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승범의 공급망뒤집기] 그 많던 달인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by 박승범

2017년 11월 07일

자동화, 글로벌화의 영향... 사라진 산업현장의 달인들

표준화의 시대를 넘어서,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들

 

글. 박승범 SCM칼럼리스트

 

Idea in Brief

어느 순간 산업현장 곳곳에서 보이던 달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이따금 소개됐던 제조, 물류현장의 달인도 요즘에는 뜸하다. 많은 현장이 해외로 뜨고, 자동화 되고, 문을 닫아서 달인들도 같이 사라진 것일까. 사실 예부터 달인은 찾기 힘들었다. 달인이 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은 달인을 대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가뜩이나 없던 달인, 더 찾아보기 힘든 요즘. 우리 현장에 다가올 미래는 디스토피아인가, 유토피아인가.

 

이제는 국가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의 첫 방영 이틀 뒤인 2005년 4월 25일 월요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꿋꿋이 지금까지 방송하는 또 하나의 교양 프로그램이 첫 전파를 탄다. 바로 <생활의 달인>이다.

 

사실 ‘찐빵’이나 ‘육회 비빔밥’과 같은 음식 만들기 달인이 소개되는 프로그램은 예부터도 있었다. 그러나 <생활의 달인>은 음식 만들기에 그치지 않았다. ‘수제화’, ‘목공예’, ‘달력’, ‘운송기사’ 등등... 분야를 가리지 않은 산업현장의 달인들을 소개해줬다. ‘MADE IN CHINA’ 따위는 우리의 경쟁자가 되지 않던 그 시절, 영세공장에서 수십년간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품질검사를 해 온 숙련공들의 모습은 필자에게 그야말로 감동을 선사했다. 제조뿐이랴. 물류 현장에서 환상적인 운반, 배달, 운전실력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이 이따금 소개될 때면, 그들이 그 실력을 만들 때까지 겪었던 삶의 고단함이 필자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생활의 달인>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산업 현장보다는 맛있는 먹거리와 예쁘장한 공예 달인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제조와 물류업계를 두루 거친 필자가 그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제조업’이나 ‘물류업’과 같은 힘들고 먼지 많이 마시는 일들의 산업현장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기 때문일지라. 실제 많이들 없어졌다. 해외로 이전되거나, 자동화됐거나,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종사자가 줄어들었으니 자연히 국민들의 산업현장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졌고, 방송은 시청률의 흐름에 몸을 맡겼을 것이다.

 

모두가 달인이 될 수 없다면

 

어찌됐든 실제 산업현장에서 <생활의 달인>에 등장하는 달인과 같은 수준으로 일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결코 흔하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달인에 가까운 ‘숙련공’은 귀하다. 현대의 생산관리에서 생산성 증대를 위해 끊임없이 숙련공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이유다. 생산뿐이랴. 물류도 마찬가지다. 물류도 작업자의 숙련도에 신경 쓰는 것은 매한가지다.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는 단 1초 동안 생긴 부가가치 없는 일이 쌓이고 쌓여 엄청난 낭비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 물론 동기부여만이 끝은 아니다. 숙련공의 지식과 손재주는 ‘표준화’돼 ‘자동화’로 나아갈 것을 끊임없이 주문 받는다.

 

관련된 일화가 있다. 필자가 모회사의 생산라인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앞면 커버와 뒷면 커버 사이에 보드를 끼워 넣고, (지문 묻으니까)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그것을 잡고, 힘을 약간 주면 ‘딱’ 소리를 내면서 고정이 되는 그런 공정을 맡았다. 그런데 아뿔싸. 일을 하다가 라텍스 장갑 조각이 뚜껑과 뒷면 사이에 껴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단 1초의 실수로 인해 불량품 한 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숙련도와 표준화된 작업 공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불량공정을 막기 위한 지표로 생산에는 ‘재작업률’이 있으며, 물류에는 ‘오피킹률’이 있다. 마찬가지로 생산에 ‘불량률’이 있다면, 물류에는 ‘파손률’이 있다. 생산에 S/T(생산량/작업공수, 작업공수 효율)가 있다면, 물류에는 시간당 피킹건수가 있다.

 

다가온 로봇과의 동침

 

우리는 현재 단순 표준화를 넘어서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위협한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아직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우리는 당분간 피할 수 없이 로봇과 공존할 것이다. 그리고 숙련된 인간의 동작은 로봇이 ‘더욱 유연한 관절’과 ‘3차원 인식’을 통해 익혀서 표준화해나갈 것이다.

 

로봇과의 공존은 우리가 막는다고 막아질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필자가 오래 전 근무했던 한 물류센터에서는 한 젊은 피킹 작업자(Picker)가 진지하게 자신은 물류를 더 많이 배우고 싶다며 ‘지게차 운전’을 배우겠다고 지원한 적이 있다. 비교적 숙련된 피킹 작업자였고, 실제 매우 열심히 지게차를 배웠다. 며칠 후, 일손이 바빴던 어느 날. 이 피킹 작업자는 5단 랙에서 물건을 떠내다가 랙을 지게차 포크로 눌러 버려서 물건은 파렛트 째 아래 칸으로 떨어졌다. 로케이션은 여러 개가 파손됐고, 몇 주 동안 수리를 해야 했다.

 

숙련된, 그리고 꽤나 열심히 배웠던 그 사람도 실수를 했다. 이런 일을 반복해서 겪고 나면 어떤 현장 관리자도 사람의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사람이 사고를 덜 치고, 덜 다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마존 풀필먼트센터에서 키바시스템의 로봇들이 랙을 들고 다니고, 피킹 작업자는 가만히 서서 자기 앞에선 로봇이 가져온 랙에서 물건만 픽업하는 것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지금이야 그렇게 공존이라도 하지, 나중에 정말 사람과 유사한 로봇이 등장하는 날에는 이러한 공존도 끝이다.

 

피할 수 없다면

 

생각해 보니 억울한 일이다. 인간은 방금 피킹 작업자의 예처럼 엄청난 실수를 해 가면서, 그리고 깨지면서 일을 배운다. 그렇게 꽤 많이 깨지다가 한참 뒤에야 ‘달인’의 경지에 이른다. <생활의 달인>을 봐도 안다. 주인공의 손발이나 팔뚝 등을 보여 주면서 주인공이 달인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상처를 견뎌 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뭔가를 잘하게 하려면 반드시 허벅지에 피멍이 들도록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패야 하고, 그것이 곧 훈육이고 정신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생각이 잔존해 있다. 광복 72년이 지났는데 정신은 일본 관동군에 머물러 있는 선배나 지도자들도 참 많다.

 

근데 말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많이 동경하는 선진국은 두들겨 패지 않을 뿐이지 혹독한 수련을 시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스터쉐프US를 보면서 고든 램지의 쓴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이해가 갈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렇게 혹독한 수련과정을 견디지 못해 요리사 지망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솔직히 아깝지 않은가. 이렇게 힘들게 배운 지식과 경험과 손재주를 로봇은 단시간에 익힌다. 어느 누구도 로봇을 안 쓰면 안 썼지, 로봇을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패는 짓은 안 할 것이다. 그리고 곧 달인처럼 일하는 로봇이 나타난다. 사람은 눈물 콧물 쏙 빼 가면서 익힌 손재주를 로봇에게 냉장고에서 생수 꺼내 마시듯 쉽게 물려주고 실업자가 된다. 그야말로 통재다.

 

물론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미래는 분명 하루 몇 시간만 일하고 나머지를 자유 시간으로 즐기면서, 새로운 일을 배워 가면서,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기도 하는 그런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시대가 되어서조차도 야구방망이로 때려가면서 일을 가르친다는 것은 인간을 로봇만도 못한 존재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기계인간들이 인간을 사냥해서 박제하고 장식품으로 수집하는 <은하철도999>의 미래를 앞장서서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언젠가 로봇에게 맡기게 될 노동이다. 그 노동의 현장에서 계속 삶의 보람과 장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끼다가 자랑스럽게 로봇에게 물려주게 되길 바래본다.



박승범

물류에 뜻을 두고, 물류센터 현장분류부터 '운송회사'까지 전전한 끝에 최근 대형 제조업체 물류IT 업무를 맡고 있는 평범한 물류인입니다. {개인블로그}를 통해 물류 관점에서 본 세상 이야기와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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