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로봇(Rogistics) 시대의 도래
시스템, 기술, 인공지능을 맞이하라
발표.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 / 정리. 엄지용 기자
불과 2년 전만해도 ‘물류로봇’이라고 하면 “그런 것이 있느냐”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저 또한 물류로봇을 본 것은 불과 2년밖에 안 된다. 사실 처음 물류로봇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아마존의 ‘키바(KIVA)’이다. 키바는 로봇을 통해 물류가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다. 물론 키바는 그래봐야 아마존 이야기고, 현장 도입을 위해 사고 싶어도 판매하는 상품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대중매체에서는 연일 드론이 날아다니고,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트럭이 도로를 가로지른다. 불과 2년 사이 일어난 변화다.
과거 물류로봇 시장에 부슬비가 내렸다면, 지금은 한바탕 봄비가 내리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소나기가 내릴 것 같다. 이러한 세상을 기존 로봇에 대한 정의로 바라보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물류로봇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로 걸리는 문제는 어디까지 로봇으로 볼 것이냐다. 고리타분하지만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도 로봇이다. 집구석을 청소해주는 청소로봇도 로봇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계를 로봇이라 정의한다.
현재 전체 로봇시장은 32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은 완제품 로봇 기준의 통계다. 완제품 로봇에 수반되는 시스템, 부품, AI까지 로봇시장의 범위로 본다면 이미 50조 원이 넘었다고 판단되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로봇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아쉽게도 ‘물류로봇’의 범위는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윈터그린리서치의 통계에 따라 대략적으로 물류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무인자동차, 외골격 로봇 등을 합친다면 14년 기준 18조 원, 20년까지 35조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 예측된다.
그렇다면 대체 물류로봇은 어떤 것이 있을까. DHL이 지난 2014년 발행한 물류트렌드레이더(Logistics Trend Radar)에 따르면 5년 이내 로봇이 물류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물류로봇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격전은 시작된 것이다. 그 주인은 누구일까. 첫 번째는 세계 로봇산업을 좌지우지하는 4대 로봇 제조회사인 ABB, 화낙, 야스카와, 쿠카다. 산업간 경계를 넘어 로봇 영역에 진입한 구글, 아마존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외 스위스로그, 로커스, 쉐퍼와 같은 회사들도 언급할 수 있다. 패치, 스타십과 같은 스타트업 또한 물류로봇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물류로봇이 대두되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시스템이다. 물류로봇이 물류센터로 들어오면 물류센터의 작업 프로세스 자체가 뒤바뀔 수 있다. 이에 따른 공간설계, 조직과 자원 재배치가 요구될 것이다. 두 번째는 기술이다.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로봇기술은 내재화해서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기술개발에 대한 선제투자는 점차 확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차원에서 IoT, 인더스트리 4.0 등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로봇들이 스스로 자가 학습하고 발전하는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고, 로봇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어떠한 특성을 지닐지 미리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 동 내용은 지난 4월 본지 주최 로지스타서밋 2016(부제: 물류를 넘어, Beyond Logistics)에 참석한 연사 발표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