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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팩의 전설’, 돼지코팩이 물류 외친 사연은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4월 06일

돼지코팩

 

돼지코팩. 다들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팩토리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코팩’이라는 니치 시장을 선점했고, 돼지코팩이라는 제품을 시장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코팩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았으며, 일반 화장품 회사들은 코팩 카테고리에 그리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미팩토리는 그런 코팩 시장에 진출해, 돼지코팩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코팩 시장의 규모 자체도 넓혀놓았다.

 

그 뒤에 더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았다. 기자는 돼지코팩을 만든 미팩토리의 창업자 이창혁 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 이사는 2011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25세의 나이로 창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플렉스파워라는 스포츠용 기능성 크림을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 판매했다. 그는 플렉스파워와 총판계약을 맺고 플렉스파워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리고 3년 반 뒤에 그는 해당 사업을 엑싯(Exit: 투자회수)하고 또 다른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이 이사는 다른 동료들과 만나 준비기간을 거친 뒤 2014년에 미팩토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코팩을 판매했다. 그리고 코팩 판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이 이사는 다른 카테고리의 사업을 시도했다. 의류 쇼핑몰은 인수한 것이다. 이후 2달 만에 BEP(손익분기점)를 넘기는 성과를 냈으나, 얼마 가지 않아 사업을 철수했다. 물류 부문에서 투입되는 고정비용이 높았기 때문이다. 의류의 경우 상하의 여부, 사이즈, 컬러 등에 따른 SKU(Stock Keeping Unit)가 방대해서 재고관리뿐 아니라 포장 등의 물류 과정에서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다. 이 이사가 쇼핑몰 사업을 접은 까닭이다.

 

이 이사는 쇼핑몰뿐 아니라 MCN 광고 사업 등도 시작했으나, 이후 모두 정리하고 ‘돼지코팩’ 하나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너 돼지코팩 해봤어?”

 

이 이사의 관심은 오직 ‘돼지코팩’이라는 단어를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 미팩토리의 목표도 자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코팩 분야에서 ‘카테고리킬러’가 되는 것이었다. 이 이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섬유스프레이라는 표현보다는 ‘너 페브리즈 뿌렸어?’라는 말을 많이 쓴다”며 “돼지코팩은 코팩계의 페브리즈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고 설명한다.

 

이때 활용한 핵심적인 마케팅 수단이 바로 SNS, 즉 뉴미디어였다. 이 이사는 “당시만 해도 SNS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는 없었으며, 돼지코팩은 초기 뉴미디어의 마케팅 리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팩토리는 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돼지코팩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코팩 사용 전후 비교 영상, 고객 후기 코멘트 등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SNS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또한 SNS를 통한 홈페이지 유입률, 유입 대비 실제 구매율 등을 분석해 보다 더 효과적인 콘텐츠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바이럴(Viral)을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 마케팅 전략에 적용했다. 이와 같은 콘텐츠와 전략이 미팩토리가 가진 진입장벽이라고 이 이사는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SNS에 입소문을 탄 상품이 잘 판매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반면 돼지코팩의 경우 판매량이 감소하기 전에 카테고리 킬러로 등극,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 이사는 “판매가 잘될 때는 월 매출이 16억 원에 이르며, 지금도 8~9억 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NS 홍보를 기점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상승했다. 이 이사는 “예전에 네이버 키워드 검색 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한 달 동안 코팩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수가 5만 건, 돼지코팩이 3천 건이었다. 하지만 마케팅 이후 코팩은 1만 건으로 줄어든 반면 돼지코팩은 13만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돼지코팩이 카테고리킬러로 성장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물량의 중심에서 ‘물류’ 외치다

 

카테고리 킬러로 성장한 돼지코팩이 맞닥뜨린 문제는 ‘물류’였다. SNS의 파급효과로 주문량이 급증했고, 자연히 물류에 관한 고민이 생긴 것이었다. 당시 미팩토리는 포장부터 배송까지 모든 물류를 3PL에 위탁했다. 그러다 돼지코팩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미팩토리는 대형 택배업체와 단가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이사는 “이 정도 수준이면 창고를 직접 짓고 직원을 뽑아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며 “즉, 물류 시스템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미팩토리는 물류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성수동에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그러다 성수동 센터의 수용가능물량(Capacity)을 넘어설 정도로 물량이 증가했고, SKU가 늘어나면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사업 초기에는 돼지코팩이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했지만 점차 코팩 외에도 색조 화장품 및 바디미스트 등 취급 카테고리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2월 미팩토리는 인천의 더 큰 부지로 물류센터를 이전했다. 
 

미팩토리가 자체 물류시스템 및 인프라를 구축한 이유는 물류를 단순히 비용절감의 영역으로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연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물류 자체가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현재 미팩토리 쇼핑몰에서 돼지코팩을 주문하면 사은품과 함께 직원이 직접 작성한 편지(이벤트성)가 함께 배송된다.

 

이 이사는 “아무리 유명한 3PL 업체라 해도 남의 제품을 자기 제품처럼 꼼꼼하게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있어서 물류는 재구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투자이다”라고 강조한다.

 

'물류'에 대한 미팩토리의 고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상품 판매량이 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올리브영과 같은 대형 벤더사에 출고하는 B2B 물량도 증가했다. 양거봉 미팩토리 물류팀장은 "기존 물류 시스템은 B2C에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B2B 물량 또한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미팩토리는 리얼패킹으로 상품 검수를 하는 등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미팩토리의 물류는 판매와 마케팅의 영역과 함께 발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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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미팩토리)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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