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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경쟁의 시대, 새로운 화두가 된 ‘경험’과 ‘가치’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1월 01일

-.전자상거래 경쟁 시대의 새로운 화두_‘경험’과 ‘가치’-. 원단부터 제작과정까지, 콘텐츠로 제공-.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사회적 가치'의 경험 제공

바느질, 패션, 경험, 유통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온라인 패션몰이 과거 단순히 실물을 판매하는 개념을 넘어, 고객에게 부가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채널로는 제공할 수 없는 실물 경험에 대한 한계를 온라인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품 판매 이전 발생하는 여러 과정을 고객에게 콘텐츠 형태로 제공하는 쇼핑몰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고객에게 상품 외적인 ‘사회적 가치’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쇼핑몰 역시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패션 쇼핑몰 사례를 통해 판매 경쟁의 시대에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경험’과 ‘가치’에 대해 알아보자.

 

# 지난해 한 차례 ‘쿡방’ 열풍이 불었다. 쿡방은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먹방’의 진화형이다. 먹방이 단순히 방송자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면, 쿡방은 여기에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추가했다. TV 프로그램으로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등이 대표적이며, 요리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음식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만든 부분이 대중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제는 음식(食)을 넘어 우리가 입는 옷(衣)에도 쿡방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패션업계가 과거 단순히 실물을 판매하는 개념을 넘어, 고객에게 부가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과 함께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온라인 채널로는 제공할 수 없는 실물 경험에 대한 한계를 온라인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고객에게 실물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 ‘제품컷’, ‘모델컷’을 활용해 최대한 상품을 실물처럼 노출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고객이 실제 구매한 상품이 온라인상에서 사진으로 봤던 것과 다른 경우가 다발했고 이는 반품과 환불로 이어졌다. 동시에 온라인 패션몰의 창궐과 경쟁 심화로 인해 고객의 눈은 더욱 높아지고 깐깐해졌다. 이제 소비 자체를 목표하는 것이 아닌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쇼핑몰들은 어떻게 온라인에 맞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극대화시키고 있을까.

 

제조 과정을 보여드립니다

 

상품 판매 이전, 즉 제작부터 배송까지 발생하는 여러 과정을 고객에게 콘텐츠 형태로 제공하는 쇼핑몰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쿡방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듯,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객 눈으로 확인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제조 공정을 강조하는 명품 브랜드부터 제조업체, 유통업체 등 소규모 자영업에 이르기까지 패션업계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명품 브랜드인 샤넬, 디오르는 상품의 제작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과거에는 알 수 없었던 패션상품의 백(Back)단에서 원단이 만들어지는, 그리고 옷으로 제작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이상의 수작업 공정을 살펴보면서 명품 상품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완제품만 봐서는 잘 알 수 없는 꼼꼼한 공정 과정을 소비자에게 공개함으로 말 그대로 ‘명품은 괜히 명품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디오르, 샤넬, 패션 경험

▲2016년 샤넬, 디오르 꾸뛰르 상품이 원단부터 완제품까지 제작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

 

소호몰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소호몰 역시 기존 상품을 사입해서 판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상품을 제작하거나 타쇼핑몰과 같은 상품이더라도 상품에 ‘이야기’를 담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기록하는 대표적인 수단은 블로그 및 페이스북과 같은 소비자 접점에 있는 소셜 채널이다. 

 

가령 쇼핑몰 메이썸 등 많은 국내 소호몰들은 상품 기획 당시 패턴 제작 과정, 샘플 제작, 원단 조달 등 상품이 제작되는 여러 과정을 제작일지 형태로 풀어나간다. 세부적으로는 상품 봉제선 하나부터 바느질(Stitch) 과정과 안감 소재, 단추와 지퍼의 질감를 하나하나 보여주기도 한다.

메이썸, 패션경험쇼핑몰 메이썸의 핸드메이드 코드 제작과정. 원단부터 부자재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사진=메이썸)

 

소호몰들은 쇼핑몰과 제조사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고객에게 공개하기도 한다. 쇼핑몰이 원하는 좋은 원단과 색을 뽑아내기 위한 제조사와의 줄다리기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객에게 우리 상품은 상품 제작 이전부터 꼼꼼한 품질관리를 했으니, 믿을만한 좋은 상품이라는 점을 전달하는 것이다. 

 

한 소호몰 대표는 “패션은 패턴, 원단, 봉제가 삼위일체가 돼야 완성되는 것”이라며 “동대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들이 아닌 옷 하나의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업체 사례로 보는 콘텐츠 활용

 

신생 패션 쇼핑몰 컷팩토리는 제조연합 비즈니스 모델로 각 제조 공정별로 잘 만들어내는 상품을 파악하여 함께 상품을 제조하고 있다. 당연히 ‘품질’과 ‘신뢰’를 갖춘 제조사와 제휴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며, 컷팩토리는 제휴하고 있는 제조사를 고객에게 전면 공개하고 있다. 가령 컷팩토리에서 제작하는 니트의 경우 제조업체인 이아손어패럴에서 30년 가량 니트만 전문적으로 만든 장인의 노하우를 통해 상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총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컷팩토리, 공장, 패션 경험컷팩토리, 공장, 패션 경험▲컷팩토리 제휴공장의 원단 제작 과정(위), 재단사의 봉제 장면(아래)

 

또한 컷팩토리는 ‘그 제품의 사연’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상품을 노출하기도 한다. 무보정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제 상품 품질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상품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전달한다. 동시에 소셜채널의 잠재고객과 실시간 질의 응답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간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했다.

컷팩토리, 페이스북, 패션 경험▲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원단을 소개하고 있는 김영신 컷팩토리 대표

 

김영신 컷팩토리 대표는 “컷팩토리와 같은 실시간 스트리밍 쇼룸방식은 마치 오프라인 매장 직원이 고객옆에서 상품을 설명하는 방식을 ‘동영상’이 대체하는 것”이라며 “고객과의 양방향 정보교환을 통해 온라인 쇼핑의 문제점인 높은 반품률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했다”고 말했다. 

 

가치를 구매하는 고객들

 

고객에게 상품 외적인 ‘사회적 가치’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쇼핑몰 역시 늘어나고 있다. 상품 구매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상품 구매를 통해 고객에게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과거 대표적인 사례로는 ‘탐스’가 있다. 탐스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제 3세계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신발제조·판매기업이다.

 

그러나 이제 ‘사회적 소비’는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박보검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을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가 출시한 티셔트를 입고나와 화제가 됐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나비, 소녀상, 동백꽃, 무궁화 등을 키워드로 디자인에 반영해 상품을 판매하며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박보검, 토모나리, 패션, 경험▲박보검이 입고나온 마리몬드 티셔츠

 

남성 쇼핑몰 토모나리는 유기견 후원이라는 주제로 맨투맨 후드를 제작해 기부금을 모으기도 했다. 판매 수익금의 50%가 기부되는 방식으로 모아진 후원금은 캠페인 종료 후 동물 복지 관련 비영리 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기부됐다. 토모나리의 유기견 후원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직접 후원 과정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구매 고객 중 희망자가 직접 유기견 보호센터에 방문하여 구매를 통해 발생한 기부금으로 구매한 사료를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방식이었다. 

 

박이성 토모나리 과장(물류총괄)은 “일반적인 상품의 온라인 구매전환율이 약 2%인데, 후원관련 상품은 4.4%”라며 “다른 상품에 비해 유기견 후원 상품 페이지를 본 사람들이 실구매로 이어지는 수치가 더 높은 것”이라 설명했다. 상품 자체 품질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담아내 사회 환원과 매출 향상 두 가지를 함께 이룬 사례다.

 

마케팅 수단으로의 ‘경험’

 

제조방법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패션에 담는 것. 이 모두 고객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상품 제조 과정을 고객이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 어쩌면 해당 쇼핑몰이 판매하는 상품들을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 구매 과정에서 전달된 ‘스토리’와 상품 판매와 부가적인 새로운 ‘가치’는 고객 구매 결정의 새로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코트라(KOTRA)에서 발간한 ‘2017년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서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  임성식 과장은 “모든 소비는 ‘신뢰’로 귀착된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리가 멀어진 현대사회에서 ‘내가 만든 제품을 믿어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은, 의외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상품 이미지가 온라인상에서 범람하는 시대다. 쇼핑몰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고객에게 온라인에 맞는 ‘경험’과 ‘가치’를 전달해주는 것은 경쟁업체에 비해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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