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특채 경찰, 수원 교차로 통행속도 43% 개선, 의미있을까?
사물인터넷이 데이터에 기여하는 가치, 교차로에 IoT를 입혔더라면
증강지능과 증강행동에 집중해야, 사물인터넷 시대 인간의 역할
(자료= 연합뉴스, 경기남부청 제공, CLO 재가공)
글. 신광섭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 편집.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교통공학을 전공한 특채 경찰관이 수원 장안구 파장천사거리의 교차로 신호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한다. 해당 경찰관은 한산한 부도로의 신호 구간을 줄여 막히는 주도로로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전체 평균 통행 속도의 43%를 개선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물인터넷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이 시점에 이 기사가 의미 있게 나타나는 것이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만약 해당 개선사례에 사물인터넷이 도입됐다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하여, 더욱 넓은 구간의 신호 시스템을 개선했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아직도 막연하게 들리는 사물인터넷을 과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물인터넷 활용에 따라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 나갈까?
지난 7월 데이터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기사가 화제가 됐다. SNS를 통해서 시시각각 공유되기도 했던 이 기사는 교통공학을 전공한 특채 경찰관이 수원 장안구 파장천사거리의 교차로 시스템을 개선한 사례를 전했다. 상습 정체구간으로 유명했던 파장천사거리의 교통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던 순경이 통행시간을 ‘자원’으로 보고 한산한 부도로의 신호 구간을 줄여 막히는 주도로로 재분배하여 전체 평균 통행 속도의 43%를 개선했다는 내용이다.(관련기사= 교통특채 경찰, 교차로 ´숨은 10초´ 개선... 속도 43% ↑, 연합뉴스)
물론 이 기사를 접한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향은 다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시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 혹은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의 시대가 왔다고 온 세상이 떠들썩한 이 시점에 이 기사의 해결 방향이 과연 어울릴만한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만약 IoT 기술을 교차로 병목개선 사례에 도입해다면 어땠을까?
이번 기고를 통해서 IoT 기술이 데이터 측면에서 가지는 의미를 먼저 생각해보고, 물류산업에 몰고 올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015년 중반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IoT의 정의가 무엇이고, 어떤 기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을 해왔다. 때문에 이번 기고에서 다시 한 번 IoT가 무엇인지 깊게 논의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단 IoT가 어떻게 가치를 형성하는 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래 그림은 IoT 기술이 데이터 생성, 분석,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선순환 구조의 형태로 설명하고 있다.
IoT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의 선순환 구조(자료= Deloitte University Press, CLO 재가공)
IoT 기술은 기존 센서(Sensor) 기반의 데이터 생성 방식을 의사소통(Communication) 방식으로 전환시켰다. 물론 센서를 통한 데이터 확보 방식은 여전히 유지된다. 하지만 관리자가 그 결과를 취합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간 의사소통을 통해 데이터가 공유되고 통합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 그 차이점이다. 이 과정에서 IoT 기술이 데이터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물인터넷이 데이터에 기여하는 가치
위 그림처럼 IoT기술 역시 최초에는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생성(Create)하고, 다시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통해 공유하는 단계를 거쳐 통합(Aggregate)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이 모두 자동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될 가능성이 낮다. 바로 여기에서 IoT 기술의 첫 번째 가치가 생성된다.
즉, IoT는 데이터의 품질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과거 데이터로부터 학습을 통해 기계나 시스템이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데이터가 왜곡되어 있거나 편향된 데이터만을 보유하고 있다면 학습의 결과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고, 비즈니스에 활용될 경우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훌륭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더라도 학습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품질에 의한 한계는 극복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IoT 기술이 적용되면, 데이터 생성, 의사소통 및 통합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할 수 없다. 관리자의 주관이 배제되기 때문에 데이터의 정확도와 객관성 향상을 보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스템이나 기기의 오류로 인해 데이터의 무결성이 훼손될 수는 있으나 사람에 의해 측정, 기록 혹은 조정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 비해서는 확실히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된다.
IoT가 데이터에 기여하는 두 번째 가치는 ‘실시간성’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가 생성되고 비즈니스에 활용되기까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IoT 기술은 데이터의 기록부터 통합까지 걸리는 시간을 급격하게 감소시킨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조금 더 최근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분석 결과를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통행량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하루가 걸린다고 하면 한 시간 뒤에 어느 구간에서 정체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5분 단위로 측정과 분석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한 시간 뒤 정체 예상 구간의 예측 정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 정확도와 객관성의 향상, 실시간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IoT 기술의 가치가 꼭 물류산업에만 국한되어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물류산업 자체가 갖는 핵심적인 기능이 화물의 이동과 저장이라는 측면에서 IoT 기술이 가져올 변화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가장 큰 효과는 전체 물류 네트워크의 ‘가시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언제 어디서나 화물의 위치 추적, 운송이나 보관 상태와 같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이를 기반으로 운송과 보관 기능에서의 효율성 향상과 시간 단축, 비용 절감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어느 요금소를 통해 얼마나 많은 차량이 진입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고속도로 각 구간별로 운행 속도를 알 수 있다면, 앞으로 어느 구간에서 병목이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원래 계획되었던 경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우회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IoT 기술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순환구조에서 마지막 두 단계인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과 증강행동(Augmented Behavior)이 바로 병목구간에 대한 예측과 우회 여부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파장천사거리에 IoT를 입힌다면
다시 처음 파장천사거리 교차로의 병목개선 사례로 돌아가 보자. 아래 그림은 기존 교통 신호 체계와 개선된 교통 신호 체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경찰관이 사용한 방식은 파장천사거리의 신호 체계를 단순히 균등하게 배분해 운영하던 기존 방식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통과하고자 하는 차량의 수를 기준으로 여유자원을 부족한 차선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만약 IoT 기술을 여기에 적용했다면 어땠을까. 각 차선별로 차량의 이동속도, 교통량 등의 데이터가 측정될 것이다. 측정된 데이터는 주변에 위치한 다양한 기기나 시스템을 통해 측정되는 데이터와 함께 통합될 것이고, 상습 정체 구간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람의 눈을 통해서만 측정되고 확인됐던 데이터가 실제 기기나 시스템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증강지능’을 통해 정체 발생의 원인이나 패턴까지도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설계하는 것은 온전히 관리자의 몫이지만, 이미 정확하게 측정된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대안이 더욱 효과적인지 빠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바로 ‘증강행동’이다.
만약 파장천사거리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인근 교차로로 대상을 확대했다고 해보자.(실제 기사에서도 해당 경찰관이 고안한 방법을 도내 47개 교차로로 확대, 적용한다고 언급돼있다.) 단순히 파장천사거리의 통행 속도가 개선되더라도 바로 다음 교차로에서는 더 큰 병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호 대기 상태에서 초록색 불이 켜졌으나 바로 다음 교차로가 정지신호이거나 이미 많은 차량이 대기 상태라면 파장천사거리의 속도 개선은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물론 파장천사거리의 속도 개선 효과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부분 최적화(Local Optimum)보다는 전체 최적화(Global Optimum)를 통한 교통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IoT 기술을 통해 측정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구간에서 정체가 발생할 수 있을 지를 빠르게 예측하고, 신호 주기의 변화를 통해 운행 속도를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 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인더스트리 4.0에서 이야기하는 CPS(Cyber Physical Systems)를 교통관제시스템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막연한 사물인터넷, 어떻게 적용할까
많은 사람들이 IoT 기술이 상용화되면 우리의 생활이나 업무 수행 방식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물류산업 많은 관계자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그들이 IoT 기술을 어떻게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해답은 어쩌면 단순하거나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 “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해보자. 필자가 그 질문에 대신 답하자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깝든 멀든 간에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미래에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고, 또 그 사건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를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앞선 선순환구조의 가운데 부분인 ‘위험(Risk)’의 세 영역인 ‘보안(Security)’, ‘신뢰성(Reliability)’, ‘정확성(Accuracy)’이다.
사물인터넷 혁명, 인간의 역할은?
IoT 기술은 이미 우리 인간의 역할 중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IoT는 과거 문서를 주고받고,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PDA로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을 통해 데이터를 생성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했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 기기나 시스템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소통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 내거나 통합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나름대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대로 행동할 수도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지막 두 단계인 ‘예측’과 ‘판단’은 인공지능을 통해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규칙, 행동 규정을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순환 구조의 마지막 단계인 ‘증강지능’과 ‘증강행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IoT 기술을 통해 측정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의사소통하게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예측할 것이고, 어떻게 대안을 설계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분명 컴퓨터가 아닌 인간이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과거 산업혁명, 컨베이어에 의해 공장이 자동화되던 시점을 기억해보자. 많은 노동자들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노동자는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기계에 단순 반복 작업, 위험한 작업, 어려운 작업을 대신 맡겨두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조금 더 의미 있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공장 자동화가 우리 생활을 정말 가난하게 만들었을까?
IoT 기술 보급이 가져올 변화는 분명 공장 자동화보다 더욱 클 것이고, 변화의 속도 역시 과거에 비해 빠를 것이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그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과 가치를 빠르게 이해하고 대처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사람들 역시 변화에 적응하는 이들만이 기술이 만드는 가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