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몰의 물류팀, 사람이 중요한 이유
토모나리의 물류방법론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2016년 1분기 우리나라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쇼핑몰 거래액은 2조 2518억 원(통계청 발표 기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 15조 1287억원의 대략 15%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국내 온라인 패션 쇼핑몰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쇼핑몰 사이에서 ‘최저 가격’ 경쟁 보다는 ‘물류 서비스’ 개선을 통한 소비자 만족도에 주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6년째 상위권을 지켜온 남성 패션 쇼핑몰 토모나리의 물류 프로세스를 살펴봤다. |
대학생 시절 물류학과로 전공을 바꾼 기자는 주변 어르신들에게 나중에 “택배 기사 되려고, 물류를 공부하느냐”는 엉뚱한 눈총을 받곤 했다. 기업에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도 있고 CTO(Chief Technology Officer)란 말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CLO(Chief Logistics Officer)라는 직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도 국내 기업들의 물류부서는 비용절감 부서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심지어 현업에 있는 물류부서 직원뿐만 아니라 관리자들마저, 그저 하루하루 물량 치기에 급급한 게 국내 물류시장의 씁쓸한 현주소이다.
사실 어느 산업이든 물류가 없으면 제대로 사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특히 B2C 기업의 경우 소비자의 접점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물류의 중요성은 더 각별하다. 아무리 많은 주문이 들어와도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 이미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진행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류는 소비자의 경험, 즉 서비스의 영역에 걸쳐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물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각 기업에서 물류 전문가 직책이 만들어지는 등 많은 변화의 시도가 엿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는 여타 산업에 비해 ‘주먹구구식’이라는 표현을 듣고 있다. 왜일까.
이커머스의 성장과 동시에 패션 소호몰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통계청 경제통계국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온라인 쇼핑몰 숫자는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증가 추이가 빠르며 또 그만큼 빨리 사라지기도 한다”며 “패션 관련 품목을 취급하는 쇼핑몰의 정확한 수치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몰 판매매체별 상품군별 거래액’을 살펴보면 의류·패션 및 관련상품 쇼핑몰의 거래액은 2014년 1분기 약 1조 6678억 원이었으며 올해 1분기 거래액은 2조 2518억 원 이다. 이는 약 35% 상승한 추이이며 2016년 1분기 기준 모든 상품군 거래액의 14.9%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증가 추세 속에서 지난 몇 년동안 살아남은 쇼핑몰들이 변하고 있다. 이미 해당 업체들은 소호몰(SOHO, Small Office Home Office)이라 부를 수 있는 규모를 넘어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소호몰의 성장과 더불어 사업 초기와 비교해 급증한 물량으로 배송 등 물류 프로세스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쇼핑몰들은 물류의 중요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중 ‘물류’에 대한 변화의지를 보이는 대표적인 쇼핑몰이 있는데, 바로 ‘토모나리’다. 토모나리는 2011년 사이트를 오픈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의류 쇼핑몰이다. 토모나리는 현재 스타일차트 자료 기준으로 남자 쇼핑몰 순위 3위 업체다. 토모나리는 상품 사입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상품을 만들고 있으며, 현재 중국 등 글로벌 오픈마켓에도 진출하고 있다.
토모나리의 물류를 총괄하는 박이성 차장은 “소호몰들이 성장할수록 물류 단에서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직접 물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부터 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모나리의 물류 프로세스 개선에 왜 ‘사람’이 중요한지 그 이유를 박차장과 대담을 통해 알아봤다.
▲ 박이성 토모나리 차장(물류총괄)
Q1. 남성 전용 쇼핑몰 토모나리의 전반적인 물류 이야기에 대해 듣고 싶다.
A1. 전체 물류 프로세스는 발주, 검수, 입고, 진열, 피킹, 포장, 출고 과정을 거친다. 먼저 사입 거래처별로 걷어온 상품들이 들어오면 상품 수량을 검수한 후에 실입고 처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소호몰과 다른 점은 입고처리 전에 수량 검수를 하고 실입고 처리를 한다는 점이다. 여타 많은 소호몰들은 발주 후 사입해온 상품들을 가입고 처리한 후 나중에 수량 차이에 대해 조정한다.
검품을 거친 후 상품에 자체 바코드 라벨을 붙인다. 이렇게 입고된 상품을 지정된 랙 위치별로 진열한다. 그러면 작업자는 주문 송장에 표시된 랙 위치를 보고 상품을 피킹한다. 포장하기 전에 바코드 리더기로 송장과 상품을 스캔하여 대조한 후 일치하면 포장단계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피킹과정을 거치게 된다.
Q2. 토모나리는 사입 제품외에도 자체적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체생산 상품과 사입 제품의 물류 관리에 차이가 있는가. 또한 성수기, 비수기 물량 차이가 궁금하다.
A2. 토모나리는 현재 재고기준으로 자체제작이 차지하는 비율이 45%이고 나머지 55%가 사입으로 들어오는 상품이다. 제작상품, 사입 상품 모두 잘 팔리는 상품과 사계절 상품의 경우는 재고를 항시 보유하고 있다. 사입 상품의 경우 그날 입고돼서 그날 출고되는 상품이 대부분인 반면 제작 상품은 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작상품의 경우 토모나리에서 이슈되는 패턴을 많이 활용해서 디자인단부터 설계가 들어간다. 생산에 필요한 원단을 찾아서 샘플링하고 디자인이 확정되면 생산 발주를 넣는다. 그 후 물건이 입고되면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이렇게 자체적으로 생산할 경우 생산 초도물량에 대한 제한이 있어서 재고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다. 물건이 잘 팔리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하루이틀 사이에 판매량이 급증하면 다시 생산 발주를 넣고 물건을 받기 때문에 배송까지 리드타임이 증가한다. 그럼에도 자체제작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마진율이 사입 상품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재고를 물류센터에서 보유하고 있으므로 당일 출고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적정 물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발주부터 물류팀과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판매가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상품에 대한 추가 생산 발주를 할 경우, 물류팀의 재고 부담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쇼핑몰 판매 수량은 사실 비수기, 성수기가 확연히 구분되어있지 않지만 매출에는 차이가 있다. 매출 관점에서는 여름이 비수기, 겨울을 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겨울 외투를 판매하면 5만 원의 이익이 남는 반면 여름 반팔 티셔츠는 몇천 원 남는다. 때문에 계절에 따라 판매 수량은 많이 차이가 나지 않지만, 매출 부분에서는 격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토모나리 물류센터에 진열된 옷가지들
Q3. 재고조사를 빈번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고조사를 자주하는 것은 분명 장점도 존재하겠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직원들 입장에서는 번거러운 작업일수 있다. 재고조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3. 토모나리는 재고조사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많은 소호몰들은 재고조사 시 맞지 않는 수량으로 인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큰 규모일수록 재고조사를 분기별, 혹은 1년에 한두 번 시행하는 곳이 많다.
현재 토모나리 물류팀은 월별로 재고 전수조사를 시행하며 전수조사는 아니지만 시스템을 통해 매일 재고조사를 하는 것도 있다. 이는 그날그날 작업한 것에 대한 검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입고된 물량과 출고된 물량을 맞춰보고, 실제로 오류가 발생한 재고 유무를 체크한다. 최근 자체적으로 통계를 낸 결과 재고실사를 진행할 경우 재고 오차율이 0.3%로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재고조사는 여러 사유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건이 남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누락된 배송건 및 오배송, 입고 오류 등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전에 고객의 불만요청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전산상에서는 재고가 파악되지만, 실제 위치에서는 상품을 찾을 수 없어 출고가 불가한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토모나리는 주기적인 재고조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Q4. 현재 재고관리 방식과 물류 레이아웃 운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달라.
A4. 재고관리 측면에서 토모나리 물류센터 레이아웃과 재고 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먼저 물류센터의 레이아웃은 상품 특성에 따라 설계했다. 야상(야전상의), 코트, 패딩 등 무게가 많이 나가고 부피가 큰 의류는 행거랙에 진열한다. 또한 상품 회전율을 고려해서 센터 레이아웃을 재배치한다. 주기적으로 재고조사를 하기 때문에 상품 회전율을 파악하기 쉽다. 예를 들어 일명 ‘똥재고(회전율이 낮은 상품)’의 경우 출고 단에서 가장 먼 코너로 배치시킨다. 또한 최근 업데이트된 상품 및 인기 상품들은 앞쪽으로 배치시킨다.
다음은 토모나리의 재고관리 프로세스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토모나리는 현재 사입과 자체제작 상픔을 모두 취급한다. 자체제작 상품의 경우 생산 단부터 관리가 들어가 물류센터에 항시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당일출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입상품 재고관리는 까다롭다. 대부분의 소호몰은 사입상품에 대한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발주를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신속한 배송이 어렵기 때문에 현재 판매 순위를 파악해 재고관리 시스템에 반영했다. 사입제품은 3일 판매량을 분석해 그 다음주 일주일 판매량을 예측한다. 이렇게 파악한 데이터에서 사입제품 중 100위 안에 포함되는 상품의 경우 당일출고 될 수 있도록 재고를 항시 유지하고 있다.
Q5. 토모나리의 매출 규모나 성장세를 봤을 때, 더 이상 소호몰로 분류되서는 안될 것 같다. 성장 과정에서 물류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물량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했는가.
A5. 전체 물류 프로세스에서 업무 노드가 발생하는 부분을 찾아내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프로세스에 변화를 주는 것이 겉으로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물류팀은 하루 물량을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때문에 작은 개선사항이 큰 효율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물류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토모나리는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다. 물론 물량이 갑자기 증가했을 때 인원을 더 충원하는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물량이 증가한다고 무작정 인원으로 간극을 메꾸는 것은 임시방편적이며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토모나리는 성장궤도를 달릴 때 물류 프로세스를 시스템적으로 많이 변화시켰다.
외부 시스템도 적극 활용해 IT 및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최근 토모나리는 3년째 사용하던 솔루션에서 다른 업체로 바꿨다. 토모나리 물류 프로세스에 더욱 적합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업체로 변경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송장을 뽑기 위해 매번 주문 건수를 검색하고, 발주를 위해서는 해당 정보를 긁어와야 했는데, 이번 개선으로 프로세스가 단축되어 하루 평균 2~3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 토모나리 사옥에 마련된 직원 휴식공간
Q6. 토모나리가 다른 쇼핑몰, 소호몰과 비교해서 갖는 물류 경쟁력 중 가장 차별화된 것은 무엇인가.
A6. 가장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경쟁력은 인력이다. 대체로 현장 물류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거나 단기 인력이 많다. 반면에 토모나리는 쇼핑몰 업계 중에서도 오랫동안 일한 물류 직원들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토모나리의 물류 직원은 발주부터 고객에게 배송되는 전 과정을 이해하며 각 파트의 모든 실무가 가능하다. 때문에 직원 개개인별 효율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파트타임 인력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해당 직원에게 단순 업무를 지시하기보다,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원 교육을 시키고 있다. 현재 직원 당 하루 출하량은 300건이며 개개인의 효율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모나리는 한 작업자가 피킹부터 포장까지 전체를 담당하는 점이 다른 쇼핑몰과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출고 담당자, 포장 담당자가 따로 지정돼있지 않은 구조이다. 이렇게 되면 오배송 및 누락으로 인한 컴플레인 발생 시 책임 소지가 명확해진다. 때문에 작업자는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물류 작업의 정확성이 올라간다.
현재 토모나리는 물류 프로세스를 개선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저 또한 물류를 총괄하는 위치로써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도 주기적으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작업자가 일하기 편하면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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