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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CJ라더니... 신선 없는 새벽배송, '불법' 방조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4월 02일

이재현 회장 복귀後... 그레이트CJ의 민낯, '보여주기식' 혁신 지적

'전담조직', '전용터미널' 운영한다던 CJ대한통운 새벽배송, 뒤집어보니?

불법운송 차량 90% 이상, 자가용 화물차뿐 아니라 승용차 운송까지...

상온 택배터미널에서 신선식품 처리... 스티로폼 포장하니 괜찮아

콜드체인, 신선식품, 새벽배송, 하루컴퍼니,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새벽배송 거점에서 배송 대기 중인 소형 승합차 

 

CJ대한통운이 지난해 6월 택배업계 최초로 ‘전담조직’과 ‘전용터미널’을 통해 운영한다고 밝혔던 ‘새벽배송’의 불법, 방만 운영 실태가 본지 취재 결과 밝혀졌다. 전담조직은 냉장·냉동차는커녕 승용차까지 동원한 불법 자가용으로 상품을 배송하고 있었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전용터미널은 일반 택배터미널로 상온에 노출된 상품들이 확인됐다.

 

CJ대한통운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풀무원 계열사 ‘올가홀푸드’, 닭가슴살 전문브랜드 ‘아임닭&아임웰’,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명가아침’, ‘몽촌반찬’, ‘이밥차’ 등 30여 개 업체다. 대부분이 가정간편식이나 식품을 취급하며, 신선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품목을 다룬다.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2017년 5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불과 한 달 뒤에 발표된 신규 서비스다. 이 회장이 ‘그레이트 CJ’, ‘월드베스트 CJ’를 그룹 목표로 제시하며 사업모델의 진화, 혁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이 진정성 없는 '겉핥기식' 혁신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비판이 일고 있다.

 

신선 없는 ‘전담조직’, 불법운영까지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 전담조직’이란 위탁물류업체 ‘하루컴퍼니’를 가리킨다. 취재 결과, 하루컴퍼니는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있는 화물차뿐만 아니라 레이와 같은 ‘승용차’까지 투입하여 새벽배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자가용의 유상운송은 불법이다. 배송상품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냉장냉동 설비를 갖춘 차량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CJ대한통운 새벽배송기사로 일했던 한 내부 관계자는 “CJ대한통운 새벽배송에 투입되는 차량의 90% 이상이 흰색 번호판을 단 불법운송 차량이었다”며 “배송기사 역시 정식 고용된 것이 아니라 구인 사이트에서 알바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이 냉장냉동 설비가 없음에 불구하고 허위 계약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하루컴퍼니에 위탁배송을 맡기고 있는 한 신선식품 이커머스 고위관계자는 “계약 체결 당시 하루컴퍼니 측으로부터 냉장냉동 배송을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위탁배송 상품은 직접배송 상품과는 다른 형태의 포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일반 승용차나 소형 승합차가 투입되는 등 현장 상황은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화물용 번호판 자체가 시장에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흰색 번호판을 단 화물차를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라 전했다.

CJ대한통운 새벽배송 하루로지스 하루컴퍼니

CJ대한통운 새벽배송 하루로지스 하루컴퍼니

▲ CJ대한통운 새벽배송거점에 있는 배송차량들. 자가용 번호판을 단 불법 화물차뿐만 아니라, 레이, 다마스 같은 승용차나 소형 승합차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새벽배송 전용은 ‘택배터미널’

 

CJ대한통운이 강조했던 ‘새벽배송 전용터미널’이란 택배터미널인 것으로 드러났다. CJ대한통운은 복정동의 한 택배대리점을 새벽배송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루컴퍼니가 해당 터미널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주간에는 일반택배 업무를 수행하고, 야간에는 새벽배송 관련 상하차 및 분류 작업을 처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 전용터미널엔 냉동·냉장 보관시설이 없다. 분류작업 공간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적재 공간이 없어 식품이 담긴 상자를 한 편에 쌓아둔 채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CJ대한통운 새벽배송 하루로지스 하루컴퍼니

CJ대한통운 새벽배송 하루로지스 하루컴퍼니

▲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 거점으로 사용되는 터미널의 모습. 박스에 담긴 상품은 대부분 식품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이에 대해 “(신선식품이) 스티로폼 박스와 냉매제로 포장이 돼 있기에 (배송 차량이나 터미널 환경과는 관계 없이) 제품 신선도나 온도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배송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선포장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스티로폼박스와 냉매제로 포장이 돼 있더라도, 차량, 물류센터 등 외부 환경에 따라 신선식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언이다.

 

한 신선포장업체 고위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식품 유통업체에서 많이 사용하는 스티로폼 박스는 단열성이 낮은 수준이어서 업체마다 자체적인 검증을 통해 냉매 종류나 투입량을 결정하는 편”이라며 “이동거리나 포장재 종류 등 조건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출고 이후 상품에 노출되는 환경이 내부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포장학계 관계자는 “스티로폼 박스와 냉매재 등을 이용해 식품을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외부 온도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며 “특히 6시간 이상 상온에 노출되거나, 여름처럼 외부 온도가 높은 계절에 미흡한 환경 관리는 식품의 신선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 담당기사들 중 일부는 오후 4시부터 업체를 돌며 배송할 상품을 수거한다. 즉, 상품이 냉매제와 스티로폼박스 등으로 신선 포장돼 있더라도 출고 후 12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소비자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CJ대한통운 새벽배송 하루로지스 하루컴퍼니

CJ대한통운 새벽배송 하루로지스 하루컴퍼니

▲ CJ대한통운 새벽배송 거점에서 지역별로 상품을 분류하는 모습. 일반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과 유사하다.

 

알고도 묵인? 사실상 방조

 

새벽배송은 CJ대한통운의 신사업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하루컴퍼니의 현장 상황과 관련해 해당 부서의 실무진뿐만 아니라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택배부문장)까지 현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CJ대한통운이 위탁배송업체인 하루컴퍼니의 불법, 방만운영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내부 사정에 밝은 제보자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복정동 대리점과 양재 대리점 두 곳을 새벽배송 터미널로 이용하고 있었다. 제보자는 "하루컴퍼니와 CJ대한통운 모두 불법 유상운송 화물차 단속과 관련된 사전 공지를 받았다"며 "이후 자가용 화물차 운영 단속을 피하고자 하는 이유로 거점을 복정동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하루컴퍼니 새벽배송기사들에게 ‘금일부터 민원 관련된 사항 문제로 일시적으로 CJ대한통운 양재터미널에서 복정터미널로 이전하게 됐다’는 내용의 공지가 전해진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고객사로부터 오후에 상품을 수거해 택배터미널에서 분류작업이 진행되는데, 양재터미널의 경우 택배 상차 작업과 맞물려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현장 의견이 있어서 상차 작업이 없는 복정동 대리점으로 옮긴 것”이라며 “민원 문제는 금시초문”이라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위탁업체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상 CJ대한통운이 아닌 위탁업체인 하루컴퍼니가 새벽배송을 제공했고, 위탁을 맡기는 상황에서 모든 운영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CJ대한통운의 설명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CJ대한통운이 영세한 물류업체와 함께 최근 각광받는 영역에서 협업(Co-Work)을 시작한 초기 상태”라며 “막 성장하는 영역 특성상 모든 것을 갖추고 진입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힘든 것이 사실”이라 밝혔다.

 

"새벽은 있으나, 신선은 없었다" 

 

신선식품 배송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체는 판매하는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냉동 인프라를 직접 구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CJ대한통운의 새벽배송에는 ‘새벽’은 있지만 신선은 없다. 기존 택배업체가 대리점에 배송을 위탁하는 방식 그대로 새벽배송을 맡긴 것”이라 전했다. 그는 또한 “하루컴퍼니는 업계에서 이전부터 단가는 낮지만 인프라, 서비스 부족 등이 단점으로 꼽혀온 새벽배송업체”라 평가했다.

 

하루컴퍼니를 퇴직한 한 관계자는 “(하루컴퍼니는) 업력이 4년이 넘은 업체지만 배송 기사 관리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없었다”며 “일을 하면서 새벽배송의 신선함을 기대하는 소비자와, CJ대한통운의 브랜드를 믿고 위탁배송을 맡긴 고객사를 속인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CJ대한통운보다 먼저 새벽배송 영역에 진입한 스타트업들은 냉장, 냉동설비를 갖춘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 새벽배송 위탁계약을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위탁업체의 냉동·냉장 차량 구비를 계약에 명기하여 관리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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