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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접이식 컨테이너’, 몇가지 의문과 답변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1월 2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이 지난 20일 한국형 ‘접이식 컨테이너’를 공개한 가운데, 이번 개발의 실효성에 대한 해운업계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안정성과 높은 단가에 따른 상용화 측면에서 우려를 보이는 반면 철기연 측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려1. 접이식 컨테이너의 안정성과 실용성

 

접이식 컨테이너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진행됐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시장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그 이유로 접이식이 가진 구조로 인한 안정성 문제를 꼽고 있다. 

 

컨테이너를 배에 실을 때는 화물차에 싣는 것과 달리 여러 겹으로 쌓아올린다. 최대 아홉 개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릴 수 있는데, 이때 맨 아래층에 있는 컨테이너가 받는 하중은 300톤 이상이다. 결국, 접이식 컨테이너가 배 맨 아래 실렸을 때, 최대 300톤의 하중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다.

 

남상우 퓨쳐박스 대표는 "수출용 컨테이너는 ISO(국제표준화기구, 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의 규정에 의해 모든 나라가 공통된 규격을 사용해야 한다"며 "측면이 접히는 방식의 접이식 컨테이너가 큰 하중을 견딜 수 있을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해상운송 과정에서의 파손과 뒤틀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접이식 컨테이너의 힌지(Hinge: 경첩, 접혀지며 겹치는 부분)가 있는 측면의 판넬(Panel)이 일반 컨테이너보다 쉽게 뒤틀릴 수 있다는 게 해운과 컨테이너 제작 업계의 지적이다.

 

또한, 컨테이너는 기밀성(氣密, Windtight), 수밀성(水密, Watertight)을 확보해야 하며 완전 차광(Lighttight)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접이식 컨테이너가 이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풀어야 한다. 

 

유용상 CMA CGM 이사는 “컨테이너 안에 빛이나 물이 들어와 버리면 화물에 치명적인 손상(Damage)이 가해질 수 있다”며 “접이식 컨테이너의 경우, 사용 빈도와 구조상 접히는 틈 사이로 외부 유입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덧붙여 "외국의 경우 빛·바람·물의 유입 등을 막기 위해 접이식 컨테이너의 코너 부분에 고무로 된 가스켓(Gasket)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고무 가스켓은 운송 중 찢어지거나 터지는 경우가 많아 부품 공급 측면의 문제를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접이식 컨테이너는 일반 컨테이너보다 수리하기 더 까다롭다는 게 컨테이너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반 컨테이너는 외부가 조금 찌그러져도 사용 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접이식 컨테이너는 처음 수준으로 복구를 해야 접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장나고 수리하는 과정이 몇 번씩 반복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처음처럼 잘 접힐지도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유 이사는 "일반적으로 100개의 컨테이너를 해상으로 운반하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30개 정도의 컨테이너는 수리가 필요하다"며 "접이식 컨테이너가 고장났을 때는 수리·보수에 대한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크다"고 덧붙였다.

 

우려2. 단가와 비용 감축

접이식 컨테이너 컨테이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토교통부

▲컨테이너 접이작업 진행 모습(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접이식 컨테이너는 일반 컨테이너와 비교하면, 디자인이 복잡하고, 특수 부품들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 하단과 지붕 부분이 많이 보강되기 때문에, 일반 컨테이너보다 제작 단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상용화가 되더라도 기존의 국토부 측이 주장한대로 기존 컨테이너 이용 대비 1/4 수준까지 비용 감축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일전 국토부 측은 접이식 컨테이너 개발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접이식 컨테이너는 접혔을 때 크기가 기존 컨테이너의 1/4 정도로, 그에 따른 운송·보관 비용도 약 75%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유 이사는 "한국은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나라다. 이를 컨테이너에 대입하면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가 외국에 나갔다가 빈 채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라며 "이론적으로 외국 항만에서 접이식 컨테이너를 접어 배에 싣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접는 곳은 외국이며, 특히 한국상품의 수입이 많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비싸다. 또한, 접이식 컨테이너를 접기 위해서는 전용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접이식 컨테이너 사용에 따른 전용 장비 등 부대 인프라가 전 세계 항만에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시간적인 비효율도 언급된다. 접이식 컨테이너 하나를 접는데 약 5분 정도가 소요되고, 4개의 접이식 컨테이너를 겹쳐 쌓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약 30~40분이 소요된다. 일반 컨테이너 4개를 옮기는 시간보다 오래 걸린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유 이사는 또 “접이식 컨테이너 활용에 따른 인력 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중국과 같이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나라에서 활용하기 적합할 것”이라며 “단순히 부피를 줄여 물류비를 줄이는 측면이 아닌 운영 측면에서의 비용도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접이식 컨테이너의 디자인이 이미 기존의 것들과 별 차이가 없기에 부분적으로 달라졌다고 할지라도 큰 틀에서 접이식 컨테이너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남상우 대표는 “5년 전쯤 한진해운과 네덜란드의 접이식 컨테이너 제조사 카고쉘(Cargo Shell)이나 호주의 트렉 폴딩 컨테이너(Trek Folding Containers)의 접이식 컨테이너 디자인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참고자료>

Trek Folding Containers 동영상

https://youtu.be/MNtJDzKC9bM

 

Cargo Shell 동영상

https://youtu.be/pp4HdsqPaoo

 

그는 이어 “접이식 컨테이너 제조사 중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HCI(Holland Container Innovations) 조차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컨테이너는 대형선사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데, 아직까지 접이식 컨테이너를 몇 백대씩 주문(Commercial Order)해 사용한다는 선사는 없다”며 한국형 접이식 컨테이너 상용화에 더 신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hci 4fold 접이식 컨테이너 네덜란드hci▲네덜란드 HCI사의 접이식 컨테이너 접이작업 진행 모습

 

자신감 보이는 철기연, “1/4까지 비용 감축 가능”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접이식 컨테이너 개발을 맡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 측은 접이식 컨테이너의 실용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권용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물류시스템연구실장은 기술 도용 상의 이유로 기술 구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지만, “이미 접이식 컨테이너의 완성도는 100%이고, 상용화 작업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이제껏 미국, 유럽 등에서 개발한 접이식 컨테이너의 약점으로 지적된 하중지지 문제와 인력·비용 문제를 보완했다”며 “이번 접이식 컨테이너는 강도, 누수 등 모든 방면에서 ISO 국제표준을 충족했을 뿐만 아니라 특허 출원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컨테이너가 접힐 때 사용하는 장비 역시 직접 개발해 이제껏 5~6명이 작업에 투입됐던 것과 달리 2명의 인원만 있어도 작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철기연은 컨테이너 단가와 비용감축 면에서 충분히 기존의 1/4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기연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접이식 컨테이너가 기존 컨테이너보다 4~5배 정도로만 비싸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개발된 컨테이너는 단가가 20~30%밖에 늘어나지 않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컨테이너 용적량은 기존과 똑같고, 수리도 기존의 컨테이너와 마찬가지로 용접과 판을 덧대는 방식이 가능해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보관이나 수송 단계에서 상·하역 작업이 더해지면 작업 과정이 번거로워지거나 비용이 추가될 순 있다는 시장의 지적에는 철기연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접이식 컨테이너는 항만처럼 컨테이너가 많은 곳에서 장기간 보관할 때 비용 절감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철기연 측의 설명이다.

 

철기연은 올해부터 접이식 컨테이너를 현장 운영에 활용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일정 대수의 접이식 컨테이너를 제작해 미국 롱비치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보내 현지에서 보관한 다음, 실제로 이뤄지는 비용절감 효과와 개선점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권 실장은 “이번 시연회에 참가했던 선사, 제조사, 물류업계 전문가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받았다”면서 “앞으로도 참고할만한 것이 있다면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2017년 초 물류 R&D 신규 과제로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 성능 고도화, 국제 성능인증, 상용화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진행되며, 총 연구비로 80억 원이 투자된다. 현재는 국비로 10억 원이 반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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