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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직구의 시대에 유럽 직구라뇨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5월 21일

역직구의 시대, 중국·미국도 아닌 독일 직구를 선택한 까닭은

레인지인터내셔널이 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물류를 삼은 이유

레인지인터내셔널, 한덕희 대표▲ 한덕희 레인지 인터내셔널 대표

 

글. 김정현 기자

 

올해 초, 독일의 한 CBT(Cross-Border Trade) 회사 대표가 CLO 사무실을 찾았다. 대표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유럽발 직구 물량을 보내는 사업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류’가 자사를 다른 기업과 차별화해 줄 요소라고 생각해 CLO를 찾았다고 했다.

 

유럽발 직구라…. 조금 의아했다. 지난해에 온라인 ‘해외직접판매(역직구)액’이 ‘해외직접구매(직구)액’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직구 시장의 규모는 총 1조 9,079억 원으로 재작년보다 약 12% 증가한 반면, 역직구 시장의 규모는 총 2조 2,825억 원으로 재작년보다 약 82%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직구 시장은 매 분기마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증하는 역직구 시장으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많이 진출했다. 하지만 직구 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고 전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역직구 대신 해외 직구만을 고집한다는 스타트업에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국이나 중국 같은 큰 규모의 직구 시장도 아니고 독일이라니. 모두들 역직구, 그리고 중국만을 외치고 있는 요즘, ‘마이웨이’를 걷는 스타트업에 호기심이 갔다.

 

회사 대표는 한국에서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 3년 전 독일로 무작정 떠나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대기업을 떠나 독일에서 직구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기자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그날 사무실을 찾은 ‘레인지 인터내셔널’의 창업자 한덕희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인터뷰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Q1. 한국을 떠나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A1. 한 곳에 안주하는 삶 대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NHN고도소프트 마케팅 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남들이 보기에는 탄탄해 보일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고 독일로 떠났다.

 

특히 국가 간 거래는 학창시절부터 관심을 갖던 분야였다. 전공은 정치외교학이었지만 오히려 무역에 더 관심이 있었다. 때문에 학교생활을 하면서 무역에 관한 자료를 꾸준히 접했다. 무역을 알아가면서 미래에는 이커머스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했고, 첫 사회생활을 이커머스 관련 회사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5년간 다니던 이커머스 회사는 NHN고도에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당시 NHN고도에서 마케팅 분야를 담당하며 매주, 매달 모든 나라의 시장을 분석했다. 각 시장의 결제 데이터 표본을 가지고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했다. 데이터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커머스 동향을 살펴보면서, 언젠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국경 없는 사회’가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역업은 100년 전부터 존재해왔고, 해상·항공 물류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국가 간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특히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물건을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나름의 확신은 있었다.

 

당시에는 ‘직구’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했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의 좋은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싶었다. ‘사업을 하려면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Q2. 탄탄한 직장을 다니다 독일로 떠났다. 후회는 없는가?

 

A2. 4년째 독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선택과 가장 잘한 선택이 모두 ‘독일에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한국에서 마음 편하게 월급 받으면서 지냈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될 텐데’ 라는 생각이 가끔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일을 키워나가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때, 내가 깨어있다는 것을 느낀다.

 

Q3. 국내에서 가장 큰 직구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이 아닌 독일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3. 물론 처음에는 직구 시장의 규모가 큰 미국과 한국 인근의 일본, 중국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 시장은 포화돼 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직구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했다. 반면 독일 등 유럽에 특화된 국내 직구 업체는 없었다. 유럽에 진출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유럽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었다. 지금도 전체 직구시장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EU의 3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유럽을 선택한 까닭은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시장 성장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승폭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4년 1분기부터 2016년 4분기까지 EU 시장의 매 분기 평균성장률은 13.23%로 미국(4.08%)이나 중국(6.66%)보다 높다.

 

2014년 독일로 무작정 거취를 옮겼을 무렵, 전체 직구시장 중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유럽 직구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면서 독일 시장의 물량 또한 증가하고 있다.

국가별 온라인쇼핑 해외직구액▲ 국가(대륙)별 온라인쇼핑 해외직접구매액(출처: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

 

Q4. 유럽 직구 현황은 어떠한가?

 

A4. 독일과 미국의 직구시장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직구가 처음 유행할 무렵, 미국의 직구 시장은 의류 상품 위주로 발달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 직구 상품 중 약 80%가 의류 관련 품목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사가 의류에서 분유, 생필품, 주방용품 등으로 넓어졌으며 점차 취미용품의 직구 비율도 높아졌다.

 

이에 반해 유럽의 경우 초기 시장 자체가 생필품 위주로 형성됐으며, 이후 다이어트 식품, 건강상품 등으로 카테고리가 확장되었다. 특히 독일에는 의류가 아닌 생활에 필요한 상품 위주로 시장이 만들어졌다.

 

결국 해외의 생필품에 관심을 갖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미국 직구 시장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유럽 시장으로 건너올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유럽 직구시장의 규모도 계속 커질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직구 시장만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으로 향하는 독일발 직구 물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직구 카테고리가 유아용품, 화장품, 주방용품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으며, 북유럽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카테고리가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Q5. 직구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5.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구에만 고집하는 이유를 물어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에서 제조·유통되는 제품 가운데는 유럽 기준에 맞지 않아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 많다. 또한 한국 제품이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인·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령 독일 화장품 시장의 경우 유기농 관련 인증을 포함한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존재한다. 물론 인증 없이 판매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 독일 제품이 많기 때문에 한국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비용의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Q6. 이커머스와 물류의 관계는 무엇인가?

 

A6. 이커머스와 물류는 불가분의 관계다. 해외에서 일하면서 이 둘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애초 독일 시장만을 보고 시작한 사업은, 다행히 유럽 직구 시장과 함께 동반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물량이 증가하면서 물류의 중요성이 점차 커져갔다. 때문에 현재 레인지 인터내셔널은 물류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즉, 현재 우리의 방향성은 ‘물류’에 있다. 물류 대행업무를 맡기기 위해 해외에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 직접 연락해 영업을 하고 있다. 물론 기존에도 ‘배송대행 프로세스’는 있었다. ‘몰테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배송대행 프로세스를 생략하고 ‘직접 물류(Shipping)’ 방식을 통해 한국 시장에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떤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야할지는 막막해한다. 레인지 인터내셔널이 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물류를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인지 인터내셔널은 해외 이커머스 업체와 한국 소비자를 이어주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것이다. 국가 간 물류 흐름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소비자가 양질의 해외 상품을 더욱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외 이커머스 업체가 가지고 있는 물류 문제를 해소시켜 나갈 것이다. 궁극적으로 레인지 인터내셔널은 해외 이커머스 업체와 국내 소비자 사이의 ‘물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레인지인터내셔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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