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편집장
“국내 물류스타트업 성장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기술 장벽이 아니라 개선되지 않는 인식의 장벽에 있습니다. 디지털 물류혁신 추진위를 구성해 물류산업 도약을 위한 컨트롤 타워를 맡기고 차세대 디지털 물류산업과 스타트업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필자는 지난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한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발표자로 참석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동북아 해양산업 육성을 위해 디지털 물류와 물류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했는데, 그 요지는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첨단 IT·SW 기반의 새로운 물류환경을 구축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입니다. 남북분단이란 사실을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섬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국내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더 이상 식상한 일이요, 수출 한국의 역군인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외치는 건 모자란 애국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유럽을 잇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러시아를 잇는 일본의 해저터널 등 인접 국가들의 교통, 무역 등 정책 활약상을 살펴보자니 더 이상 우리나라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방치하면 안 될 일이란 생각입니다.
얼마 전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일본 홋카이도(북해도·北海道)까지 연결하자고 일본 측에 제안했는데, 만약 이게 성사될 경우 한국은 북한에 가로막힌 동북아의 지리적 외톨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유럽을 잇는 21세기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개념으로, 이 또한 향후 대중관계의 역학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경제의 위협적 요인이 될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까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물류산업과 관련해 주목할 분야로 ‘크로스보더트레이드(Cross Border Trade)’가 최근 성장세에 있습니다. CBT는 쉽게 말해 직구, 역직구 등 국경을 넘어선 새로운 전자상거래 형태를 말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직구 규모는 지난해 1조 1933억 원으로 2014년 6542억 원 대비 82.4%나 확 늘었습니다. CBT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연평균 GDP 성장률의 2배 수준으로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물류산업 경쟁력은 세계 20위권으로 무역 및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세계은행이 올해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물류 퍼포먼스 인덱스(LPI)는 3.72점으로 세계 24위에 그쳤습니다. LPI는 세계 160개국의 물류 경쟁력을 평가한 지수로, 특히 한국은 국제운송과 통관, 물류서비스의 질과 완결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로 IT 기반 신생기업이 기존 다국적 물류기업이 수행해 온 여러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급변하는 글로벌 물류시장을 추격하고 향후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려면 물류산업의 디지털화와 물류스타트업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자는 △국가 물류산업 활성화 정책 협의회 구성 △CBT 물류 지원 인프라 강화 △물류정보 공유 및 개방 플랫폼 운영 △공공 조달시장 개선 및 물류 경쟁력 확보를 물류스타트업 육성의 선결 과제로 제안하고자 합니다.
선박은 항구에 머물 때 가장 안전합니다. 그러나 바다로 운항을 하지 않는 배는 더 이상 선박으로써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대한민국 물류의 현주소가 항구에 정박한 선박의 모습은 아닐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