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SCM ACADEMY 커리큘럼
CLO 매거진 구독자라면 지난 2월호를 통해 위에 첨부된 정체불명의 포스터를 먼저 만나봤을 것이다. SCM은 알겠는데, DSCM이란다. SCM에 ‘디지털’이 붙었다. 당최 이게 무슨 말일까.
국내 유일의 디지털 공급망관리 교육과정 DSCM(Digital Transformation in SCM) 아카데미가 오는 3월 8일 개강한다.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둘째주 목요일에 진행되는 이 교육과정은 총 4개 모듈, 10개 주제로 구성된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Stanford University Ph.D, Information Technology & Supply Chain Management 전공)가 교육과정을 총괄한다. 케이스스터디(Cases & Benchmarking) 모듈에서는 현업(WH & Infra, Trade & e-Commerce, Transportation, Technology)에서 뛰고 있는 4명의 기업 실무자가 초청강사로 나와 현장의 인사이트를 전한다. 트렌드인텔리전스(Trend Intelligence) 모듈에는 본지가 매년 주최하는 로지스타서밋(4월), 로지스타포캐스트(11월) 초청이 포함돼 교육과정으로 채울 수 없는 시시각각 변하는 업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DSCM이란 무엇일까. 필자도 궁금했다. 그래서 DSCM아카데미 교육과정을 기획한 민정웅 교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민 교수가 말하는 DSCM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IT’와 ‘생태계’다.
SCM에 D가 붙었다. DSCM과 SCM은 무엇이 다른가.
사실 SCM만 보더라도 ‘디지털’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때문에 SCM에 ‘D’가 붙었다고 해서, SCM의 근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D가 붙은 이유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과거 SCM에 있어 디지털 기술은 공급망 관리를 지원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이제는 다르다. 디지털 기술은 공급망을 구축하는 핵심 역량으로 우뚝 섰다. 이제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 생태계 등장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SCM 앞에 D를 붙였다.
▲ DSCM아카데미를 총괄하고 있는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아마존의 등장과 DSCM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아마존은 DSCM을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같이 전통적인 SCM을 잘한다고 평가 받는 기업도 IT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마존은 IT를 단순히 도구가 아닌, 그들의 생태계를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핵심 역량으로 활용한다. 그게 차이점이다.
아마존의 물류는 사실 일반적인 물류회사와 다르지 않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아마존은 물류에 IT를 결합시키는 것을 넘어서, IT 중심의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AWS(Amazon Web Service)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은 AWS를 통해 세계 IT인프라를 점유한 뒤, 그 위에 아마존에코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올렸다. 이제 그것을 유통, 물류, 제조 플랫폼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아마존을 단순히 유통기업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보다 DSCM을 아주 잘 구현했고, 선도하는 기업이라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한국에서도 DSCM이 먹힐 것이라 보는가.
DSCM은 하나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방법론이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먹힌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는 스스로 생태계를 구축했고 그 안에 모든 요소를 내재화하고 있다.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기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한국에서도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당연히 DSCM을 하는 게 좋다.
물론 한국에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운 것도 맞다. 현실적으로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각 기업의 역량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그것은 시장 크기와 무관하게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생태계를 구축하며 영역을 넓혀가는 와중, 손을 놓고 있다면 비즈니스 기회를 전부 빼앗기고 말 것이다.
국내 산업간 칸막이 규제가 확장의 장애요인이 될 것 같다.
내가 규제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법을 정해놓고 그 틀에 기업을 맞추는 것은 문제라 본다. 가령, 정부가 모든 산업 영역의 경계를 정해놓고 여기까지가 유통, 또 저기까지 제조라고 부르고 있다고 해보자. 이것은 마치 사각형 플라스틱 용기에 수박을 길러 네모난 수박을 만들어내는 꼴이다. 아쉽게도 현재 우리나라가 그러하다.
물론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규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맥락과 이유는 분명 존재하고 이해도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즈니스가 급변하는 시대에서 경계를 규정하는 것은 기업의 가능성을 제한시킨다. 시대가 변한만큼, 기업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두고 문제가 생기면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사후약방문’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적절한 말이 될 것 같다. DSCM은 이런 변화를 대비하는 또 하나의 관점이 될 것이다.
▲ 민정웅 교수는 “생태계 안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그 역량을 극대화하는 게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 말했다.
기업연사로 ‘아마존’과 ‘신세계’의 인사가 나온다. 이 두 기업을 초청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아마존은 DSCM에 있어 가장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아마존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무자에게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들어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다. 신세계는 본격적으로 영역 파괴의 시동을 걸고 나선 기업이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대표적인 국내기업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회사는 전통적인 SCM에 ‘디지털’과 ‘유통’을 붙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두 기업의 이야기를 통해 DSCM의 방향을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울러, 두 기업뿐만 아니라 운송(Transportation)과 기술(Tech) 분야에서 디지털 공급망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기업연사의 강연 또한 준비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 같다. DSCM아카데미 참가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DSCM아카데미는 공급망이 IT기술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SCM 개념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개념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산업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그것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
DSCM아카데미는 유통·물류·IT가 연계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분들,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투자업계 관계자들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유통이나 IT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유통, IT와 이종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디지털 공급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여건상 물류나 SCM을 다루기 어려워하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DSCM아카데미를 통해 기존 물류 서비스 고도화를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BM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투자업계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물류업’에 대한 투자는 절대적인 액수만 바라보더라도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메쉬코리아나 원더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수십, 수백억 원 대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아직까지 산업 전체 대비 물류업의 투자를 보자면 그 비중은 낮다. 그러나 디지털 관점에서 공급망을 바라본다면 물류는 또 다른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영역은 충분히 존재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산업군에서 참가하는 DSCM아카데미 수강생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 잘 몰랐던 관점을 나누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사이트와 기회는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