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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섭의 데이터바로보기] 물류 네트워크의 '권력자'를 찾는 방법

by 신광섭

2017년 12월 11일

길목의 권력자로 주목받고 있는 물류

네트워크 속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노드' 찾기 

네트워크

글. 신광섭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연결의 시대, 길목의 권력자로 물류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길목의 권력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동네 골목의 권력자라도 되려면 말 그대로 힘(영향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힘을 갖춘 길목의 권력자가 되는 것일까요.

 

흔히 물류네트워크나 공급사슬을 [그림1]처럼 여러 개의 노드(NODE, 거점, 그림에서 동그라미로 표현된 것)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로 표현합니다. 이 그림에서 각 노드(동그라미)은 물류창고, 허브, 생산공장, 유통센터, 소매점 등 네트워크상에서 재화가 멈추었다 이동하는 곳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각 노드를 연결하는 화살표를 엣지(Edge) 혹은 아크(Arc)라고 부릅니다. 방향성이 있는 화살표는 곧 재화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그림1

▲ [그림1] 물류네트워크 혹은 공급사슬의 구조. 노드와 아크

 

이쯤에서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 하나를 던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있는 물류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노드는 어디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가져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구역의 트통령은 누구

 

트위터 서비스가 확산되고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되기 시작할 무렵, ‘트통령’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당시 트통령은 이외수 작가를 지칭하는 단어였습니다. 이외수 작가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보유한 트위터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팔로워 수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사용자가 트윗 하나를 작성하면 그것은 즉시 팔로워들에게 노출되고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림2]

▲ [그림2]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물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러한 관계를 물류네트워크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2]에서 파란색 노드를 물류센터라고 가정해 보면 왼쪽으로부터 유입되는 화살표의 수가 많거나 오른쪽으로 유출되는 화살표의 수가 많은 노드가 물류네트워크상의 ‘트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화살표의 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이 물류센터가 처리하는 물동량이 ‘절대적’으로 많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물류센터를 통해 많은 양의 화물운송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류네트워크 내에서 해당 물류센터의 ‘상대적’ 중요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유입되는 아크(화살표)의 수와 유출되는 아크의 수를 기준으로 노드의 상대적 중요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그래프 이론에서는 연결중심성(Degree Centrality)이라고 부릅니다.

 

여길 지나려거든 나를 베고 가라?

 

연결중심성 외에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이라는 지표도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흥미로운 사건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얼마 전 마을에 묘를 쓰려는 유가족의 장의차를 막고 통행료를 받은 마을 주민들이 언론에 공개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유가족은 장례 절차가 늦어지고 어머니의 시신이 상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당한 통행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법적, 도덕적 문제를 떠나 이러한 사건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던 걸까요. 이를 물류 네트워크에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매개중심성입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면, 매개중심성은 네트워크 내 한 노드에서 다른 노드로 이동하는 경로(최단거리로 이동한다는 전제 하에)에 특정 노드가 얼마나 포함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그림3]에서 각 노드에 표시된 숫자가 바로 각 노드의 매개중심성을 나타냅니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해당 노드가 이동경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의미랄까요.

 

[그림3]

▲ [그림3] 매개중심성. 특정 노드가 이동경로에 얼마나 포함되는지 뜻한다.

 

이 매개중심성이라는 지표는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 관점에서만 간단하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그림3]의 중앙에 40이나 70이라고 적힌 노드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물류센터의 비용이 높아지거나 물동량이 몰려 대기시간이 길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때, 네트워크의 왼쪽에서 오른쪽 상단이나 하단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노드를 거쳐야만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이 두 노드에 문제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만 할 것입니다. 때문에 이 둘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노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연결중심성과 매개중심성을 통해 네트워크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노드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 두 지표 외에도 노드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지표로는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근접중심성(Closeness Centrality)이나 공유벡터, Katz, 페이지랭크 등이 유명합니다.

 

이러한 지표들은 연결된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관계망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물론 물류네트워크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지표에 따라, 위험 요인이 발생했을 때의 파급효과나 네트워크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더욱 신경 써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 혹은 물류시설(노드)을 선정하고 관리 역량을 집중하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신광섭

현재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부원장으로 재임 중으로 물류 및 SCM 분야에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다. ksshin@i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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