10명 남짓한 소규모 물류센터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물류센터에서 ‘무전기’가 활용될 여지는 많다. 물류센터는 현장에서 재고가 변경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품절까지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한 개 단위로 확인해서 품절되었음을 신속히 다른 직원에게 알려야한다. 고객이 품절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모든 직원에게 무전기를 공급하지는 못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단기근로자들의 숫자가 관리자의 숫자보다 많을뿐더러 단기 근로자는 말 그대로 ‘단기’ 근무로 수시로 근로자가 바뀐다. 이들 모두에게 무전기를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그룹을 형성해 그 중 관리자에게 무전기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급 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관리나 회수에도 어려움은 존재한다. H물류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언급된 문제들 때문에 무전기 사용을 고민하는 데 멈추고, 메신저나 개인 휴대전화로 무전을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M물류센터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대개 물류센터는 1,000평이 넘어가는 경우 업무 현장이 분리된다. 최근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한 이 물류센터 관계자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무전기가 필요하나, 기존 무전기는 실내에서 전파가 잘 닿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다. 창고의 선반이 철제로 이루어져 있고 제품이 가득 적재되어 있는 경우 전파 방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M물류센터 관계자는 “사람이 많아지고 공간이 넓어지면 무전기를 구입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한다”며 “아직까지는 비용대비 효율이 적다고 생각해 구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산업용 헤드셋이 있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업체가 있다. 지엔오디오(GN AUDIO)의 산업용 블루투스 헤드셋 브랜드 블루패럿(Blue Parrott)이다. 블루패럿은 지난해 아시아 최초 진출 거점으로 한국을 택했다. 한국이 IT강국으로 신제품 이용에 관대한 얼리어댑터 성향 소비자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블루패럿 헤드셋의 모습

 

블루패럿은 미국에서 산업용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산업용 헤드셋이라는 개념이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낯설다. 블루패럿 한국 총판 제이씨에스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에서는 화물운송기사(Trucker)의 60%가 블루패럿 헤드셋을 사용하고 있다.

 

블루패럿의 헤드셋은 기본적으로 장기간 외부업무를 하는 배송기사나 물류센터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장시간(24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강조한다. 방진, 방수기능과 같이 거친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특성을 고려한 내구성을 염두에 둔 설계도 마쳤다. 지엔오디오의 여타 브랜드가 품질역량으로 강조하고 있는 ‘차음성’과 ‘선명한 음질’은 당연히 이 제품도 가지고 있다.

 

블루패럿의 또 다른 강점은 ‘패럿버튼(Parrot Button)’이다. 블루패럿 헤드셋에 장착된 패럿 버튼은 ‘무전기’ 기능의 간편 버튼이다. PTT(Push To Talk) 기술의 일종인데, PTT란 헤드셋에 있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1:1, 또는 1:다수의 무전이 가능한 기술이다. 즉, 이 헤드셋 하나만 있으면 별도의 무전기 구매나 리스 없이 근로자의 휴대폰을 무전기로 전환시킬 수 있다.

블루패럿 블루투스 헤드셋에 장착된 패럿 버튼(위)과 앱 연동화면(아래). 앱을 통해 무전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무전 내용은 자동 저장된다. 혹 무전을 수신하지 못한 작업자가 있더라도, 녹음된 파일을 통해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블루패럿 헤드셋은 무전기 구입을 고민하던 물류센터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전기능만 하는 무전기를 고가에 구입하는 것보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동시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용인시 소재 한 물류센터 관계자는 “무전기가 헤드셋 형식으로 사용 가능하다면 작업 도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용이할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기백 제이씨에스 대표는 “산업에서 실질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패럿버튼”이라 말했다.

 

헤드셋으로 도입하는 ‘보이스피킹’

 

블루패럿의 또 다른 핵심 기술은 ‘보이스디렉티드피킹(Voice Directed Picking)’이다. 보이스피킹은 물류센터가 사용하는 기존 시스템에 음성 지시 및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연동하여 사용된다. 이를 통해 작업자가 입출고 작업을 할 때, 바코드 스캔시 ‘어떤 상품을 몇 개 가지고 가야하고, 어디다 적재하는지’와 같은 정보를 목소리를 통해 인지시킬 수 있다. 특히 SKU(Stock Keeping Units)가 많은 이커머스 물류센터에서 일이 능숙하지 않은 단기 작업자의 혼선과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블루패럿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마존’, ‘스타벅스’, ‘코카콜라’, ‘카르푸’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물류현장에 이 ‘보이스피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보이스피킹 기술을 이용하는 이유는 바코드 스캐너 및 시스템과 블루패럿 제품을 연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편의성이 높은 장비를 사용함과 동시에 기존 시스템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블루패럿의 보이스디렉티드피킹은 물류업체가 사용하는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업무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한국에서도 물류센터 현장 영업을 생각하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산업용 헤드셋으로 인해) 초기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배송현장’보다 쉽게 확산시킬 수 있는 분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시장 공략, CS를 시작으로 물류까지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 지엔오디오의 산업용 오디오 제품이 먼저 보급된 분야는 CS(Customer Satisfaction)다. 제이씨에스에 따르면, 한국 진출 초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많이 낮았지만 현재는 지엔오디오의 ‘자브라(Jabra)’ 브랜드로 CS 분야에서 45% 정도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자브라가 CS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품질’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설명이다. 자브라의 품질이란 ‘차음성’이다. CS 직원이 고객에게 목소리를 전달할 때 주변 소음이 차단되고, 목소리만 선명하게 전달된다. 이는 고객과 CS직원의 편의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었고, 대기업 도입 레퍼런스와 입소문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는 제이씨에스 측 설명이다.

 

지엔오디오는 자브라의 성공적인 CS 시장 안착을 기반으로 최근 ‘블루패럿’ 브랜드로 ‘배송’ 시장까지 공략하고자 나섰다. 한국에서 블루패럿이 먼저 노리는 타겟은 ‘택배기사’다. 물론 난관은 있었다.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지입기사)인 국내 택배기사들을 위한 장비, 또 국내에서는 전혀 레퍼런스가 없는 장비를 구비하는 데 업체나 택배기사들이 소극적인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블루패럿은 한국 물류산업 현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택배기사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간선 운송기사까지 염두에 두고 다양한 업체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한진택배 대리점 3개사에 제품을 공급하여 택배기사들의 현장 반응을 보고 있는 상황이며, 그 결과가 상반기 중 집계된다.

 

권 대표는 “택배 대리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무료로 지급하고 택배기사들이 직접 사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반응은 좋다. 특히 배터리 시간이 길고, 통화품질이 좋다는 데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며 “추후 장시간 운전하는 간선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등 블루패럿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물류현장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다양화할 것”이라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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