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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퀵 어르신의 하루]지하철 거미줄 가르는 스파이더맨들

by 양석훈 기자

2017년 11월 08일

지하철

 

글. 양석훈 기자

 

강남 유명 맛집의 음식이 집까지 배달되는 시대, 사람들은 ‘완전무결’한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를 원한다. 말 그대로 완전무결이다. 어떤 물건이든 중간에서 끊이지 않고 전달돼야 한다. 이를 위해 물류인프라와 전문 배달기사뿐 아니라 택시, 버스와 같은 여객인프라와 일반인까지 동원된다. 이를 공유경제 물류(본지 8월호 <City Logistics(도심물류 이야기)> 참고. 최근 이를 공유경제 물류로 볼 것인지 그저 온디맨드 물류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지하철 택배(퀵)이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마치 형형색색의 거미줄 같다. 이 촘촘한 지하철망을 물류에 활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생각에서 ‘지하철 퀵’은 탄생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하철 퀵은, 여러 논란을 차치하면, 수도권의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하철퀵 논란: 국민이 낸 세금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이나 지하철 퀵기사의 저임금 문제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최근에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촘촘함을 만드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단지 수도권의 지하철망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일까. 혹은 미래지향적인 IT 시스템이라도 있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카메라와 수첩 하나 들고 교대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퀵을 직접 수행하는 기사님을 만나고 싶었다.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날이었다. 햇볕은 뜨거웠고 공기는 무거운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노인네가 너무 많아”

 

교대역에 도착해서 자몽주스 두 잔을 샀다. 음료를 건네며 취재 요청을 할 생각이었다. 마침 교대역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돼 있었다. 휴게실 구석에 앉아 있는 한 어르신이 눈에 띄었다. 노란 셔츠에 조끼를 걸친, 인상이 좋아 보이는 분이었다.

 

어르신께 다가가 혹시 퀵기사님이라면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지 물었다. 어르신은 ‘일이 있어야 이야기든 뭐든 할 텐데’라며 일단은 앉으라고 했다. 감사한 마음에 미리 사둔 자몽주스를 건넸다. 어르신은 두어 번 사양하다 음료를 받아들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지하철퀵, 어르신▲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신 장 모 어르신

 

어르신은 5년간 이 일을 해온 베테랑이었다. 올해 나이는 일흔여덟,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서울시 공무원이었는데, 정년퇴직하고 집에만 있으니 주변에서 산에 가자느니, 술 먹자느니 귀찮게 해서 소일거리 삼아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퇴직한 뒤에 주식에 손댔다가 조그만 집 하나 날려먹었어. 통일중공업 주식 샀는데 거기가 없어져버렸잖아. 요새는 주식 안 하니까 마누라가 빵이니 칼슘 우유니, 떡이니 막 싸줘. 주식 안 하니 돈 까먹을 일 없어서 좋다는 거지.”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어르신은 집에서 싸온 빵으로 이미 점심을 해결한 뒤였다. 어르신은 을지로에 있는 사무실에 7시 반에 출근했다가 교대역에는 9시 반에 왔다고 했다. 어르신이 속한 사무실의 지하철 퀵기사는 어르신을 포함해 27명, 그들은 신도림역이나 고속터미널역 등에 나뉘어 배치된다. 어르신은 요새 퀵 주문을 하는 사람이 워낙 ‘빨리빨리’를 좋아해서 퀵기사가 물건이 많이 나오는 곳에 미리 배치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어르신이 있는 교대역 근처에는 법조타운이 있어 서류 배송 주문이 많이 발생한다. 그것을 받아 수원 법원이나 의정부 법원에 접수하는 게 어르신이 주요 업무다. 교대역에서 수원이나 의정부까지는 너무 멀지 않느냐 물었다. 어르신은 ‘가차운(가까운)’ 곳보다는 오히려 수원이나 의정부처럼 먼 곳이 낫다고 했다. 가까운 곳은 돈이 얼마 안 되는 반면 먼 곳은 2만 원, 3만 원씩도 받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가까운 데 여러 개 하면서 많이 걷느니 먼 곳에 한 번 가는 게 더 낫다는 것이었다.

비용책정방식: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비용은 대개 거리에 따라 정해지나, 구체적인 비용 책정 방식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 구 단위로 비용을 책정(ex. 강남구에서 관악구까지는 7천 원)하는 업체가 있는가하면, 지하철에서 내려서 걷는 거리까지 따져 비용을 책정하는 곳도 있고, 지하철에서 500m 이상 벗어나는 곳으로 배달을 가면 버스비 명목으로 돈을 더 쳐주는 곳도 있다.

 

대화 내내 어르신은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따금씩 핸드폰 커버를 열어 주문이 들어오진 않았는지 확인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알아서 알림음이 울릴 텐데도 굳이 그리 했다. 어떤 시스템을 쓰는지 궁금해서 좀 봐도 되냐고 물었더니, 마음대로 하란다. ‘인성데이타’였다. 사무실에서 인성에 돈을 얼마씩 내고 주문을 받은 뒤, 그 주문을 다시 어르신들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미리 말하자면, 지하철 퀵서비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르신이 사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것은 인성데이타의 모바일 앱과 녹색 포탈의 지도 앱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주문을 손으로 기록하고, 문자와 전화로 정보를 교환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사용된다.

인성데이타: 퀵서비스 업체 퀵퀵에 따르면, 현재 시장 구조상 대부분 지하철 퀵 업체는 인성데이타를 쓸 수밖에 없다. 지하철만 단독으로 하지 않고 오토바이랑 같이 하는 퀵업체가 많은데 오토바이 물량을 인성데이타가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어제 세 건의 주문을 처리했다고 했다. 장거리가 아니라 돈은 얼마 안 됐다고. 돈은 사무실에서 다달이 ‘봉급제’로 나온다고 했다. 매일 번 돈을 사무실에 가져다 내면, 사무실에서 월말에 돈을 정산하고 수수료를 뗀 뒤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식이다. 수수료는 보통 ‘삼칠제’로 30%를 뗀다.

 

마침 엊그제는 돈이 나온 날이었다. 삼십 몇만 원이 수중에 떨어졌다고 했다. 어르신은 오전에 두 건은 거뜬히 할 수 있는데, 요새 일이 너무 없어서 속상하다고 했다. 열두시 언저리. 이대로라면 오늘 오전은 허탕일 확률이 높았다.

 

“한 건도 못 하고 가는 건 아닌가 몰러. 여태 그런 적은 없었는데. 주변에 보면 하루 하나도 못 하고 가는 사람도 있어. 밥값도 안 나오는 거지. 전에는 나오면 4~5만 원씩은 하고 들어갔는데, 요새는 통… 노인네가 너무 많아.”

 

5년 전 어르신이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상황이 조금 나았을까. 어르신은 요 몇 년 지하철 퀵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고 했다. 일하겠다고 사무실에 찾아가면 안 받아주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계약서도 없이, 그저 내일부터 나와서 일해 보라고 한단다. 퀵 기사와 달리 오토바이도 필요 없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65세 이상에 건강에 큰 문제만 없으면 누구든 오케이다.

 

하지만 들어온 대부분은 얼마 못 견디고 나간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일이 없어서다. 새로 온 사람들은 며칠 일을 해보다 하루 한두 건으로는 돈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난다. 그렇게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어르신은 그런 와중에 5년이나 버텼다.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일하면 운동도 되고, 집에 그냥 있기에는 심심하기도 해서 그렇다고.

 

그렇게 소일거리 삼아, 혹은 건강을 위해 많은 어르신들이 역으로 나온다. 교대역 휴게실에도 머리 희끗한 퀵기사님들이 자주 오갔다. 양손에 종이가방을 들고 개찰구로 뛰어가거나 안경을 머리 위에 걸치고 핸드폰으로 주소를 확인하는 어르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만히 앉아 주문이 뜨길 기다리는 ‘예비’ 기사님들이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이처럼 많은 어르신들 덕분에 교대 부근에서 발생한다는 서류 배송 주문은 물샐 틈 없이 처리될 듯싶었다.

 

그때 마침 ‘띠링’하고 반가운 알림음이 울렸다. ‘아이고, 오래간만에 오네. 9천 원짜리. 청담역까지 가야 돼. 이거 갖고 밥 먹겠어, 어디?’ 시간은 열두시 반. 누군가는 점심을 먹으며 한숨 돌릴 시간, 어르신의 첫 번째 일이 시작됐다.

지하철퀵, 어르신, 배송시작▲ 주문을 수기로 기록하는 것으로 어르신의 일이 시작된다.

 

“롯데가 애경으로 바뀌었나”

 

어르신은 베테랑다웠다. 어르신은 승강장의 위치와 환승역을 척척 알고 있었다. 5년 동안 일하며 자주 가는 곳의 길은 몸에 익힌 듯했다. 지하철에 탄 뒤에도 어르신은 분주했다. 핸드폰으로 지도 앱을 실행해 청담역 근처에 있는 픽업 장소의 위치를 자주 찾아봤고, 매 역마다 지하철이 어디쯤 왔나 확인했다.

 

“이 일도 건강이 받쳐줘야 해. 나는 문자 보고 지도 보고 찾아가. 어제는 이수에서 별내까지 갔어. 지도 보고. 그런데 여든 넘은 사람들은 핸드폰 잘 모르니까 자꾸 전화로 물어보고 그래. 눈도 잘 안 보이고, 문자도 못 치니까. 나는 그나마 핸드폰이라도 해서 이 일 하는 거지.”

 

픽업장소는 청담역에서 15분가량을 더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지하철길이 끊긴 곳을 채우는 것은 어르신의 작은 보폭이었다. 어르신은 한손에 지도 앱이 켜진 핸드폰을 들고, 눈으로는 거리를 살피며 목적지를 향해 느리지만 경쾌하게 걸었다. 햇볕은 여전히 뜨거웠고 공기도 마찬가지로 무거워서, 어르신과 청담대로를 걷는 동안 얼굴과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목적지 근방의 좁은 골목에 이르렀을 때 어르신은 행인에게 능숙하게 길을 물어 픽업 장소를 찾았다. 여기저기 의류 샘플 같은 게 보이는 작은 사무실이었다.(실제로 지하철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 가운데 상당수는 섬유 샘플 등을 다루는 패션업체다.) 어르신은 그곳에서 보낼 물건과 함께 퀵비 9천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리고 다시 청담역까지 15분가량을 걸었다.

 

물건 겉면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배송지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어르신이 보기에는 조금 작은 글씨였다. ‘구로구 구로중앙로 152 롯데백화점 2층 TAG 매장.’ 지도 앱으로 주소를 확인해보던 어르신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주소에 문제가 있는 듯했다. 어르신과 함께 주소를 검색해보니, 구로구 구로중앙로 152는 롯데백화점이 아니라 AK플라자였다. 어르신은 포스트잇에 주소와 함께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지하철퀵, 어르신▲ 어르신은 지하철 안에서도 몇 번이나 배송지의 위치를 확인했다.

 

‘롯데가 애경으로 바뀌었나보네?’ 어르신은 가끔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번은 물건을 보내는 곳에서 주소를 아주 잘못 가르쳐줘 애먼 데에 배달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어르신은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목적지의 위치를 확인했고, 혹시 지하철이 구로역을 지나치지는 않을지 잠을 쫓아가며 열차 안 전광판을 살폈다.

 

다행히 배송지인 AK플라자는 구로역 가까이 붙어있었다. ‘이게 티, 에이, 지라고 쓰인 거지?’ 백화점 안에서도 어르신의 ‘길 찾기’는 거침없었다. 층별 매장 안내도나 인포데스크에 가볼 필요도 없이 어르신은 손쉽게 배송지의 위치를 찾아 물건을 전달했다. 그렇게 어르신의 첫 번째 일이 완료됐다.

 

청담에서 구로까지 물건을 가지고 오는 데에 ‘미래 물류’하면 으레 떠오르는 첨단의 시스템은 없었다. 특별한 결제시스템이랄 것도 없이 비용은 즉석에서 현금으로 치러졌고, 길 찾기는 배송에 최적화된 라우팅 시스템 없이도 녹색 포탈의 지도 앱만으로 충분했다. 여기에 몇 통의 문자와 전화 정도가 더 활용됐다. 그럼에도 배송은 어르신만의 방식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처리됐다. 주소가 잘못 기입돼 있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됐다. 혹시 배송과 관련해 컴플레인을 거는 경우는 없냐고 물었더니, 어르신은 노인네들한테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컴플레인: 몇 군데 업체에 문의한 결과, 지하철 퀵은 오토바이 퀵보다도 컴플레인이 적게 들어온다. 지하철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송 시간이 예측 가능할뿐더러 물건 몇 개를 채워야 출발하는 오토바이 퀵과 비교 했을 때 배송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하철퀵, 어르신, 배송완료▲ 청담에서 구로까지, 첫 번째 일이 끝났다.

 

다시, 교대역으로

 

배송을 완료하면 사무실에 보고 전화를 해야 한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어르신이 다시 교대역으로 돌아갈지, 일이 조금 더 있는 다른 곳으로 갈지 알려준다. 이번에는 다시 교대역으로 돌아가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3시 반, 교대역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어르신과 함께 탔다. 약 3시간 만에 돌아온 휴게실에는 여전히 많은 어르신들이 있었다. 막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어르신 역시 다시 ‘예비’기사님이 되어 그 곳에 합류했다.

 

그 뒤로 어르신은 한 건의 주문을 더 처리했고, 5시쯤 퇴근했다. 어르신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이 일이 좋다고 했다. 공무원하면서 3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더니, 이제 사무실에 얽매어 있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고.

 

어르신께 기사가 나오면 보여드리겠다고 하고 연락처를 얻었다. 어르신의 글이 10월호 잡지에 실리게 될 거라고도 했다. 유난히 긴 이번 추석 연휴에도 일을 하실 거냐고 물었다. 어르신은 보통 추석 시즌에는 물량이 많이 나오는데 요즘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이번에는 어찌될지 잘 모르겠다며, 올 추석에는 아마 쉴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어르신과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르신의 하루 일과가 그렇게 끝났다. 7시 반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했으니, 평범한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어르신이 하루 동안 번 돈이 2만 원이 채 안 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삼칠제로 30%를 뗀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빵을 먹었고, 지하철 안에서 파는 순간접착제를 사는 데 딱 천 원을 썼다. 이번 달 어르신은 얼마를 받게 될까. 그리고 그것을 무엇을 판 대가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지하철 퀵서비스의 작동원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무엇이 완전무결하게 촘촘한 배송망을 만드는가. 형형색색의 거미줄 같은 지하철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하철은 청담역이나 구로역에서 끊긴다. 청담역에서 15분 떨어진 픽업장소까지, 구로역에서 AK플라자까지를 메우는 것은 수많은 어르신들의 작은 보폭이다. 그곳에는 미래지향적인 IT시스템도 없다. 다만 어르신들의 꼼꼼함이 있을 뿐이다. 지하철 인프라가 거미줄이라면, 어르신들은 거미줄에 의지한 채 뉴욕의 도심 구석구석을 누비는 스파이더맨이다.

 

어르신은 지하철 퀵기사를 하려면 눈도 좋아야 하고, 관절도 튼튼해야 한다며, 더 늙으면 이 일도 못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지켜본 결과, 지하철 퀵서비스의 오배송률이 아주 낮다면(한 업체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꼼꼼하게 주소를 확인하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시행하기 때문에 오배송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어르신의 건강한 몸과 무엇이든 두세 번 확인하는 철두철미함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본 기자가 파악한 지하철 퀵서비스가 작동하는 법칙이다.

 

결국, 종종 물류의 미래처럼 여겨지는 공유경제 물류의 중심에도 사람(어르신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받는 대가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물론 이를 지하철 퀵서비스만의 문제로 한정할 수는 없다. 넓게는 물류산업 전체의 문제다.) 정당하게 평가돼야 할 누군가의 노동이 ‘공유’라는 미명 아래 가치 절하되고 있는 것 같은 의심도 든다. 무언가 소유하는 게 힘들어진 시대에 ‘공유’라는 말은 긍정적인 뉘앙스를 갖는다. 하지만 그 긍정적인 뉘앙스 뒤에, 혹은 누구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면 그만큼의 돈을 벌 수 있다든가 잉여시간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라든가 하는 말 뒤에, 무언가 찜찜한 게 감춰진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된다.

잉여시간: 지하철 퀵기사로 일하는 어르신들은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특정한 장소에 ‘배치’돼 주문을 기다린다. 이를 잉여시간을 활용한 부가가치의 창출로 볼 수 있을까.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일하는 우버 택시기사들의 낮은 임금 문제는 이미 여러 번 지적돼 왔다.


양석훈 기자

따봉충이 되고자 합니다. 단 하나의 따봉(좋아요)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공부합니다.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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