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 국내 진출? 글로벌셀링 강화에 무게
인천에 아마존 FBA센터 오픈 가능성은 존재, 범아시아 역직구 거점 역할
글. 엄지용 / 김정현 기자
최근 몇몇 매체가 아마존닷컴의 국내 진출설을 보도하면서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다시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미 국내에 진출한 역직구(Global Selling)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코리아의 역직구 서비스는 한국 셀러의 상품을 미국 아마존에 판매대행하는 사업이다. 셀러가 미국 아마존 FBA(Fulfillment By Amazon)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내면 아마존은 이를 재고로 보유해두었다가, 고객주문이 발생한 시점에 셀러를 대신해 상품 포장, 배송, CS 등을 처리한다.
아마존코리아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한 셀러에 따르면, 아마존이 최근 역직구 분야의 신규 셀러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마존닷컴의 한국 진출은 사실무근이다. 그는 “아마존이 최근 국내 PG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이 또한 국내 셀러를 지원하기 위한 개념일 뿐 아마존닷컴의 한국 진출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마존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난데없이 아마존 국내 진출 보도가 나온 이유는 아마존과 제휴할 PG사 쪽에서 관련 정보가 잘못 전달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50여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내용도 나왔으나 실제 아마존코리아 내부에서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올해 초 아마존코리아가 글로벌셀링을 강화하면서 채용했던 인력에 관한 이야기가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마존코리아가 PG사와 제휴를 추진하는 이유는 기존 페이오니아, 월드퍼스트 등 3자 PG사를 통해 셀러의 판매 대금을 지급하던 것을 직접 셀러에게 전달하는 프로세스로 바꾸기 위함”이라며 “아마존이 직접 송금을 하면 기존보다 2~3일 빠르게 판매대금 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경쟁업체들도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오픈마켓을 통한 한국 내수시장 공략이라기보다는 역직구 서비스 강화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과거 글로벌 셀러를 모집하는 데만 집중했던 아마존코리아가 CS 등 셀러를 위한 부가서비스를 더하고 있으며, PG사와는 협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아마존이 가진 강점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화인데 국내 시장은 (인간의)노동력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마존의 강점을 살리기 어렵다”며 “더욱이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 언어(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전환비용도 크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중 한국에 들어오면서 자기 플랫폼만 가지고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이베이도 옥션, 지마켓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며 “여러 경쟁 업체가 난립해 시장을 확보하며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존이 위험과 자원 투입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시장에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할지는 물음표”라 덧붙였다.
물류센터 가능성, 범아시아 크로스보더 거점 목적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위한 물류센터를 한국에 오픈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 역시 국내 시장 진출보다는 해외 판매를 위한 크로스보더 물류 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내부
크로스보더 물류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한국은 아마존이 이미 진출하여 시장을 확보한 아시아 국가를 연결할 수 있는 최적의 허브이다. 아마존이 한국 FBA 물류센터를 오픈하고 국내외 셀러의 상품을 입고해둔다면, 기존 배송 리드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B2C 소액면세 혜택을 받으며 아시아 각국을 공략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및 오픈마켓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아마존의 FBA 물류센터는 ‘인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 자유무역지대에서 제공되는 세제 혜택이 물류 관련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에게도 아마존의 FBA 물류센터 오픈이 초대형 외자유치와 한국 중소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명분이 생긴다.
크로스보더 물류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마존이 미국에서 아마존재팬으로 보내는 물량은 국가 간 거리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4~5일이 걸린다”며 “만약 한국에 물류센터를 만들어놓고 일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중심으로 재고를 보관해 뒀다가 이를 일본으로 보내면 이론상 2일 배송까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일본뿐 아니라 아마존이 진출해서 성공한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로도 B2C 크로스보더 물류를 통해 제품을 신속하게 배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이와 같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범아시아 크로스보더 거점으로 인천을 염두에 두는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가 아마존 외에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2~3년 내에 아마존이 인천에 물류센터를 지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셀러들이 알아서 아마존 미국 FBA센터에 배송하는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직접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이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 밝혔다.
본지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아마존코리아 복수 관계자에게 문자 및 전화연락을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