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정vs회사압력, 대리점 폐점을 둘러싼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입장 차
택배기사를 위협하는 것들: 수수료, 장시간 노동, 간선차 지연, 보상 없는 상하차 노동, 고용 불안감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지난달 8일 공식출범했다. 같은 달 24일 ‘택배기사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설립 이후 첫 공식적인 발걸음을 뗀 택배노조가 정조준한 업체는 ‘CJ대한통운’이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과의 대립각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CJ대한통운 대리점이 지난해 12월 계약해지한 택배기사 4명의 복직’이지만 그 내면에는 조금 더 깊은, 그리고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존재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지난달 8일 공식 출범했다. 현재 택배노조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소속으로, 향후 정식 노조 설립 신고를 준비 중이다. 만약 택배노조가 정식으로 노조 설립 인가를 받게 된다면, 택배업계 최초 전국단위의 산별노조가 된다.
택배노조는 향후 장기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아가 현재 ‘특수고용직노동자’ 신분인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과 법적 지위 변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택배노조가 우선 주장하는 것은 ‘하차분류작업 임금지급’, ‘대리점 표준계약서 체결’, ‘무분별한 저가경쟁 방지’, ‘오전하차 분류작업 종료’ 등 크게 네 가지다.
택배노조는 여기에 더해 CJ대한통운 출신 택배기사 4명의 복직도 요구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택배기사 4명의 계약 해지가 CJ대한통운 측의 압박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매주 수요일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국의 택배기사들을 대표한다는 택배노조가 특별히 ‘CJ대한통운’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그들이 주장하는 부당해고 때문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자.
▲ 지난달 8일 열렸던 택배노조 창립식. 약 100여 명의 택배업 종사자가 참여했다. (사진제공 = 택배노조)
택배노조가 탄생하기까지
2013년, 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 과정에서 배송수수료를 인하하고, 택배기사에게 패널티(벌금)를 부과하는 등의 계획이 발표됐다. 이에 기존 대한통운 소속의 택배기사들을 중심으로 해당 계획에 반대하는 운송 거부 운동이 일어났고, 이와 함께 화물연대 산하의 택배분회가 탄생했다. 그전까지는 전라도 광주에만 존재했던 택배분회가, 운송 거부를 계기로 울산, 서울 등전국구로 확산된 것이다. 결국 합병법인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운송거부에 대해 14개 조항이 담긴 확약서를 작성, 전달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후 2015년. 울산 택배분회는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다시 한 번 운송 거부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달랐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2013년과는 달리 회사 측은 울산 파업 참가자를 대체할 인력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며 “때문에 울산 택배기사 파업을 통해서는 기대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 한 고객이 택배기사에게 보낸 욕설이 담긴 문자.(사진제공= 택배노조)
김 위원장은 지역별 투쟁을 겪으면서,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전국 단위 조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역별 투쟁을 하다보면 해당 지역에만 국한되는 내용만 요구되는 경우도 많아 택배기사 전체의 공감을 얻기 어렵기도 했다. 여러 지역을 중심으로 화물연대의 택배분회가 택배기사 전체를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택배기사들도 늘어났다.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를 중심으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찾기모임(이하 권리찾기모임)’이 탄생한 계기다.
▲ 혹한기, 외부에서 작업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사진제공 = 택배노조)
권리찾기모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모임의 가입자 수는 약 2700명이다. 권리찾기모임의 이름에 ‘CJ대한통운’이 들어가는 것처럼 모임 개설 초반에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의견 교류가 중심이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택배업계 전체를 포괄하는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다보니 자연스레 타 택배사의 택배기사들도 권리찾기모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권리찾기모임에서 제기된 여러 택배기사들의 고충은 지난달 택배노조를 정식으로 출범시킨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전국 각지의 택배기사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장시간 노동, 간선차 지연, 보상 없는 상하차 노동, 특수고용직 노동자라는 신분에서 오는 고용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며 “이는 단지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뿐만 아니라 타 택배업체의 택배기사들 역시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택배노조의 전신인 권리찾기모임은 택배노조 출범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CJ대한통운 정조준의 이유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까지 약 4년간 택배기사로 일했던 CJ대한통운에서 계약 해지됐다. 그가 일했던 용산지점 동부이촌대리점이 폐점되면서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해 해당 지점에서 일했던 택배기사 4명의 계약해지가 CJ대한통운 본사의 압력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해당 대리점에서 자신이 추진한 ‘상차 오전종료 운동’과 ‘택배노조 설립추진’으로 인해 CJ대한통운 측이 자신을 고깝게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CJ대한통운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 국내 택배업체들은 일반적으로 택배기사와 계약하지 않고, 중간에 대리점을 거쳐 기사와 계약한다. 현행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택배기사는 택배업체 대리점과 운송계약을 맺고 해당 대리점에서 나오는 물량을 처리한다. 즉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계약하여 간선차를 활용해 택배물량을 공급하고 CS지표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관리하지만 대리점의 인력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분쟁은 일촉즉발 확대되고 있다. 얼핏 보면 위 이야기는 ‘김 위원장’이 속했던 대리점의 몇몇 택배기사들만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이는 ‘택배업계’ 전체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계약 해지의 이유라 노조 측이 주장하는 ‘상차 오전종료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추진했던 ‘상차 오전종료 운동’은 택배기사들의 ‘과중한 업무’가 배경이 된다는 게 택배노조의 설명이다. 택배노조 측은 실제 국내 택배기사들은 배송 업무전 진행되는 상하차 업무에 대한 어떠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은 CJ대한통운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택배기사들은 보통 거점 허브터미널에서 택배를 실은 간선 차량이 지역 터미널에 도착하는 오전 7시부터 상하차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을 끝내기까지는 최소 5시간이 걸리며, 간선운송이 지연될 경우 오후 1시, 혹은 오후 2시까지 작업이 길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1시간에 배송 처리하는 물량은 약 30개다. 보통 택배기사가 하루 처리해야 하는 물량은 200~250개사이며, 때문에 배송에만 약 7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중간 집하시간(오후 5~7시)에 진행되는 상차업무까지 더하면 결국 밤 10시~12시 사이에야 배송업무가 종료된다는 것이다.
실제 권리찾기모임이 307명의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고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약 70%의 택배기사가 저녁 8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고 있으며, 이는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족(응답자 중 70% 이상)으로 연결됐다. 김 위원장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을하면 누구나 녹초가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작업에 5시간 이상 걸리는 상하차 작업에 대해서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택배사 측은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것이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상차 오전종료 운동’을 실행한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지역 터미널에서 적어도 정오(오후 12시)까지 하차 분류 작업이끝내야지 하루 배송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있다고 전했다. 그런 와중에 CJ대한통운은 배송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하루 2회전 배송’, ‘드롭 배송’ 등의 전략을 추진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전략이 인력의 추가 투입 없이 진행된다면 택배기사의 부담은 더욱 과중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차 오전종료 운동은 더욱 박차를 가했고, 동시에 택배노조 설립 역시 준비됐다.
이윽고 얼마 뒤인 12월 17일, 김 위원장이 일하던 CJ대한통운 동부이촌점이 문을 닫았다. 자연히 김 위원장의 계약은 해지됐다. 김 위원장은 “표면적으로는 대리점주의 개인 사정에 의한 폐점이지만, 보통 이렇게 폐점할 경우 한두 달 정도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보통”이라며 “대리점 폐점은 본사 승인 없이 이뤄질 수 없고, 폐점 뒤 해당 지역에 CJ대한통운 직영 택배기사가 대체 인력으로 거의 바로 해당 지역에 투입된 점 등을 미루어 보아 본사 측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 택배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현재 택배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만큼, CJ대한통운의 대리점을 개설하려고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번에 폐점한 동부이촌점에 일정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택배회사가 직접 기사와 계약하지 않는 계약 구조에서 자사의 대리점을 열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면, 또한 택배회사가 택배기사들과의 부침을 강경하게 대처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대리점 영업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며 택배노조측 의견에 힘을 더했다.
CJ대한통운의 반박
한편 CJ대한통운은 노조 측의 이야기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동부이촌점 폐쇄는 ‘해당 대리점주의 건강 악화’와 ‘택배기사의 업무지시 불이행’에 따른 결과다. 또한 CJ대한통운은 노동법상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대리점과 운송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이 아닌 ‘대리점 소속’이므로 회사측은 대리점 인력 운영에 관여할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동수 CJ대한통운 홍보팀 부장은 “택배는 서비스업이고,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CS 지표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행법상 회사와 계약관계를 맺은 것은 대리점이고, 회사는 지표를 가지고 대리점과 소통할 뿐, 그 외 대리점 운영과 관련한 부분은 해당 대리점의 자유”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보상 없는 상하차 업무부담’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1년 있었던 대법원 판례(2010다101875)를 인용해 반박했다. 택배는 하차부터 시작해 배송까지 끝내는 일이기에 당연히 택배기사는 그 부분을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2011년 2월 24일 부당이득금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 내용(사건번호 2010다101875) 일부. 해당 문서에서 원고(상고인)는 3명의 택배기사들이었고, 피고(피상고인)는 CJ GLS다. (자료제공=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상하차 분류 역시 배송의 일부이므로 택배 수수료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가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제기해 마치 택배업 전체를 사람을 부려먹는 악덕업자로 취급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택배기사들이 호소하는 긴 노동시간과 업무강도에대한 부담 역시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CJ대한통운의 설명이다. 배송건당 수수료를 수익으로 확보하는 택배기사가 늦게까지 많은 물량을 처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택배기사의 수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시장이 연 10% 대 이상의 고성장률을 기록하며 업계 전반에서 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간선차 지연 현상이 실제 발생하긴 하지만 물량을 처리하는 만큼 수익을 얻는 택배기사의 상황을 봤을 때 간선차 지연현상과 노동시간 연장은 다르게 봐야할 일”이라 설명했다.
택배 분류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CJ대한통운만이 아닌 택배업계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속도를 터미널이나 설비 구축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의 경우, 초기 물량이 늘어날수록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간선비용에 대한 고정비 투자가 이뤄진다”며 “높은 고정비로 인해 택배업체가 실질적인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대한통운 입장에서는 작업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메가 허브 터미널을 설립 중이고, 택배 분류 자동화에 12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물류 운영 효율화와 택배기사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것이 결과를 보이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회사의 이런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상하차만 문제는 아니라고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현행 택배업계 근로문제는 ‘보상 없는 상하차’와 ‘높은 업무강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문제는 택배기사 측에 전가되는 ‘유니폼 착용’과 ‘차량 도색 의무화’다. 김 위원장은 “택배사측은 업무 매뉴얼을 통해 택배기사의 회사 유니폼 착용 방식을 꼼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정규직 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한 택배기사는 자비를 부담하여 유니폼을 사 입어야한다”고 전했다.
▲ CJ대한통운의 유니폼 착용에 대한 매뉴얼(사진제공= 택배노조)
차량 도색과 관련해서는 택배사가 도색 비용을 지원하긴 하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택배노조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중고로 화물차를 되팔 때, 차량도색으로 인해 중고차 비용이 100만 원 정도 낮게 책정된다”며 “회사측은 택배기사의 유니폼 착용과 도색으로 인한 광고 효과를 보면서도 그것에 대한 별도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는 이에 대해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가 유니폼을 사서 입고, 차량을 도색하는 것은 업계의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차량 도색을 회사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지만, 계약해지나 타 택배사로 옮긴 택배기사 차량의 도색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넌센스”라 전했다.
전입가경이다. 향후 택배업계와 노조와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출신이거나 CJ대한통운 대리점에서 택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향후 택배노조는 노조로써 교섭력을 인정받기 위해 우선 조합원 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여기에 택배노조측은 단기 계획으로 ‘계약 해지된 택배기사의 복직’,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조와 CJ대한통운의 공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사람, 사람을 향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택배기사의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데에는 택배노조와 업계 모두가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택배업체들 역시 복지 측면에서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계약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택배기사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학자금 이외에도 경조사비 지원, 매년 1회 건강검진 실시, 허브 터미널 근무 여건 개선의 일환으로 화장실 개보수와 휴게실 설치, 컨베이어 벨트 정비 등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택배기사 처우 개선과 관련된 항목에서만 지난 3~4년 동안 300~4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KG로지스는 한 달에 두 번씩 배송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서비스 교육과 차량 안전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곽정현 KG로지스 대표는 “KG로지스는 본사가 아닌 대리점이 영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영업과 CS 측면에서 대리점과의 소통을 중요시 한다”며 “때문에 대리점 협의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은 경조사비 지원과 함께 ‘서비스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택배기사용 앱을 만들어 업무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근로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이 한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기업 측면에서 진행되는 근무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택배법 제정을 통해 산업 수준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택배법 제정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던 이야기다. 택배노조의 동조사에 따르면, 378명 중 약 33%(126명)가 택배노동자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운영 상무는 “국내 택배업계는 화주, 택배사, 택배기사 등 여러 주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인데, 이를 단순히 자정을 통해서 해결하라는 것은 묵인이나 다름없다”며 “택배업을 포괄하는 제도를 만들어 각 주체들 간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