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작년 말부터 8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투자 발표
텐센트의 중심화전략, '잘 하는 이에게 자유를'
중국 최대 IT업체 텐센트(Tencent)가 오프라인 영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전까진 주 투자처가 아니었던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투자를 시작함에 따라, 현지 업계에서는 유통 영역에서 알리바바와 직접적인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이전까지 텐센트는 온라인 게임, SNS 플랫폼 등 온라인 영역에서의 투자에 집중했다. 즉, 오프라인 유통을 포함해 소매 영역에서의 투자는 적은 편이었다. 그나마 2014년부터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에 투자한 것이 가장 소매 영역에서 큰 투자였다. 텐센트는 2014년 처음 징동의 지분을 소규모 확보한 이후 차츰 지분을 늘려 현재 징동의 최대주주다.
이후 징동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2015년 8월, 징동은 중국 대형마트 체인업체 용후이 마트(永辉超市)에 43억 위안을 투자해 지분 10%를 얻었고, 2016년엔 400억 위안을 투자해 월마트 차이나가 운영하고 있던 온라인 쇼핑몰 1하오뎬(1号店)을 인수했다.
이 외에도 징동은 2017년 4월엔 징동편의점 브랜드 론칭, 올해 1월엔 중국 최대 정유/석유화학 국영기업인 시노펙(Sinopec) 그룹과의 스마트 주유소 프로젝트와 무인 편의점 프로젝트 진행을 발표하며 오프라인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텐센트는 작년부터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대 슈퍼마켓 브랜드 용후이슈퍼마켓(永辉超市)과 용후이 산하 브랜드 차오지우종(超级物种), 까르푸 차이나(家乐福), 완다상업(万达商业) 등 모두 오프라인 기업이다. 그리고 지난 2일 텐센트는 25억 위안을 투자해 중국 남성패션업체 하이란즈지아(海澜之家)의 지분 5.31%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 온/오프라인 유통 영역에서 텐센트 투자 행보
이에 따라 자연스레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됐다. 가령, 오프라인 소매유통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각각 1위, 6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오신소매(8,3%)와 바이롄그룹(2.8%)는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3위 월마트(5.1%), 4위 까르푸(3.3%), 5위 용후이그룹(3.1%) 등은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구도가 형성됐다.
▲ 온/오프라인 유통 영역에서 알리바바 투자 키워드
중국의 대표적인 IT업체가 오프라인에 투자한 만큼, 현지 업계에서는 향후 전통 유통방식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낮아지고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형태의 서비스 모델이 대거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미있는 점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간 투자 성향은 각각 성향이 다른 모습인데, 알리바바의 경우 '제2주주', 텐센트는 '중심화전략(去中心化)'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우, 쑤닝윈샹, 싼쟝거우, 롄화마트 등 다수 업체의 제2주주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또한, 투자업체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한 지배력과 제제력을 행사하며 해당 업체가 알리바바의 생태계 안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반해 텐센트는 투자업체 각자 자신의 전략과 방식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장려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유통 영역에서 경험이 없는 텐센트로서는 '어쩔 수 없이' 중심화 전략을 선택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텐센트의 경우, 허마셴셩 등 자사가 직접 구축한 온-오프라인 융합의 결과물은 없지만,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용후이 마트, 웨이핀후이 등 해당 분야에서 이미 '가장 잘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업체에 투자해 자신만의 신소매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텐센트는 투자업체 각자 자신의 전략과 방식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장려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텐센트 CEO 마화텅(马化腾)은 한 공식석상에서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업체가 반드시 텐센트의 방을 빌려 사업을 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집을 짓고, 자신의 고객을 확보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고객이므로 텐센트에게 방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