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연대 “갑질해고 뒤 취업도 막았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취업 여부는 대리점이 결정”
택배노조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일이 택배업계에도 있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를 둘러싸고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지난해 12월 CJ대한통운 동부이촌대리점 소장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해고된 택배기사 A씨가 CJ대한통운의 타 대리점에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취업불가’ 명단에 올라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CJ대한통운 동부이촌대리점에서 택배기사로 일했다. 그 후 대리점 소장의 개인적인 이유로 해당 대리점은 폐쇄했고, 해당 대리점 택배기사의 계약은 자연스럽게 해지됐다.
계약이 해지된 A씨는 다른 대리점과 계약을 맺으려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0일, A씨는 CJ대한통운의 타 지점과 계약을 맺기 직전에 해당 지점 소장으로부터 “(A씨의 이름이) 취업불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어 사번이 나오지 않는다”며 “회사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뿐만이 아니었다. A씨와 같은 대리점에서 일했던 B씨 역시 자신의 고향에 있는 CJ대한통운 대리점에 취업을 시도했으나 대리점 측에서 계약을 거절했다.
택배노조 측은 이에 대해 현재 CJ대한통운 대리점 소장들 사이에서 “A씨와 B씨를 포함한 네 명으로부터 취업요청이 오면 거절하라, 이들이 집배점을 교란하는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자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택배노조 측은 이러한 문자가 도는 배경에 CJ대한통운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부터, A씨와 B씨를 포함한 택배기사는 오전 상차 작업이 4~5시간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상차 오전종료 운동’을 벌인 바 있다. 그런데 이후 동부이촌대리점이 문을 닫은 뒤, CJ대한통운이 이 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특정 명단에 포함시켜 취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노조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며, 택배노조 측이 자사 이미지를 고의로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점과 계약하여 간선차를 활용해 택배물량을 공급할 뿐이며, CS지표를 통해 고객서비스를 관리하긴 하지만 대리점의 인력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법상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국내 택배업체는 일반적으로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중간에 대리점을 끼고 기사와 계약을 맺는다. 따라서 택배기사는 택배업체 대리점과 운송계약을 맺고 해당 대리점에서 나오는 물량을 처리한다.
물론 택배기사가 대리점과 운송계약을 맺으면 본사 시스템에 등록되어 코드를 부여받는다. CJ대한통운은 시스템을 통해 택배기사의 수수료 정산, 택배 위치 추적,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이동수 CJ대한통운 홍보부장은 “A씨, B씨를 포함한 4명의 코드가 전산에 등록되어 있었지만, 12월에 해고된 이후 코드해지 차원에서 접속을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뿐”이라며 “택배노조는 이를 두고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4명의 택배기사가 동부이촌대리점에서 문제를 일으켜 해당 사업장 소장이 폐쇄를 결정한 것이며 이는 타 대리점 소장들도 이미 아는 사실”이라며 “아무리 본사에서 해당 기사들과 계약을 맺으라고 권유한다고 해도, 문제를 일으키는 기사를 채용하고 싶어하는 소장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관기사>CJ대한통운 정조준한 '택배노조' 무엇이 문제인가(http://clomag.co.kr/article/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