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중국 O2O 성장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by 김진상

2018년 07월 25일

중국 O2O,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이유

저조한 신용카드 보급, 저렴한 인건비와 인터넷, QR코드 보편화,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

중국 BAT에서 찾는 중국 진출의 기회, 중국화 아닌 한국화가 열쇠

 

글.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 대표

 

Idea in Brief

중국 O2O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대표되는 공룡기업의 연이은 인수합병과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 신용카드를 뛰어넘은 모바일 결제 보급, 저렴한 인건비... 뭐 이런 것을 이유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그 성장의 가장 큰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1선, 2선 도시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디지털 변혁. 중국의 O2O의 성장은 그렇게 필연적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망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 O2O의 멸망, 그 배경에도 정부가 있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다.

 

중국 O2O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독점적 서비스 산업에 불만이 쌓여, 혁신적인 고객 솔루션을 갈구하고 있었다. 저조한 신용카드 보급률로 인해 새로운 결제 방식의 탄생이 수월했다. 인건비와 같은 O2O 서비스 관련 비용은 저렴했다. QR코드의 보편화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성 가치를 쉽게 유통에 더할 수 있었다. 저렴한 무선 인터넷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환경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디지털 변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한 한 어러머의 배달원은 하루 최대 110개의 음식을 배달한다고 한다. 그는 하루 평균 13시간 일하고, 60개의 음식을 배달한다. 그의 월수입은 150만원 정도다. 상해의 평균 월급여가 약 100만원 수준인 것을 봤을 때 괜찮은 수입이라 볼 수도 있겠으나, 업무강도는 살인적이라 한다.

 

앞으로도 중국 O2O 산업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 본다. 중국의 사회체제 유지와 강화를 위해 O2O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개인의 소비패턴’이라면, 그 소비패턴으로 사회와 국민의 행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수단은 단연코 O2O 산업에서 나온 데이터가 된다.

 

1등 공신 모바일 결제, 통계의 이면

 

모바일 결제는 중국 O2O 급성장의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1선 및 2선 도시에서 모바일 결제수단인 ‘알리페이’나 ‘텐페이’가 아닌 결제수단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모바일 결제 성장의 이면에는 눈여겨 볼만한 통계가 있다. 이마케터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 이용률은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50%를 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물론 여느 국가도 유사한 상황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1선과 2선 도시의 주민 대부분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중국의 환경을 보자면 조금은 의아한 지표다. 이는 주요 도시를 제외한 해안과 내륙지역에서 O2O 서비스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중국의 4차 산업혁명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실시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책적 지향점은 1선과 2선 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정말 중국의 O2O 산업이 고객의 폭발적인 만족을 바탕으로 순전히 시장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적이고 유기적인 혁신이라면, 이처럼 심각하게 편중된 이용현황이 나타나진 않았을 것 같다. 모바일 결제 이용률 성장이 주춤할 이유 또한 없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외에 중국 O2O 성장을 이끌고 있는 다른 강력한 동인이 있다면 무엇일까 궁금해지면서, 새로운 결제 수단의 탄생과 전국적인 시장 보편화가 ‘민간 기업’ 주도로 중국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과는 재미난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진다.

 

중국만의 특이점, O2O 성장의 촉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중국 사회의 특이점도 O2O 산업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여겨진다. 안면인식을 활용한 CCTV 감시 시스템에 대해 “인민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보다 사회 안전을 더 중요시 여긴다”고 중국 관계자가 천명했듯, 현 중국의 사회체제는 ‘집단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중국에는 개인간 상거래 피해를 공정하게 심판하고 보상하며 보호하는 법제도가 결여되어있다. 이에 따라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개인의 안전에 대한 세심함이 부족하다. 불신이 심할수록, 반대로 매우 높은 신뢰 수준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즉, 사회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을수록 소비자는 더욱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까다로워진다.

 

중국 O2O 기업들은 이와 같은 부분을 여전히 부족하지만 일부라도 채워줬다. 알리페이는 정교하고 즉각적인 거래 만족감을 주게끔 개발됐고, 어러머의 배달음식 GPS 위치추적 서비스가 그것을 따라간 데는 다 이런 사회적인 배경이 있었다. 이에 소비자가 크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O2O 기업들이 고객 편의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견 과다해보이기도 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특이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중국 O2O의 폭발적 성장 배경 중 하나인 ‘저렴한 비용 구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본다. 기업 입장에선 O2O 서비스를 만드는 비용이 기본적으로 저렴하고, 여러 하부 단계에 떠넘길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다한 비용을 투하하면서 고객 편의를 만드는 이해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거래구조는 중국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즉, 사회시스템의 특이점이 너무 극명해서 O2O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춘 나라가 중국이다. “닥치고 번개처럼 따라하고 죽도록 일해서 일단 돈 벌어 잘 살아보세!” 정서에 맞는 패스트팔로윙(Fast-following) 전략이 과거 한국에 맞았다면, O2O는 현대 중국 정서에 맞는 사업 모델처럼 보인다.

유닛이코노믹이론(Unit Economic Theory). 온디맨드 사업의 기초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공식이다.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는 목격하기 힘든 특이점 때문에 중국 O2O 산업의 글로벌 진출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알리바바는 온오프라인 통합 슈퍼마켓 사업을 위해 허마셴셩(Hema Xiansheng)을 인수한데 이어 600만개의 중국내 개별 편의점을 티몰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개별 편의점이 슈퍼마켓, 여행사, 우체국, 지역 은행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알리바바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해외로 진출하려면 각 국의 까다로운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을 적용 받아야 하는데, 이는 곧 직접적인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자연히 상대적인 경쟁력 상실을 동반하여, 유효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알리바바의 1등 서비스인 티몰조차도 고객 데이터를 공급업체에게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사업 행태도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600만 개의 새로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한 미끼이긴 하다.)

 

BAT의 방법, 한국이 취한다면

 

중국 O2O사업의 3대 강자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를 꼽는다.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절대강자 알리바바는 기존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또는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통합하는 방면에서 가장 많은 디지털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기업이라 볼 수 있다. 텐센트는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내 ‘SNS’ 최강자다. 이는 O2O 서비스를 진행함에 있어 효과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O2O 영역에서 많은 부분 철수하고, 주요 인재의 미국 복귀도 나타나고 있어 3대 강자로 불리기에 민망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O2O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바이두는 지도의 정교함과 인공지능 기술에 있어 다른 두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세 기업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O2O는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재미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O2O 3대 강자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협력을 강화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런 중국의 모습을 잘 보고 향후 좋은 방향으로 국제정세가 흐르면 북한을 활용해서 뒤쳐진 O2O 기회를 내재화할 수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렇다고 중국에 직접 진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 공략은 우선 중국 내 O2O기업에 대한 재무적 투자를 의미한다. 사실 중국 O2O 시장 안에서 한국기업의 활약은 변변찮다. 만약 중국 O2O 시장을 노리는 한국기업이 있다면? 좋은 선례는 ‘스타일난다’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스타일난다는 중국 시장의 기호와 입맛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적 방식을 고집했다.

 

스타일난다는 중국 소비자들을 중국 밖으로 나와 한국으로 오게끔 유도하는 인바운드 전략을 구사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으로 물리적 자원을 옮겨서 중국식으로 중국 입맛에 맞춰 사업을 펼치는 많은 한국 기업과는 다른 방식이다. 중국에 직진출해서 현지 사업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아웃바운드 비즈니스 형태는 기피해야 한다는 의견은 여전히 고수하고 싶다.

 

물론 스타일난다가 중국식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중국 판매를 위해 티몰과 중국 인플루언서인 왕홍을 활용했다. 하지만 스타일난다의 제품기획과 마케팅은 철저하게 스타일난다의 방식, 즉 한국 방식으로 수행했다. 이를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제조는 코스맥스에, 이커머스는 카페24에게 맡기는 등 한국적 개성을 창출하는데 집중했다.

 

스타일난다는 ‘중국은 세계화를 생각하겠지만, 세계는 아직 중국화할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기초로 “세계는 넓고 중국은 그 일부”라는 사고에 근거한 고집을 보인 것 같다. 중국 시장은 한국 것을 한국이 만드는 것을 원하지, 더 이상 중국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상품을 한국이 만들었다고 구매하는 수준 낮은 시장은 아니라는 것도 잘 파악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 방식의 고집을 통해 스타일난다는 결국 로레알이 5천억 원에 인수할 정도로 매력적인 기업이 됐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중국 O2O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한국 기업에게도 참고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듣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아주 조용히 말한다면 한국 O2O는 망했다. 최고의 이유는 “하라는 것 빼고 하면 다 불법”이라는 포지티브 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네거티브 규제로 개선한다고 하지 사실상 저걸 개선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홍보쟁이뿐인 것 같다.

 

유명무실한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을 네거티브 규제로 가득한 샌드박스화 하기라도 해서 이민 갔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초 생존력이라도 키워 줬으면 좋겠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넥스트벤쳐투자, 삼성전자, 3M, LG전자 등에서 연구개발, 기술마케팅 및 영업, Corporation Venture Capital, Venture Capital 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창진특(톈진)전자유한공사 등에서 창업 및 사업을 하였다. 구글캠퍼스,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유니스트, 한양대 등에서 기업가정신 및 스타트업 관련 강의 및 교육을 진행하였다. 스타트업 도우미가 되고 싶은 마음에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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