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V, 상용화를 넘어서 “이제는 실전”
물류센터 밖으로 나간 AGV, 병원·공항·마트로
로봇 도입을 검토하는 수요 증가하며, 렌탈 서비스도 등장
필자는 본지 지면을 통해 2년 이상 기고하면서 국내외 물류로봇 트렌드와 관련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왔다. 이런 필자에게 가끔 몇몇 독자들은 묻는다. “물류로봇이 정말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인가요?” 실제 물류로봇은 우리 주변에서 보기 어렵기에, 당연한 반응이다.
그 물음에 대한 본격적인 답을 하기 전에,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자. 아마존이 2012년 AGV(Auto Guided Vehicle)로봇 전문기업 키바(KIVA)를 인수한 뒤, 현장에 투입한 로봇과 인간작업자의 숫자를 비교한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작업자의 숫자는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현장에 투입된 로봇의 숫자는 2017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19년에는 인간작업자의 수를 초월하고, 2020년에는 인간작업자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입될 전망이다.
▲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에 투입되는 직원과 로봇의 수(자료: CB Insight, 2018)
숫자가 증명하는 상용화
아마존의 사례가 충분한 대답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또 다른 예를 들어본다. 미국의 물류로봇 스타트업 패치로보틱스(Fetch Robotics)는 KIVA와 생김새가 약간 다른 화물운송로봇 ‘패치앤프레이트(Fetch & Freight)’를 공급하고 있다.
패치로보틱스는 현재까지 소프트뱅크(Softbank), 샤스타벤처스(Shasta Ventures), 오레일리알파테크벤처스(O'Reilly AlphaTech Ventures) 등으로부터 총 4,800만 달러(한화 약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업을 확대 하고 있다. 물류AGV 한 가지 로봇만 취급하는 스타트업이 이 정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보면 AGV로봇 시장이 정말로 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세계 최대 로봇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속도와 규모 모든 면에서 물류로봇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 및 제조공장 등에서 보관하역 및 운반용도로 활용되는 로봇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파트너산업연구원(PAISI)’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내 운송 및 적재 로봇 시장 규모는 이미 80억 5,000만 위안(한화 약 1조 3,715억 원)에 도달했다. 전년 대비 28.8% 성장한 수치다. 참고로 해당 분야는 중국 로봇산업을 세부 분류로 나눴을 때 업종/기능별 분류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이다.
이커머스의 성장과 함께 관련된 자동화 기술에 대한 니즈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이미 10만 대가 넘는 운송로봇을 운영 중이다. 12만 대 정도를 운영하고 있는 아마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운송로봇의 도입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숫자는 이미 AGV로봇의 상용화를 증명한다. 이제는 심화과정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AGV 로봇이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어떤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물류로봇에 대해 많이 알면 많이 알수록, 또 다른 시장이 보인다.
본고에서는 KIVA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MIR社를 중심으로 현재 분위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MIR는 이미 전 세계 수백 개의 제조공장과 물류센터에 AGV로봇을 상용 공급하고 있으며 2016년도에는 전년 대비 500%의 매출신장을 보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업체다. MIR사는 실내 운반 작업 수행에 있어서 AGV형 물류로봇을 작업장 내에 적용할 수 있는 4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자동화 수준이 높은 공장의 경우, AGV를 적용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작업을 노동력으로 처리하는 일반적인 물류작업장에서는 AGV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이 현실이다.
먼저 도입규모에 관한 경제성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의 실제 활용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대단위의 로봇자동화 투자를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로봇의 도입에 따른 기존 작업장의 환경변화 및 인간작업자의 작업범위의 재조정 문제이다.
물론 아마존의 경우 KIVA 도입을 위해서 물류센터의 구조와 입·출하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변경하였고, 로봇작업 영역에서의 인간작업자의 역할이 전혀 없도록 업무를 재설계(KIVA 피킹작업 구역을 로봇 전용으로 구역화)했다.
그러나 현실의 많은 기업들은 물류센터 운영 규모 측면에서 로봇전용작업 구역을 별도 설정할 만큼 대단위 인프라를 갖춘 것도, 단시간 내에 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물류로봇의 사용효과를 기대함과 동시에 기존 작업환경에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작업환경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AGV형 물류로봇을 협업로봇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물류센터에 도입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AGV형 물류로봇의 대표기업 중 하나인 MIR사는 협업로봇으로서의 AGV 활용을 위한 다양한 협업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자료: www.mobile-industrial-robots.com)
물류센터를 넘어 생활로 : 남겨진 과제
AGV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따라 현재 제조 및 물류센터 내에서의 상용 도입 확산세도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물류센터 밖으로의 로봇 확대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사실 이 정도의 성장세는 전조에 불과하다.
향후 AGV 물류로봇은 도입산업 및 업종 성장에 맞춰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같은 기하급수적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로 활용되고 있는 ‘물류센터’를 넘어 호텔과 병원에서 이미 상용화가 전개되고 있으며, 공항, 터미널, 대형마트, 요양원 등 물자 이동을 필요로 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시험운영이 한창이다.
그렇다고 AGV의 생활물류 영역확장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넘어야 할 난관이 다소 있다. AGV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생활물류 현장은 공장이나 물류센터와는 달리 운반임무를 수행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또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도로는 주행경로가 복잡하고 장애물도 많다.
즉, AGV 입장에서는 사람과 장애물을 잘 회피, 극복하면서 복잡한 길을 요리조리 잘 찾아 다녀야 한다. 좀 더 높은 기술 수준*을 갖춘 AGV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혹, 로봇의 앞을 가로막고 툭 튀어나오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로봇을 걷어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로봇에게 ‘호신술’을 인공지능 학습시킨 사례**도 있다.(편집자주))
사실 더 큰 이슈는 서비스 수요에서 제기된다. AGV의 주요고객인 서비스시설 입장에서 먼저 손들고 AGV를 도입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째, 안전성, 둘째, 경제성, 셋째, 활용방법’이라는 복합 고민 3종 세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급자는 기술적인 숙제를 풀어나가는 한편 활용사례(Use Cases) 개발을 통하여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증빙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숙제와 이슈들이 기술발전과 지속적 시범운영 등을 통하여 차근차근 극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공항이나 요양원 등 상업 및 공공시설에 AGV의 본격적 적용이 시작되면 수급 생태계가 탄탄하게 발전하면서 선순환 성장을 이루어낼 것으로 보인다.
생활물류 영역으로 진출한 AGV 주요 사례
“로봇도 렌탈해서 쓰세요”
AGV의 상용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소규모 또는 테스트 차원에서 일정규모의 로봇을 렌탈하여 도입을 희망하는 중소 사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수요에 보다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미국, 일본 등에서는 AGV를 전문적으로 렌탈하는 서비스 사업도 시작되는 추세*다.
일본의 오릭스 렌텍社는 2016년 4월부터 전개 중인 로봇전문 렌탈서비스 ‘로보렌(RoboRen)’의 서비스 품목에 지난해 7월부터 AGV로봇군을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취급제품은 일본전산의 ‘S-Cart’시리즈와 오므론社*의 ‘LD’시리즈이며, 특히 LD시리즈는 플랫폼 상단에 다양한 액세서리(Attachment)를 부착하여 활용도를 확장해주는 제품군까지 보유하고 있다.
조금 더 시장이 고도화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물류기기/시스템 전문 SI(System Integrator) 사업자들이 AGV로봇을 취급품목에 빠르게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AGV로봇이 팔렛트 트럭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류센터의 기본 구성품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편, 로봇개발사들은 로봇 도입 확대를 위하여 RaaS(Robot as a Service) 방식의 공급모델을 중점 개발 중이다. 패치로보틱스, 인비아로보틱스(inVia Robotics), 사비오케(Savioke) 등 운송로봇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미 이런 방식으로 상용시장을 열어나가고 있다.
패치로보틱스의 경우에는 DHL, RK로지스틱스(RK Logistics) 등 일반 3PL물류사업자들에게 로봇을 공급 중에 있다. 향후 성공적인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보다 많은 물류기업들을 고객으로 흡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DHL에서 도입하여 사용 중인 패치로보틱스社의 AGV ‘Virtual Conveyor’(위)와 ‘Fetch500’(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