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대피하는 근로자에게 "일 계속해라"
쿠팡, 5분 안에 빠른 진화... 근로자 대피 불필요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 발생 위험 있을 시 작업 중지시키고 근로자 대피시켜야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화재 이후 쿠팡의 대응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이 화재 발생을 인지했음에 불구하고 근로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고, 안내방송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덕평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아르바이트 근로자 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주장은 이렇다. 4시 50분 경 물류센터 작업장에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던 A씨는 점점 심해지는 연기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외부로 대피했다. 그러자 쿠팡 물류센터 관리자는 대피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근무 장소로 복귀하여 일을 시작하라고 소리쳤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대한 쿠팡측의 답변은 이렇다. CCTV 확인 결과,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한 명이 금연구역에서 몰래 담배를 폈다. 그 불씨가 박스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조기 발견됐고 빠르게 대처하여 진화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화재 발생에 따른 쿠팡의 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빠른 진화로 인해 근로자들을 대피시키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 또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자료 :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그러나 양측 주장을 종합해 봤을 때, 쿠팡은 화재 발생 인지 이후에도 물류센터 근로자를 대피시키지 않았다. A씨는 “화재 연기가 안을 가득 채웠지만 (회사측은) 별다른 안내방송이나 상황설명이 없었다”며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 지하 1층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던 도중 관리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모습을 보았다. 불이 100%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들에게 무조건 자리로 이동하라고 지시한 것”이라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또 다른 근로자들 또한 “육안으로 연기가 확인되었는데 (회사측) 상황설명이 전혀 없었다”, “연기가 자욱한데 문 두 개를 열어두고 선풍기로 환기를 해서 연기가 천천히 빠졌다”, “다들 (연기를 마시며) 콜록거리며 일했다”며 A씨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쿠팡 관계자는 “센터 외부의 금연구역에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소규모 화재였는데 근무자들에게 자세히 알리지 못한 점이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흡연구역 안내 및 안전교육, 관리자 교육 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물류인프라 컨설팅업체 한 관계자는 “보통 물류센터 운영 시 화재는 근로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교육을 한 뒤 현장에 투입해야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