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자부 로봇산업 발전방안 발표, 물류로봇 4대 유망품목 지정
- GE가 로봇을 실제 도입한 이유, 상용화 시장에서도 AGV 강세- 실제 상용화된 로봇사례, '오토(Otto)'와 '미르(Mir)'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정리. 김정현 기자
2016년 11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물류로봇을 포함한 ‘로봇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발전방안에는 의료·재활, 소셜, 사회안전과 더불어 무인이송(물류)로봇이 4대 유망품목으로 지정됐다. 발전방안대로 정부 계획이 실행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병원을 기점으로 상용 물류로봇 시장의 서막이 오른다는 것이다. 드디어 국내에도 물류로봇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일까. 본기고를 통해서 보여주기식 상용화가 아닌 실제 현업에서 이용되고 있는 두 개의 자율주행 AGV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기고(2016년을 뜨겁게 달군 물류로봇 트렌드, AGV 강세)에서는 세계로봇협회의 최신 보고서를 통해 로봇시장의 현주소 및 물류로봇의 발전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 내용을 한 줄로 풀어보자면 “물류로봇이 본격적인 개화기에 도달했고, 그 선두주자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다”로 요약 가능하다. AGV는 비단 공장 및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병원과 같은 생활물류 현장에서도 조기 확대 도입될 전망이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먼 나라 뜬구름 잡아먹는 이야기지 한국은 아직 멀었다고 주장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함일까.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물류로봇이 주연으로 포함된 ‘로봇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산자부의 로봇 드라이브, 물류도 포함
범부처 로봇산업정책협의회를 통해 발표된 ‘로봇산업 발전방안’은 국가미래 신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응방향’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로봇개발 및 보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연구자 지원, 연구센터 설치, 상용화 지원 등을 아우르는 본 발전방안은 향후 5년간 5천억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자료= 주요추진과제별 민관 투자계획(안)
무엇보다도 동계획은 공급측, 즉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초점을 두었던 기존 정책들과 달리 로봇도입 확산을 위한 수요기반 조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로봇의 상용 도입을 통한 효과성을 증명함으로써 로봇의 실질적 활용을 위한 민간영역의 수요를 자극하고 시장형성의 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시장 전반에 개발-상용화-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그리는 생태계를 마련코자 하는 모습이다.
발전방안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서비스로봇 수요창출’이라는 주제 하에 4대 유망품목을 지정하고 2020년까지 80개의 공공프로젝트 발굴·추진을 확정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4대 유망품목은 ‘의료·재활’, ‘소셜’, ‘사회안전’과 더불어 ‘무인이송(물류)로봇’을 포함하고 있다.
아래표는 관계부처별로 관련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 중 물류로봇의 경우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양기관에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80개 프로젝트 중 약 35개 프로젝트가 할당되어 있으며, 여기에 평창올림픽 관련 이송로봇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전체 프로젝트의 거의 절반이 물류로봇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병원을 기점으로 상용 물류로봇 시장의 서막이 오를 기세다. 이쯤에서 우리는 아마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떠올릴 수 있겠다. “병원과 같은 일상 영역은 그렇다 치자. 이것을 물류작업용으로 투입하여 사용할만한 이송로봇은 존재할까?”, “미국과 유럽 같은 로봇 선진국에서 이송로봇 상용화 사례는 존재할까?”, “투자대비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물론 그간 필자는 연재를 통해 상기 질문과 관련된 로봇이나 활용사례를 일부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마존의 키바(KIVA)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험운영 상황에 있는 로봇들이어서 상용화 사례로 내세우기는 부족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두 가지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서 실제 상용화가 이루어진 단계의 이송용 물류로봇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 첫 번째 질문, “사용할만한 로봇이 진짜 있는가?”의 대답은 “네, 충분히~”라고 먼저 확답을 드리고 시작하겠다.
상용화의 선두주자, 옛날의 AGV가 아니라고!
물류로봇이 많은 주목과 관심 속에 최근 1~2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6년 하반기부터 홍보나 선점을 위한 단기간 시험운영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물론 최근 주목을 받았던 실외용 배송로봇이나 배송 드론의 경우, 상용화 사례로 소개되는 내용이더라도 한 꺼풀 벗겨보면 1~2건 배달에 성공했기 때문에 ‘상용운항’ 사례로 언급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는 사실 배달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시험운항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로봇산업 발전방안’에서 물류로봇으로 명확히 적시하고 있는 이송로봇(가이드레일 등을 이용하는 운반설비 수준의 전통적 AGV가 아닌 자율주행방식의 AGV)의 경우에는 수개월 이상 충분한 상용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성이 논의됐다. 또한 노동 대체율이나 투자회수기간까지 제시될 정도로 상용화가 진행된 상태다.
사례를 소개하기 전에 ‘자율주행방식의 AGV’라는 이송로봇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일반적으로 AGV라고 하면 수십 년 전부터 공장에서 자재를 운반해오던 AGV랑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지 않나? 단순히 “레일을 따라가던 것이 레일 없이 알아서 간다. 그냥 그 차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실제 자율주행방식의 AGV는 과거 AGV와 여러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첫째로 자율주행 AGV는 기존 AGV와 달리 특정한 공정을 위해 전용으로 사용되거나 사전에 계획된 경로로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또한 별도의 기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다. 이를 좀 더 풀어서 생각해보면, 별도 인프라 투자가 없기에 도입비용 부담이 덜하며, 여러 작업에 대한 범용성도 높다는 뜻이다. 때문에 자산 활용도가 높으며 위와 같은 특징들로 인해 경우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만 렌탈 형태로 이용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부가적으로 자율주행을 위해 부착된 다양한 센서는 충돌시 회피를 보장하므로 인간과의 협업 또한 가능하다. 그러면 업계에서 AGV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을까? 진짜 ‘상용화’된 두 로봇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키바 아니고 오토(OTTO)라고!
첫 번째 사례는 자율주행 AGV 분야의 강자로 부상중인 스타트업 클리어패스로보틱스(Clearpath Robotics)의 오토(OTTO)다. 2009년 설립된 로봇 스타트업 클리어패스사는 다양한 실험적 로봇들을 개발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키바와 같은 GTM(Goods to Man) 방식의 이송로봇인 오토(OTTO)를 발표하였다. (참고로 최근 우버에 인수된 이스라엘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 OTTO motors와는 다른 회사다.)
오토와 키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토의 적재중량이 1톤 이상이라는 점이다. 오토는 이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에 침투했으며, 이후 이송로봇 분야의 강자로 입지를 확대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토에게는 이렇다 할 고객사가 없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이 흐른 현재 오토는 GE, 보쉬(Bosch), 혼다(Honda), 다우(Dow) 등 글로벌 대표기업들에게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 GE 도입사례를 살펴보자.
GE가 선택한 로봇의 비밀
# “OTTO가 공정내 자재흐름을 유연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공장의 전체적인 운영역량 제고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Patricio Espinosa/GE 헬스케어의 수리·재생부문 총책임자
미국 밀워키에 소재한 GE社 헬스케어 부문의 수리·재생 공장은 JIT(Just in Time, 적시공급체계)를 위한 자재운반 작업을 오토의 자율주행 운반로봇(OTTO 1500 모델)에게 맡기고 있다. 이 공장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의료기기 수리, 성능시험, 부품재생, 보증프로그램관리, 수리부속자재 공급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 오토는 밀워키 공장 적재선반에서 불출된 부품자재를 각 셀 작업장으로 운반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랙에 보관중인 수리 완료된 제품을 출하장으로 운반하는 작업도 담당한다. 즉, 공정상 발생하는 물자의 이송 대부분은 오토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송로봇에 불과해 보이는 오토가 이렇게 현실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비밀은 로봇을 제어하는 ‘지능기반 솔루션’에 있다. 클리어패스사는 자체 OS 및 디스패치 앱(Dispatch App)이라는 고유 솔루션을 통하여 로봇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이와 더불어 사용자로 하여금 태블릿 PC만으로 오토 운영이 가능한 사용 환경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클리어패스사에 따르면 오토를 이용하는 고객사들은 보통 18~24개월 정도의 투자회수기간을 예상한다. 이는 기존 물류자동화 설비와 달리 별도 인프라 공사가 불필요함에 따라 노동대체 효과 대비 투자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도입 초기이기에 정확한 투자회수기간에 대한 데이터는 없지만, 향후 이송로봇 확산에 따라 도입비용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을 감안한다면 투자회수 기간은 어쩌면 이보다 훨씬 더 짧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금은 가볍게, 유연한 로봇이 필요하다면
# 로드리게즈오토메이션과 같은 자동화 관련 시스템 통합 서비스(System Integrator) 기업이 자율주행 이송로봇을 제품라인업에 공식 포함시켰다는 것은 AGV 상용화가 확대됨을 의미한다. 이는 동시에 이송로봇이 자동화의 보편적인 구성요소에 합류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다음은 경량모델이면서 서비스업에서 좀 더 편리하게 이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MiR100이라는 로봇 이야기다. MiR100을 공급하는 기업 ‘로드리게즈오토메이션’은 엔지니어링 부품, 로봇제품 및 제조·물류 등 공정자동화 설비를 공급하는 자동화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에 자동화를 위한 상용로봇 라인업에 ‘모바일 산업용 로봇(Mobile Industrial Robot)’이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MiR100이라는 자율주행형 이송로봇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로드리게즈오토메이션과 같은 SI기업이 공급을 담당하고 있지만, 로봇 자체는 덴마크의 모바일로봇 전문개발업체인 ‘모바일산업로봇(Moblie Industrial Robots)’이라는 기업이 만들었다. MiR100은 또한 독일, 중국, 영국, 미국, 멕시코, 한국 등 각 지역의 로봇기업, SI기업, 공급 파트너사를 통해서 현재 공급되고 있는 실제 가용가능한 제품이기도 하다.
MiR100은 경량형 이송로봇으로 공장,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병원, 백화점, 마트 등 다양한 생활현장 적용을 목표로 설계됐다. 공간정보에 맵핑이나 장애물 회피 등 자율주행을 위한 주요 기능(내장 스캐너, 3차원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을 이용하여 자동 급감속, 정지, 장애물 회피 및 경로 재계산이 가능하다)은 클리어패스사의 오토와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MiR 역시 별도의 준비 없이 로봇을 현장에 배치하여 바로 사용 가능하다.
Mir의 또 다른 특징은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어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의 주행성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이는 병원이나 마트, 요양원 등 일반 시설에서의 사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MiR 자체 운영소프트웨어도 심플하다. 사용자는 휴대폰, 태블릿 등을 통해서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제조사는 MiR의 투자회수기간을 12개월이라고 제안하고 있으며, 향후 1년 정도 후에 실제 이 정도 수준의 투자효율이 입증된다면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종에서 이송로봇의 도입이 대폭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MiR100의 적재면 넓이는 0.6*0.8m이며, 100kg의 중량까지 적재 가능하다. 견인 가능한 최대 무게는 약 300kg이며, 한 번 충전하면 약 10시간(또는 20km) 운영이 가능하다. 최고속도는 약 5.4km/h이며, 회전반경 역시 55cm에 불과해 공간효율 제고가 가능하다.
MiR100은 로봇 자체를 ‘움직이는 플랫폼’이라 부를 수 있다. 로봇 본채 상부에 선반이나 바구니, 혹은 다른 기기 장치를 부착하여 고객편의에 맞게 구성을 변경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대표적으로 활용한 것이 고리가 장착된 ‘MiR100 Hook’ 모델이다. 이는 플랫폼 상부에 자동화된 견인 고리를 부착한 모델로 인테이너와 같은 바퀴달린 용기를 끌고 다닐 수 있어 이송로봇을 한층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경우 기본 적재한계의 3배에 달하는 300kg까지 견인이 가능하다.
사진= 견인 용도로 활용을 위해 고리가 장착된 MiR100 Hook 모델)
‘로베르타’라 불러주세요
MiR는 현재 덴마크 엔파켄(Engparken) 요양원에 실제 도입되어 운영 중에 있다. 요양원에서 MiR는 쓰레기를 운반하는 ‘환경미화원’ 역할을 맡는다. 요양원내에서는 일상을 같이하는 구성원으로 ‘로베르타’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MiR는 요양원내 6개 구역을 모두 돌면서 24시간 내내 쓰레기를 치운다. 각 구역의 정해진 지역에 도착하면 로봇은 10분간 정차하고 주변 사람들이 쓰레기를 담아주길 기다린다.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간호조무사는 로봇이 도착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도착예정 알림을 받는다. MiR는 이런 방식으로 전체 구역을 밤낮없이 운행하며, 간혹 급하게 로봇이 필요하다면 사람이 로봇을 특정 위치로 불러서 쓰레기를 버릴 수도 있다.
사진= 엔파켄(Engparken) 요양원에 실제 도입되어 운영중인 MiR
MiR100 로봇이 도입되기 전 요양원에는 구역별로 1명씩 총 6명의 간호조무사들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건물외부 집하장에 버리고자 왕복한 거리만 하루에 5km는 됐다고 한다. (요양원의 경우 성인용 기저귀 등으로 인해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치우는 것이 중요한 일에 포함된다.) 사실 MiR100은 이 작업만 대체함에 불구하고 간호조무사 1인당 하루 약 48분의 시간낭비를 없앴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들은 로봇이 벌어준 시간만큼 노인들을 돌보는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직접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MiR100 제조사인 모바일산업로봇은 엔파켄 요양원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가정하에 투자회수기간은 1년 6개월이라 제시하고 있다. 요양원측은 로봇 사용의 효율성을 경험하고 나서 이송로봇의 활용영역을 음식이나 약 등의 운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