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을 일방적으로 비방할 국내 물류기업은 없다
화주-물류사-하청업자 간 전근대적 수주 관행 끝내야
국내 대표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이 100억원여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의 이국동 사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금일 중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현재 검찰은 마산, 부산지사에 이어 본사까지 수사를 확대해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대한통운이 조성한 비자금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유입됐는지 여부를 추적하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과 금호 측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더하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번 대한통운 조사를 본사에 앞서 마산과 부산지사에서 시작했다.
대부분 검찰의 수사진행이 본사의 컴퓨터와 회계장부를 압수하는 것과 달리 이번 경우는 지사를 선택했다. 왜일까?
대한통운의 부산지사는 회사 매출 기여의 일등공신이다.
부산은 회사 보유의 주요 항만시설이 집결돼 있고, 전국에서 화물운송 물동량이 가장 많이 발생되는 곳이다.
소환을 앞둔 이국동 사장도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부산지사장을 역임했고, 과거 대한통운 주요 경영진들이 이곳을 거칠 만큼 회사 내 핵심 사업장이다.
전통적으로 한진, 세방, 동부, 동방, KCTC, 국보 등 항만, 육상운송이 주력인 대부분의 물류기업들도 부산지역 매출이 가장 높을 정도다.
결국, 부산은 국내 물류기업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업거점인 셈이다.
이로 인해 국내 운송 및 하역사들은 부산에 사활을 걸고, 수출입 물동량과 화주 유치에 공을 들인다.
실제로 검찰 조사 결과, 대한통운이 조성한 비자금은 일부 임직원들의 개인 횡령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주로 화주고객사인 해운선사들에게 로비와 뇌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놓고 속내를 밝힌 순 없는 노릇이지만 항만 및 컨테이너운송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씁쓸한 웃음이 흘러 나올 대목일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물류1번지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발생하는 물류업계 암묵적 관행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내 물류산업의 암울한 현주소다.
국내 물류기업들은 전란의 황무지 속에서 전세계 수출규모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수출 한국의 물류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 해왔다.
그러나 국내 1위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이 생존을 위해 화주에게 뒷돈을 건네 줄 수 밖에 없었던 사유가 무엇이었던지 간에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물류기업의 위상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대한통운을 옹호하는 발언은 절대 아니다. 리베이트 관행은 엄연히 잘못된 행위다.
다만 대한통운이 이럴 지경인데, 하물며 이 보다 규모가 작거나 영세한 물류기업의 상황은 오죽하겠냐는 이야기다.
운송업, 창고업, 택배업, 시설업 등 모든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리베이트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다단계 영업을 통해 물량을 유치할 경우, 일명 브로커에게 돌아가는 리베이트는 그 발생 규모만큼 고스란히 화주들의 물류비 인상 요인이 되는 점을 잊지 말아야 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에서 화주-물류사-하청업체 간 수직적 관계의 답습은 대한민국을 영원히 물류 영세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내 물류산업이 화주와 물류기업 간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앞서 물류인들도 치명적인 유혹, 뒷돈 거래의 인연을 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