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임예리의 야매일기] 어솨~ 플랫폼 재테크는 처음이지?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2월 27일

A와의 우연한 만남 그 결과는?

"투명한 건물을 분양받으세요", 다단계 아닌 플랫폼 재테크 체험기

우리는 네트워킹 판매, 상위 1% 수익은 한 달 67만원

체험기, 네트워크 마케팅, 플랫폼, 피라미드

“정말 획기적이지 않나요?”

 

획기적이다. 너무 획기적이라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었다. 칸막이 너머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있다. 제목을 알 수 없는 흥겨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다시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니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눈 네 개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종이에 적힌 ‘플랫폼’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맞다, 그렇다. 플랫폼이다. 나는 플랫폼 때문에 여기에 왔다. 도대체 플랫폼이 뭐가 어떻기에 나를 이 낯선 곳까지 이끌었단 말인가.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기(起). Hello, Stranger

 

2017년 1월, CLO에 정식으로 입사한지 넉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취재 아이템에 목말라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퇴근 후 한 투자단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거기서 한 사람을 만났다. 그를 A라고 부르겠다.

 

처음부터 A가 눈에 띄었던 것은 아니었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짧은 네트워킹 시간에 A와 처음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A는 자신이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고 소개했다. 해당 아이템은 베타 서비스 중이며, 곧 중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나 피곤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몇 마디만 나누고, 내 명함을 A에게 건넨 뒤 집으로 돌아왔다. A는 명함을 챙겨오지 않았다고 했던 것 같다.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A였다. 한 번 인사를 나눴을 뿐인 내게 ‘정말로’ 먼저 연락을 주다니. 약간 감격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고, 미팅 약속을 잡았다.

 

만나서 우리는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있던 상황이라, A에게 지금 하는 사업 모델이 무엇인지 물었다. A는 획기적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자신의 사업 모델을 그야말로 ‘획기적’인 플랫폼 사업이며, 올해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없냐고 물었다. A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아직 정식 서비스가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템이 외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우리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가 자리를 파했다. A는 조만간 사업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니, 내게 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팍팍한 사회에서 나를 이토록 챙겨주다니. A에게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보다, 조금 더 감격스러웠다.

 

승(承). 비밀의 플랫폼

 

1월 20일 즈음. A로부터 잘 지내냐는 안부 문자가 왔다. 사업설명회도 열린다고 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드디어 그 비밀스럽고 획기적인 사업의 정체를 파악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나는 A에게 “사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전 서비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참여할 수는 없다. 회사명과 서비스명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A는 “(해당 아이템은) 정말 가치 있는 내용이고, 사업설명회에 참여한다면 아마 절대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은 안 들 것이며, 나는 이 점에 대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을 사전에 알려줄 수 없으며 직접 참가해서 들으라는 얘기를 에둘러 한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급한 일이 생겨 1월 말에 있던 사업설명회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토록 가치 있는 플랫폼이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까웠다. 나는 A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행이 A는 나를 잊지 않았다. 그 후에도 A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2월 20일, 21일 양일에 걸쳐 사업설명회를 다시 한 번 진행할 것이라 했다. 어떤 사업이기에 사업설명회를 이렇게 자주 하는지 의문스럽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A에게 이번엔 정말로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카톡 대화

▲생각해보면 항상 A가 먼저 내게 안부를 물었다. 

 

21일, 친절한 A는 근처 역까지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다. A의 회사 이름과 서비스명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선릉역에서 내렸다. A를 만나 10분 정도 걸으니 W빌딩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 A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기자님, 취재도 취재지만, 오늘 사업설명회는 기자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니 그런 관점에서 들어주세요.”

 

전(轉). 상생과 노후를 한 번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원형 테이블이 홀 한 편에 있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칸막이로 가려진 공간이 있었다. A의 자리는 칸막이 안쪽의 구석이었다. 나는 먼저 사업설명회를 듣기로 했다. 해당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사람이 설명회를 진행한다고 했다.

사무실 상담 테이블이 가득

▲ 사무실 한켠에는 위 사진과 비슷하게 상담 테이블이 늘어져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사무실에는 원형 테이블이, 사진보다 더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사무실 안은 상담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가끔 사람들이 함께 무언가를 외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팀장은 이를 "자사만의 문화"라고 했다.

 

나는 직업정신을 발휘해 노트북을 꺼냈다. 잠시 뒤 팀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노트북을 사용하면 다른 참가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자사만의 투자정보이므로 외부에 노출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나는 “구석에 조용히 앉아만 있을 것이며, 오늘 사업설명회 내용이 기사로 나갈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도 앉은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팀장은 막무가내로 ‘NO'를 외쳤다. 어쩔 수 없이 노트북을 접고 A4용지 한 장과 펜을 집어들었다.

 

강의실에는 이미 4명이 앉아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A 역시 들어와 옆에 앉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회사의 사업모델을 소개했다. 이때 처음으로 회사의 이름과 플랫폼 서비스명을 듣게 됐다. 약 50분 동안 진행된 사업모델의 핵심은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강연자는 “이제까지 대한민국의 유통은 철저히 대기업 위주였다. 대기업이 많은 마진을 챙겼기 때문에 생산자는 적은 이윤을 남겼고, 소비자는 아무런 이득 없이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제 이런 차가운 자본주의에서 따뜻한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의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이득을 돌려줌으로써 ‘상생’을 추구한다고도 했다.

 

가령 이제껏 유통사와 제조사가 수익의 8:2를 나눠 가졌다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서는 플랫폼, 제조사, 소비자가 3:3:4의 비율로 수익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포인트 형태로 지급된다. 플랫폼은 물건의 종류에 따라 총 3단계로 나뉘며, 해당 플랫폼에서 파는 물건은 단계별로 포인트 전환 비율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1단계에 해당하는 물건이 포인트로 전환되는 비율이 40%라고 치자. 소비자가 1단계에서 10만 원 짜리 물건을 샀을 때, 소비자는 4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 포인트를 다시 현금처럼 해당 플랫폼이나 연계된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플랫폼에 물건을 제공하는 제조업체는 싼 가격에 품질 좋은 물건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이라 했다. 소비자는 유통과정을 줄인 저렴한 가격을 물건을 소비함과 동시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그것도 매우 높은 비율로! 2단계의 포인트 전환 비율은 70%였다!)를 받는다. 또한 유통사와 제조사는 기존보다는 적은 마진을 남기지만, 안정적으로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상생의 모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라고 강연자는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A의 자리로 갔다. 팀장이 테이블에 찾아왔다. 궁금한 것을 마음껏 물어보라고 했다. 지금껏 플랫폼에 모인 사람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현재 수익은 얼마나 나고 있으며, 제조사는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 향후 목표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성격 화통하시네”라며 팀장은 설명을 시작했다. 팀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회원 수는 약 7만 명. 팀장은 아직 상품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아 상품이 진열된 온라인몰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회원들 위주로 베타 서비스 중이며, 2~3년 내에 일반 대중에게도 오픈할 것이라고 했다.

 

또 상품은 현재 대세인 건강관리 제품과 미용 제품을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A4용지 몇 장에 열심히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참고로, 내가 사업설명회를 들으며 직접 필기한 종이는 어느새 팀장의 손에 쥐어져있었고, 건물을 나올 때까지 그것을 받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의 말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VIP회원을 모집 중이다. 일반 회원이 단순히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사고 포인트를 받는 것과 달리, VIP회원은 자신만의 몰을 운영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팀장은 “이 플랫폼은 투명한 건물 같은 것이며, 사람들은 이 건물을 분양받는 것”이라 했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온라인몰이지만, VIP 회원이 되면 자신만의 도메인을 받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나를 통해 쇼핑몰에 접속한 사람이 내 도메인주소에서 물건을 사면, 그 수익의 일부는 내게 돌아온다. 마치 몇몇 어플에서 추천인을 등록하면 추천인으로 지정된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것처럼.

 

팀장은 "향후 100만 명을 플랫폼에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며, “자사 플랫폼이 공개되고,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만 하면 기자님은 영업할 필요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한 달에 600만 원씩 가져갈 수 있어요”라고 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궁금했다. 나는 “사람을 못 모으면 수익이 없는 거네요?”라고 물었다. 팀장은 “소비자가 특정한 회원의 쇼핑몰이 아닌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사더라도, 시스템 안에서 이미 자동으로 VIP회원의 순번을 매긴다”며 “일반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 수익이 그 순서에 따라 자동으로 회원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팀장은 물건을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40% 이상 주는 플랫폼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소비자들이 물밀 듯이 몰려올 것이라 했다. 그리고 요즘엔 O2O(Online to Offline)가 대세이며, 포인트는 온라인뿐 아니라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의 제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1시간 반 가량 대화가 이어졌을 때였다. 팀장이 말했다. “성격이 화끈하시니 저도 단도직입적으로 한 마디 하겠습니다. 회원가입 하세요.” 그는 플랫폼이 정식으로 론칭하면 다시 VIP회원을 모집할 계획이 없을 것이라며 나를 꾀었다. VIP가 돼서 도메인을 받는 방법을 물었더니, 팀장은 “물건을 사고 적립한 포인트가 200만 포인트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200만 포인트를 모으려면 380만원 정도의 물건을 사야 한다.

 

팀장의 말대로 성격이 화끈한 나는 “싫어요”라고 답했다. 팀장이 싫은 이유를 대라고 했다. 나는 “특별히 이 사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앞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팀장은 웃으면서 “기자님, 어떤 사람이 기자가 되려고 하면 누구한테 가서 물어봐야 하겠어요? 기자한테 물어봐야겠죠?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일단 회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사업 설명 코스를 들어보고, 그때 가서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아, 화끈한 성격을 조금 줄이고 가만히 앉았다.

 

결(結). 내가 본 상위 1%

 

팀장은 몇 마디를 더 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A가 팀장과 비슷한 설명을 이어갔다. A는 내게 회사가 ‘다단계법’에 등록되어 있으며, ‘직접판매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A는 두 단계 이상을 거쳐 수익을 발생시키려면 어쩔 수 없이 다단계법에 등록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왜 다단계와 네트워킹 판매를 헷갈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나도 그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없었지만, 굳이 그 생각을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됐다. 사전에 5시까지만 있겠다고 약속을 잡은 나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7만 명이라는 회원 수, 현재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외에 실제 종사자들이 얻는 수익에 관한 자료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팀장이 말한 ‘회사에서 진행하는 코스’를 들어야 했다.

 

A는 “언제부터 코스에서 진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언제 오실지는 알려주세요”라고 했다. 나는 다시 화끈한 성격을 발휘해, “가입한다고 말한 적 없어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때 연락드릴게요”라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A는 나를 바래다주었다. 헤어지기 전에 A는 자신이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A는 집도 회사 근처로 옮겼고, 아침 8시부터 밤늦게까지 주말도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다단계판매사업자 공개자료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업체의 2015년도 판매원 후원수당

 

집에 돌아와 포탈에 회사 이름을 검색했다. 해당 업체가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해당 업체에 등록된 총 판매원 수는 약 10만 명이었고, 상위 1%에 드는 회원은 한 달에 약 67만원 정도(2015년 기준)를 벌었다. 상위 1% 안에 들기 위해서는 아마 200만원 보다 훨씬 더 많은 포인트를 쌓아야 할 것이다. 그 돈은 내가 모집한 사람이 낼 수도, 아니면 더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내가 낼 수도 있는 돈이다.

 

여러 매체나 사람들의 후기를 통해 다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해왔다. 그래서 ‘나만은’ 다단계와 엮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플랫폼 비즈니스라니. 깜빡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A와 연락을 주고받은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설마,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다.

 

업체를 방문한 날과 그 다음날, 그리고 또 그 다음날 A는 내게 안부 문자를 보냈다. A와의 관계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