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마지막 블루오션, 신선식품 카테고리
오프라인 소매업체의 온라인 진출, 아직까지 성공사례 없어
알리바바·징동 등 온라인 공룡의 오프라인 진출, 결과는?
중국 온라인 신선식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 艾瑞咨询)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391억 3,000만 위안(한화 약 23조 3,418억 원)으로, 2016년 대비 59.7% 성장했다. 중국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 추세를 보면, 2014~2015년을 기점으로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료: iResearch)
그전까지의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비교적 다루기 쉬운 품목인 과일을 주로 판매했다. 규모는 작았고, 서비스 지역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2014~2015년 기간에 과일을 넘어 육류, 야채를 넘어 신선식품 영역의 상품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수직형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2016년 이후엔 알리바바(阿里巴巴), 징동(京东) 등 종합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앞다퉈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 들었다.
다양한 업체가 신선식품 영역을 탐내는 배경엔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와 ‘상품 확장성’,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상승했고, 이와 동시에 인터넷 보급 확대와 모바일 기술 발전이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중국에서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는 소비자의 구매력과 정비례하는 모습이다. 신선식품 특성 상, 한 번에 많이 사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 수입이 높을수록,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횟수가 잦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월 소득이 5000위안 미만(한화 약 84만 원)인 가정의 온라인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횟수는 연 1~5회의 비율이 23.2%로 가장 많았던 반면, 월 소득 3만 위안(한화 약 500만 원) 이상인 가정에선 매주 4회 이상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36.8%로 가장 높았다. 또한, 1인당 평균 구매금액(객단가)은 51~200위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선식품 상품은 확장성이 높다. 이는 신선식품을 사면서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까지 함께 구매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75.9%의 소비자가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 다른 상품군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품목별로 보면, 일상용품이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의류·신발, 가구·인테리어, 화장품, 가전 순이었다.
실제로 징동 산하의 신선식품 사업부 징동셩셴(京东生鲜)의 발표에 따르면, 신선식품 상품의 연관 상품으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과자·케이크류, 휴지·티슈류, 세제류 순이었다(2017년 1~11월 판매량 기준).
온·오프라인, 어디서 출발해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근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 각광받고 있지만, 어려움 역시 존재한다. 신선식품은 공산품이 아니므로 품질 관리가 어렵고, 폐기율이 높다. 따라서 유통 과정에서 콜드체인 물류와 함께 그에 따른 기초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코트라(KOTRA)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의 냉장·냉동 창고 규모는 빠른 속도로 증가해 현재 총면적은 1억㎡를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인도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며, 일부 지역에서 편중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냉장·냉동차량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국의 냉장·냉동차량 대수는 2010년 2만 대에서 2016년엔 10만 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운송차량에서 냉장냉동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0.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신선식품의 전체 유통 과정에서 콜드체인 시스템 적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신선제품의 20~30%가 유통 과정에서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의 신선제품 손실률은 5~10% 정도다.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은 공급망, 플랫폼, 판매, 고객 데이터, 물류, 결제(금융)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생태계 관리를 필요로 한다. 규모나 자금력이 비교적 작은 수직형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오프라인 물류 역량을 단번에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날이 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하나의 요소만 부족해도 바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에만 14개의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가 파산하거나 매각됐다. 이중에는 아마존으로부터 2,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메이웨이치치(美味七七)와 같은 업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전자상무연구중심(中国电子商务研究中心)의 통계 발표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약 4,000개가 넘는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이중 1%만이 흑자를 보고 있으며, 95% 업체는 손해를 보고 있다.
반대로 전통 오프라인 영역의 유통업체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역시 쉽지 않다. 아직까지 전통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평가다.
작년 11월 알리바바가 224억 홍콩달러를 투자해 36.16%의 지분을 인수한 가오신리테일(高鑫零售, 이하 가오신)의 사례를 살펴보자. 가오신은 중국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로, 현재 중국 29개 성(省)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오우샹(欧尚), 다룬파(大润发)의 매장 454개(오우샹 78개, 다룬파 376개)를 운영하고 있다.
가오신은 일찍이 2014년 5억 위안을 투자해 다룬파의 B2C 전자상거래 플랫폼 페이니우왕(飞牛网, 이하 페이니우)을 론칭한 적이 있다. 당시 가오신의 성장폭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새로운 수익모델로 가오신은 페이니우와 다룬파의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를 일체화한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에 신선식품 영역을 포함해 음료, 주류, 가전 등 17개 카테고리의 상품을 판매했다.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 했다. 1년간 페이니우는 139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는데, 이중 40만 명이 활성회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 징동과 같은 종합형 플랫폼과 다수의 수직형 플랫폼들에 의해 분할된 상태였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 이익을 내기 힘들었다. 2015년 페이니우는 오픈마켓 제도를 도입하고, 지방을 중심으로 페이니우 오프라인 체험관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당 체험관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물류 효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참담한 성적을 낸 페이니우에 대해 현지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온라인 유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신유통 모델은 데이터 운영기술과 오프라인 내·외부의 네트워크의 융합이 전제가 된다. 즉, 자사의 핵심업무를 얼마나 잘 온라인화 시키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페이니우의 앱은 이를 잘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복잡한 할인권 사용방식, 과도하게 많은 웹페이지, 부정확한 검색 결과, 앱과 실제 매장의 가격 전략 부재, 느린 배송 등으로 인해 온라인 고객은 불편을 겪었다.
또한, 페이니우가 진행한 각종 프로모션은 온라인 상에서의 주 고객층인 젊은 세대를 공략하지 못했다. 가오신은 3년간 페이니우에 10억 위안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적으로 4억 위안 정도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페이니우는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지난해 11월 첫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오신 측에 페이니우의 ‘개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페이니우 측은 지난해 12월 플랫폼에 입점한 제3자 판매상들의 퇴점 작업을 진행했다. 현지에서는 이를 ‘알리바바식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알리바바의 투자에는 피인수·투자 기업 각자가 알리바바가 구축한 생태계 안에서 하나의 역할을 하도록 의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알리바바가 2013년 이래로 네 차례 총 1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궈셩셴(易果生鲜)은 신선식품 공급망 관리와 콜드체인 배송 역량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이궈셩셴은 티몰슈퍼마켓 안의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운영상으로 활동 중이다.
즉 알리바바는 신선식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를 이궈셴셩으로 유입시키고, 이궈셴셩이 투자를 통해 갖춘 오프라인 물류 설비와 배송망을 활용해 고객의 주문을 수행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알리바바가 가오신에게 원하는 부분은 가오신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과 창고, 공급망 등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운영 능력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티몰 슈퍼마켓에 있는 100만 개의 상품이 167개의 다룬파 매장으로 보내졌다.
알리바바 플랫폼의 상품을 가오신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의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따라서 현지 시장에서는 특히 페이니우의 사업영역이 티몰의 그것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페이니우가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7월, 페이니우는 O2O 프로젝트 페이니우요우셴(飞牛优鲜)을 론칭했다. 소비자는 페이니우요우셴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고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페이니우요우셴 오프라인 매장도 문을 열었다. 여기에 요식 부문만 강화된다면, 이는 알리바바의 허마셴성 모델과 상당히 비슷해진다. 이에 현지 업계 일각에서는 페이니우요우셴이 허마셴셩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허마셴셩 매장에 방문한 알리바바 마윈 CEO의 모습(출처: 알리바바)
2018년, 시작되는 별들의 전쟁
이렇듯 온라인 플랫폼이든, 오프라인 유통업체든 온라인 신선식품 영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 유치와 수익성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은 점점 커졌다. 그러던 중 2016년 10월 알리바바 마윈 CEO가 신유통(新零售)* 개념을 내세웠다.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온오프라인 간 융합 모델의 등장했다. 신선식품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알리바바는 신유통 모델의 첫 사례로 2016년 허마셴셩을 론칭했다.
허마셴셩은 신선식품을 파는 슈퍼마켓과 음식점, 온라인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허마셴셩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마트 업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가령 허마셴셩에는 계산대가 없다. 허마셴셩에 가입한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할 때, 상품의 QR코드를 스캔하여 알리페이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주문의 배송 시간 단축을 위해 허마셴셩 매장 천장에 레일을 설치했다. 매장 직원은 주문 상품을 레일에 실어 보내고, 이는 바로 배송 직원에게 보내진다. 이후 해당 직원이 그것을 고객의 집으로 배송한다.
허마셴셩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허마셴셩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월평균 구매횟수는 4.5회이며, 평당 영업매출은 기존 슈퍼마켓의 3~5배에 달한다. 전체 주문 중 온라인 주문 비율이 50% 이상이며, 영업한지 반년 이상인 점포의 경우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매장 주문의 비율이 7:3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허마셴셩 등장 이후 현지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하나둘씩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신선식품 유통 브랜드를 론칭하며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2017년 4월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쑤닝(苏宁)은 쑤셴셩(苏鲜生)을, 2017년 7월 중국 최대 소셜커머스 메이퇀뎬핑(美团点评)은 장위셩셴(掌鱼生鲜)을 론칭했다.
또한, 텐센트가 42억 위안을 투자해 중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용후이마트(永辉超市)의 지분 15%를 인수했는데. 용후이마트는 작년 말 차오지우종(超级物种)을 론칭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징동마저 세븐프레시(7FRESH)를 공개했다. 이로써 현재 중국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사업 모델은 크게 네 종류의 모델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가장 주목을 받는 모델은 가장 나중에 등장한 종합형 플랫폼 산하에 있는 ‘슈퍼마켓+요식’ 모델로, 알리바바의 허마셴셩, 징동의 세븐프레시, 텐센트-용후이마트의 차오지우종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충분한 자금력과 비교적 안정적인 물류망과 상품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고, 농후한 IT 기술을 신선식품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마셴셩의 호우이(侯毅) CEO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신선식품 시장은 거대 기업들 간의 전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차오지우종 매장 모습. 매장은 크게 쇼핑구역과 푸드코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푸드코트 구역은 다시 육류, 해산물, 빵, 과일 등 종류별로 나눠진다.(사진: 차오지우종 웨이보)
허마셴셩, 세븐프레시, 차오지우종 모두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의 화이트칼라 계층의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소비자들이 선호할만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가령 외국산 식재료의 비율이 일반 슈퍼마켓보다 높다.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따로 표시해 두기도 한다. 허마셴셩, 세븐프레시, 차오지우종 매장에서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5%, 75%, 50% 정도다. 또한, 상품을 소포장한 상태로 진열해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모습이다.
서비스 수준 역시 기존 슈퍼마켓 브랜드보다 높다. 가령 허마셴셩은 기존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어린이용 카트를 제공한다. 세븐프레시는 과일을 갖다 대면 해당 과일을 원산지, 당도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모니터와 출동 방지, 매장 네비게이션 기능이 달린 스마트 카트를 도입했다.
또한, ‘요식’을 내세운 만큼 세 업체 모두 고객이 식재료를 고르면 매장의 직원이 그 자리에서 손질해 요리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허마셴셩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요리 상품도 배송한다.
▲ 세븐프레시 매장모습(위)과 스마트 카트(아래). 과일 판매대 위쪽에 있는 모니터에 과일을 가까이 대면 원산지, 당도 등의 정보가 나온다.(사진: 7fresh)
한편, 현지 업계에서는 ‘슈퍼마켓+요식’ 모델이 기존 모델에 비해 크게 혁신적이지 않으며, 업체 간 차이점도 확연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참여자의 성장 성장폭 둔화세로 접어든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현재 세 업체 모두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허마셴셩의 경우 작년 7개 도시에서 25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는데, 올해는 베이징에만 30개의 허마셴셩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징동 측은 3~5년 내 중국 전역에 세븐프레시 매장을 1,000개 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오지우종은 작년 26개의 매장을 열었다. 한 달에 두 개 정도의 점포를 연 셈이다. 아직까진 온라인 주문이 전체 거래의 10% 정도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차오지우종의 운영사 용후이마트는 특히 신선식품에서 강점을 보이는 업체다.
전체 수입에서 신선식품 항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47% 정도로, 여타 마트 브랜드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올해엔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주요 도시에서 100개 점포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