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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화물연대 총파업, 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by 임예리 기자

2016년 12월 06일

10월 화물연대 총파업, 또 다시 거리에 나선 이들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개선방안, 수급조절 폐지 몰고올 것

여전히 문제가 되는 ´지입제´, 악성지입사 행위 규탄

 

글. 임예리 기자

 

Idea in Brief

지난 10월 10일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이 같은 달 19일 화물연대 측에서 정부의 화물시장 개선안을 전격 수용함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화물시장 개선안 폐지’,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폐지’ 등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 대신, ‘과적 단속 강화’와 ‘지입차주 권리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8월 30일 발표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으로 인해 촉진됐다. 1년 동안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화물운송 개선안이 발표됐음에도 화물연대는 어째서 파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까. 총파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0월 12일, 당시 현장은

 

10월 12일 오후 3시 의왕ICD 부근. 평소 같으면 화물을 싣고 나가야 할 화물차들이 길가에 줄지어 멈춰 있다. 의왕ICD 제1 터미널 정문을 지나쳐 500여 미터를 내려가니 화물연대본부 서울경기지부가 있는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건물 옆 주차장으로 보이는 공터에는 큰 천막들과 화물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눈으로는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당일까지 비조합원을 포함해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부산 3000명(경찰 추산 2000명), 의왕ICD 1200명(경찰 추산 400명)이었다. 화물연대 조합원의 수가 대략 1만 50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참여율은 아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측은 “총파업 현장에 나와 투쟁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멈추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조합·비조합원들을 고려하면 실제 파업에 참여하는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왕ICD 파업 현장에는 서울·경기, 충북, 강원, 충남, 인천 5개 지부의 조합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주변에는 화물연대 측에서 걸어 놓은 ‘지입제 폐지’, ‘표준위수탁 계약서 의무화하고 노예계약 금지하라’,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을 이행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사진= 화물연대 측에서 걸어놓은 플래카드. 이 외에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총파업 투쟁으로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 분쇄하자’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도 있었다.

 

화물연대가 점거하고 있는 구역은 의왕ICD 터미널에서 나온 화물들이 도로로 빠져나가는 길목이었다. 그 근처에는 의경이 투입되어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경찰측은 당일 13개 중대 1000여 명을 주변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경찰과 연대의 충돌로 부상자가 발생한 일이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의왕에서 경찰과 화물연대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화물연대는 의왕에서 1~2명이 조를 이뤄 이번 파업에 관한 선전물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운송기사들에게 나눠줬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운송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집회 선전에 개입해 약간의 마찰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는 것이 화물연대측 설명이다. 신고 절차를 거쳐 진행된 파업이었음에 불구하고 선전을 막고자 하는 경찰의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는 현장의 목소리 또한 존재했다.

 

왜 화물연대는 또 다시 파업의 깃발을 올렸을까. 

 

협의는 끝났는데 왜?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다. 국토부는 지난 8월 30일 물류산업 육성을 위해 시장발전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신한다는 취지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화물차 허가제는 지난 2003년 총파업 당시 정부가 화물연대 측의 화물차 수급동결 요구를 수용하며 만들어진 제도로 이후 화물차 공급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 공급기준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택배 물량의 증가로 인해 관련 업계에서는 택배용 소형화물차(1.5톤 미만)에 대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국토부는 이번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통해 택배용 소형화물차(1.5톤)에 대한 허가제를 폐지하고 신규 허가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택배용 화물차는 ‘배’ 번호판만을 부착해 일반 화물이 아닌 오직 택배용으로만 쓰일 수 있으며, 증톤이 금지된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이번 발표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포럼 개최, 별도의 위원회와 간담회 등 50여 차례 이상 화물업계 및 차주단체와 협의를 거쳤다. 화물연대 역시 협상주체로 협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미 상호 협의가 완료된 상황에서 파업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여론 역시 존재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정부가 공표한 협의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협의라고 주장했다. 화물연대가 정부가 꾸린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에 참여해 1년 여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그 내용들은 발전방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파업의 이유① 증차를 막아라

 

화물연대는 파업의 이유로 국토부의 개선방안이 2003년 그들이 쟁취한 ´화물차 수급조절´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한다. 이상하다. 국토부의 개선방안에서 수급조절 폐지는 1.5톤 미만의 소형 화물차에 한정돼 있다. 화물연대를 구성하는 대형화물차에는 기존 허가제가 유지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소형 화물차의 수급조절 폐지가 결국 대형 화물차의 수급조절 폐지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발표한 자료에는 ‘용달개별 차량의 톤급 제한이 완화되며, 개별의 경우 1.5톤 이상 증톤에 제한이 없다’라는 문구가 있다. 즉, 신규허가 차량만 증톤을 금지할 뿐,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차량은 증톤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제껏 ‘배’ 번호판을 달지 않았지만 택배용으로 쓰였던 소형화물차는 ‘배’번호판을 단 택배용 차량에 밀려 시장에 나오게 되고, 그 차량은 제한 없이 증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연대측 설명이다. 현재 9만 2000대로 파악되는 소형화물차가 25톤까지 증차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이는 이제껏 허가제를 통해 수급을 조절했던 것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인해 화물운송 시장내 과도한 경쟁이 촉발되어 운임하락을 불러온다는 연대의 주장 또한 존재한다. 지금도 최저입찰제로 인한 운임 덤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화물차 공급이 늘어나면서 과열경쟁이 벌어지고, 과열경쟁은 또 다시 운임하락과 과적운송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한택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평택항지회장은 “1.5톤에는 1.5톤의 짐만 싣고, 5톤 차는 5톤의 짐만 실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5톤 차량 차주가 5톤의 짐만 싣겠다고 하면 다시는 그 차를 부르지 않는게 현재 상황”이라 전했다. 그는 “과적의 근본 원인도 결국 과열경쟁인데, 소형차 증톤은 과열경쟁을 넘어 무한경쟁으로 가는 발판”이라 덧붙였다. 

 

파업의 이유② ‘지입제 폐지’ 목소리는 여전히

 

´지입제 폐지´ 목소리는 이번 파업에서도 여전히 높았다. 지입제 폐지는 이번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발표’ 내용과는 상관없이 화물연대가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다. 

 

화물연대 측은 근본적으로 지입제 폐지 없는 선진화 제도 도입은 무용지물이라는 반응이다. 대표적으로 화물연대는 지입전문회사가 연간 시장평균 운송매출액의 20% 이상의 운송 비율을 맞추도록 하는 ‘최소운송의무제’에 대해 대형업체들이 자가운송비율을 맞추기 위해 작은 업체들이나 운송기사로부터 번호판을 사서 그 금액을 자사의 운송기사에게 부담시키거나, 아예 번호판을 사서 자사로 들어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 지회장은 “번호판이라는 것이 정부가 화물차 식별을 위해 만든 것인데 현재 개인 화물차 번호판 가격은 5000~6000만 원까지 뛰었다”며 “화물차와 번호판 모두 운송기사가 산 것인데, 어째서 지입사 명의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지입사가 가진 화물차와 번호판의 명의를 악용해 횡포를 부리는 업체 사례도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위수탁 계약이 6년 지나기 전에는 지입사가 차주를 상대로 위·수탁계약을 마음대로 해지할 수 없고, 계약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 외에는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입사가 계약 만료와 함께 번호판을 다시 회수하고, 계약 연장 조건으로 번호판 값을 요구하는 일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밤에 노란색(영업용) 화물차용 번호판을 가져가, 낮에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서는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하거나 지입사가 이전했다며 운송기자에게 인감도장과 관련 서류 등을 보내라고 한 뒤 화물차 번호판을 없애고 자동차 번호판을 발급하는 악질 지입사의 사례 또한 여전하다. 

 

우 지회장은 “위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6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소송 자체가 어려워져 운송기사는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신고 접수되지 않은 비조합원들의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기자와 우 지회장의 인터뷰가 한 시간쯤 진행됐을 무렵, 조합원들이 하나하나 집결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인터뷰를 마무리 짓고, 우 지회장은 곧 있을 집회를 준비했다. 잠시 뒤 지역별로 나뉘어 모인 조합원들은 건너편 길가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경찰들도 근처에 대오를 맞춰 섰다. 각 지부의 지부장들은 차량에 올라가 돌아가며 연설하기 시작했다. 연설 과정에서 경찰과 화물연대 조합원 사이의 가벼운 충돌은 있었지만, 큰 마찰로 번지지는 않았다. 

 

화물연대 한 조합원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생계를 포기하고 나온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호소했다. 

사진= 경찰과 화물연대 측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

 

10월 19일. 화물연대는 화물시장 개정안 수용을 발표했고, 이와 함께 파업은 종료됐다. 정부 측은 화물연대가 요구한 개정안 폐지, 지입제 폐지 등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 대신, ´과적 단속 강화´와 ´지입차주 권리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현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직접 쓴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봤다. 그 중에서 ‘나도 집안 가장이다’, ‘함께하는 가장이 되고 싶습니다’, ‘인간답게 살게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우 지회장은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현업으로 돌아가도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 모두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파업에 참가한 것”이라 강조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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