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냐오, 지분 100% 투자해 먀오디택배 설립
먀오디, 알리바바 신유통 체계에서 도심배송 활용 가능성 높아
알리바바 도전 직면한 中 택배업계... 적대와 상생 의견 공존
최근 알리바바그룹 산하 물류자회사 차이냐오(菜鸟)가 중국에 택배업체를 설립했다. ‘자가물류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 차이냐오가 택배업체를 설립했다는 소식에 중국 현지 업계에선 해당 업체의 역할과 향후 행보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이냐오가 이달 초 중국에서 택배업체를 설립했다. 해당 택배업체의 정식 명칭은 항저우먀오디택배과기유한공사(杭州喵递宅配科技有限公司, 이하 ‘먀오디택배’)로, 이미 지난달 24일 기업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먀오디택배는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중국 항저우(杭州)에 위치해 있다. 먀오디(喵递)라는 이름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뜻하는 의성어 ‘먀오(喵)’와 ‘전하다(递)’라는 한자의 합성어다. 알리바바 생태계에 속한 업체의 이름에 동물과 관련된 단어가 들어가는데, 먀오디택배도 마찬가지 경우다.
실제로 현재 먀오디택배의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는 져장차이냐오공급망관리유한공사(浙江菜鸟供应链管理有限公司, ‘차이냐오공급망’)다. 그리고 차이냐오공급망의 주주는 차이냐오 플랫폼의 운영사 차이냐오네트워크과기유한공사(菜鸟网络科技有限公司, 이하 ‘차이냐오네트워크’)다. 즉 지분 구조상, 먀오디택배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차이냐오네트워크가 된다.
사실 차이냐오네트워크가 챠이냐오공급망을 통해 현지 택배업체에 투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샨시황마지아(山西黄马甲), 칭다오르르슌(青岛日日顺), 션전디스팡(深圳第四方) 등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수 물류업체들이 차이냐오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차이냐오네트워크는 왜 다시금 100% 지분을 투자하면서까지 직접 ‘배달하는 고양이’를 기르게 된 것일까.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의 큰 그림
위 질문에 대답하기 전, 차이냐오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차이냐오 플랫폼의 특징과 투자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차이냐오는 하나의 물류 플랫폼으로써 직접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거나 배송망을 구축하지 않았다. 대신 기술을 통해 각 단계에 있는 물류업체 간 연결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고자 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창립자 겸 CEO 마윈(马云)은 이전부터 “(차이냐오는)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업계에서는 2013년 차이냐오 설립 이후 진행된 창고-배송 일원화 네트워크와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 등 택배 관련 프로젝트가 그의 요구에 맞춰 실행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되면, 마윈의 말에서 언급된 ‘다른 이들’은 전통 택배업체를 가리키게 된다.
▲ 알리바바 창립자 겸 CEO 마윈(马云)
재미있는 점은, 차이냐오가 전통 물류업체와 다른 노선을 걸으면서도 루오디페이(落地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포함한 택배, 창고, 간선운수, 물류부동산, 화물운송 플랫폼, 라스트마일 배송업체 등 약 15개 이상의 업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모두 전자상거래 물류 각 단계에서 직·간접적인 업무를 맡는 업체들이다. 특히 루오디페이 서비스 업체에 대한 투자는 알리바바가 루오디페이를 택배 서비스의 효과적인 보완점이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
알리바바가 '택배'를 품은 이유
현지 업계에서는 먀오디택배가 알리바바의 신유통(新零售)* 생태계 중 배송, 특히 도심 라스트마일 배송을 수행할 것이라 예상하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알리바바는 차이냐오를 통해 창고-배송 일원화를 추구하며 실제로 창고와 창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젠 자연스레 ‘배송’을 주목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 차이냐오 물류창고에서 AGV가 사용되는 모습(출처: 차이냐오 홈페이지)
알리바바의 신유통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결합시키고, 동시에 고객 경험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차이냐오의 물류체계와 온·오프라인 배송 서비스가 잘 결합될 수 있다면, 고객 만족도는 빠르게 상승한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O2O 서비스 허마셩셴(盒马生鲜)의 경우, 모바일 앱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고, 매장 근방 3km 내 30분 배송 물류망을 운영하며 신유통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차이냐오는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전체 플랫폼 안에서 허마셩셴은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차이냐오가 가진 플랫폼의 한계로 인해 오프라인 물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침 지난해 알리바바는 자사의 오프라인 슈퍼마켓 티몰스토어(天猫小店)의 1시간 배송, 티몰 2시간 배송 프로젝트가 포함된 신유통 물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9월, 알리바바 측은 향후 5년 간 1,000억 위안(약 17조 원)을 투자해 세계를 선도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차이냐오 내부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먀오디택배를 가리켜 ‘티몰을 위한 배송업체’라고 표현했다. 이에 따라 차이냐오가 직접 먀오디택배를 관리하면서 이전까지 투자했던 루오디페이 기업을 통합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대인가 상생인가, 알리바바와 맞붙은 中 택배업계
향후 먀오디택배의 역할에 대한 알리바바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현지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먀오디택배를 통해 신유통 체계에 걸맞는 도심배송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만, 한 편에선 기존 택배업체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협회 물류 자문위원 황강(黄刚)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먀오디택배의 등장으로 알리바바의 산통이다(三通一达) 의존도가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중국에서 루오디페이와 택배의 경계가 비교적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어, 두 업무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앞선 전망은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택배업체는 간선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하여 단일 창고에서 전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핵심 능력으로 삼는다. 이에 반해 루오디페이 업체는 비교적 작은 범위의 배송을 강점으로 하며, 배송 반경 200~300km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전국에 여러 창고를 두어 가까운 곳에서 화물을 내보낸다.
이런 두 사업의 차이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차이냐오의 루오디페이 네트워크는 '티몰'의 온라인 슈퍼마켓 플랫폼 '티몰슈퍼(天猫超市)'와 같은 모델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티몰슈퍼는 중국 전역에 약 30개 창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가장 가까운 창고에서 상품을 발송한다.
즉, 티몰슈퍼의 배송은 다빈도로, 좁은 범위에서, 빠르게 수행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 타오바오나 티몰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여전히 기존 택배업체의 장거리 운송을 통해 배송된다. 결과적으로 택배와 루오디페이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더 가깝다는 것이 다른 한 편의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 말, 마윈은 항저우 통루(桐庐)에서 중국 주요 민영 택배기업 대표단과 만났다. 당시 그들은 물량 증가와 함께 점점 커가는 택배시장에서 어떻게 비즈니스 효율과 소비자 경험의 질을 높일지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