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간 경계가 더 이상 무의미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물류를 품에 넣고자 하는 이종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디맨드,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의 새로운 기술이 범람하는 지금, ‘물류산업’은 어떻게 새로운 경쟁을 준비해야 할까. ‘로지스틱스 포캐스트 2017(Logistics Forecast 2017)’에서 진행된 몇 가지 발표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어보자.
발표.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 정리. 임예리 기자
맥킨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포워딩과 트럭운송(Trucking), 택배 등 3PL 분야의 성과는 호전되고 있으나, 자산을 보유한 항공 및 해운 분야의 성과는 악화되고 있다. 시대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에 직접 자산을 보유해 운영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유연함’이 중요한 지금, 주목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BM)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전망을 살펴보도록 하자.
① 온디맨드 비즈니스
온디맨드(On-demand) 소비채널의 성장세를 이끄는 것은 모바일이다. 그리고 모바일 사용의 증가로 온디맨드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온디맨드는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이다. 온디맨드는 물류 서비스에 엄청난 압박을 가할 것이다. 온라인과 온디맨드 시장의 성장으로 택배와 퀵서비스 시장이 함께 성장하고는 있다지만, 유통의 모든 니즈(Needs)를 물류가 완전히 소화할 수는 없다. 물류는 유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서비스 표준화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 있겠다. 하지만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는가. 이에 따라 기존 물류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필요한 물류 서비스를 진행하고자 하는 물류회사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결국 2017년은 국내에 O2O, 온디맨스 서비스가 난립하면서 좌충우돌 경쟁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② 라스트마일 물류
한편 물류산업 중에서도 ‘택배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실 택배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영역이다. 여러 택배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끝난 일본은 현재 2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한국 역시 같은 길을 걸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택배의 수용 능력(Capacity)을 고객 니즈에 맞추기까지는 앞으로 2~3년 정도가 더 걸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실 라스트마일 분야에서 일어나는 서비스 경쟁에 정답은 없다. 국내 소비자는 빠른 물류 서비스에 대한 비용 지불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약품이나 식료품처럼 빠른 배송에 대한 니즈가 충분한 분야의 물류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내 사용자가 물류비용이 공짜라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모든 소비자가 빠른 배송을 원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서비스에 투자를 계속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2017년은 라스트마일 영역은 서비스 표준화가 없는 불확실한 시대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기존 물류업체만으로는 서비스의 한계가 나타나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포함한 이종산업 기업들의 물류산업 진출 역시 두드러질 것이다. 자연히 ‘전략적 제휴’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③ 플랫폼
현재 플랫폼 시장은 ‘개방형 오픈마켓’과 ‘디지털 브로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류스타트업 ‘플렉스포트(Flexport)’와 ‘프레이토스(Freightos)’를 각각 예로 들어보자. 먼저 플렉스포트는 디지털 포워딩 업체다. 하지만 플렉스포트가 직접 운송업체에 지시하지는 않는다. 고객은 플렉스포트의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물류를 관리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한다. 반면 프레이토스는 개방형 국제물류 플랫폼이다.
이제 누가 ‘싱글홈’이 되느냐에 달렸다. 수많은 채팅앱이 등장해도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싱글홈은 일종의 독점 플랫폼으로, 자신이 가진 네트워크 파워를 이용해 사용자를 잡아둔다. 이에 반해 ‘멀티홈’은 꼭 특정한 플랫폼이 아니라 여러 플랫폼이 멀티로 사용되는 것을 가리킨다. 호텔을 예약할 때 특정한 기호 없이 여러 가지 예약 사이트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플랫폼 시장의 포인트는 거대한 국제물류시장에서 어떻게 자동화할 것인가이다. 만약 플렉스포트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사용자들은 이제 더는 포워딩 업체나 프레이토스와 같은 개방형 플랫폼을 쓰지 않을 것이다. 사실 둘 중 어느 플랫폼이 살아남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④ CBT(Cross-border Trade: 국가 간 전자상거래)
중국의 한국 상품 선호로 인해 한국의 역직구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실 CBT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여러 기업이 가장 경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CBT의 핵심이다.
최근 CBT 시장에서는 세안(ASEAN) 지역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아세안에는 기본적으로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많다. 따라서 트럭 운송로가 적다. 또한, 같은 나라의 섬에서 물건이 이동하는 것과 이웃 나라에서 물건이 오는 프로세스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유통기업도, 물류기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2017년, 아세안 CBT판의 대혼전이 일어날 것이고, CBT를 사로잡는 기업은 아세안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를 읽어야 미래가 보인다>① '생물학적 자살'의 기로 앞에 선 물류(http://clomag.co.kr/article/2165)
③ 완벽한 플랫폼의 조건(http://clomag.co.kr/article/2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