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분단의 시대를 맞이하며
같은 듯 다른 유럽, 데이터 개방이 필요할 때
대담. 김정현 기자
사진. 노현우 객원기자
Idea in Brief
독일은 물류 선진국이라 불릴만큼 물류 시설 및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이다. BMI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물류 기술 및 설비 수출은 69억 유로로, 2위인 일본(40억 유로)과 3위인 미국(30억 유로)을 합친 수출금액과 맞먹는다. 지난달 9일 독일연방물류협회(BVL)가 주최한 ‘한-독 물류 컨퍼런스’가 서울에서 첫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과 독일 물류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국의 최신 물류 정보와 네트워킹 교류를 나누는 장이었다. 본지에서는 컨퍼런스 현장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독일의 물류 발전사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과 유럽 물류 산업의 차이점, 그리고 미래 물류산업의 트렌드에 대해 BVL 데트홀트 아덴(Detthold Aden) 명예회장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브렉시트(Brexit, 영국(Britain)의 유럽연합 탈퇴(Exit)) 가결 후 세계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물류 산업은 타 산업 보다 경제, 정치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때문에 물류 업계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물류 산업의 판도 변화를 읽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 이다.
이번 브렉시트 확정으로 EU에서 독일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독일은 물류 선진국이라 불릴만큼 물류 시설 및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이다. BMI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물류 기술 및 설비 수출은 69억 유로로, 2위인 일본(40억 유로)과 3위인 미국(30억 유로)을 합친 수출금액과 맞먹는다.
지난달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독 물류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는 독일연방물류협회(BVL)가 주최하고, 새만금개발청과 한독상공회의소가 공동 주관했다. ‘친환경 물류와 지속가능성(Green and Sustainability in Logistics)’이란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양국의 항만, 운송 등 각 분야 물류 산학연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번 한-독 양국간 물류를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는 국내 첫 행사로 BVL한국지사(대표 국원경) 설립과 함께 한국과 독일 물류업계 교류 및 활성화를 취지로 마련됐다. 한국과 독일은 역사적으로 분단된 국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맡은 데트홀트 아덴(Detthold Aden) BVL 명예회장은 “독일은 통일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산업과 더불어 물류 산업도 성장을 이룩했다. 한국 또한 언제나 통일 가능성이 있는 국가라고 생각하며 통일 후 물류 발전 방향 또한 매우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행사장에 미처 담지 못했던 유럽과 한국의 물류시장의 차이, 그리고 미래 물류산업의 트랜드에 대해 데트홀트 아덴(Detthold Aden) BVL 명예회장(전 BLG, 브레멘물류공사 회장)과 담론을 나눴다. 다음은 데트홀트 아덴 회장과의 일문일답.
BVL(Bundesvereinigung Logistik : 독일연방물류협회)에 대해
BVL은 1978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물류인들을 위한 공개 네트워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BVL은 물류와 공급사슬관리(SCM)의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며, 현재 물류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련 솔루션을 끊임없이 최적화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BVL에는 세계 여러 국가의 물류업 종사자, 학계, 정계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즉, BVL은 공급사슬관리 전문가들을 위한 국제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
Q1. 한-독 양국간 물류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취지로 열리게 됐나.
A1. BVL은 오랜 기간 동안 국제사회에서 더 높은 수준의 물류를 위해서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BVL의 현재까지 성과에 대한 보답과 한-독 양국의 물류기술 교류와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기획된 첫 행사인 한독물류컨퍼런스에 대해 만족한다.
이번 컨퍼런스의 특징은 한국과 유럽의 방식을 결합한 행사 형식을 갖췄다. 단순히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컨퍼런스가 아닌 연사들과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나눌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후에는 참석자들이 함께 하는 네트워킹 세션도 진행했다.
이번 행사를 기회로 한국에서도 더 많은 물류 종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한 기회가 됐다. 특히 독일과 한국, 각기 다른 국가들의 물류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만나 정보를 교류하고 나아가 양국 간의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다.
내년에도 한국에서 두 번째 한-독 물류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다. 물류산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정계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은 분단된 국가로 과거 독일과 비슷한 정치, 경제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내년에는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일어난 물류 정보를 교류하고자 한다. 독일은 과거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면서 물류적인 변화 과도기를 이미 겪었다. 때문에 통일과 관련된 물류 컨퍼런스는 좋은 주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Q2. 이번 주제는 ‘친환경 물류와 지속가능성’이었다. 첫 번째 키워드로 환경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
A2. 환경문제는 모든 산업에서 기술개발과 동시에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물류산업은 더욱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류가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유럽은 지속적으로 환경 물류에 대한 연구와 실천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물류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사람이 움직이면 환경을 오염시킨다. 화물도 마찬가지이다. 즉, 물류는 환경오염을 필연적으로 유발한다. 모든 물류업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기술 개발과 환경이 상반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개발이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물류 산업에서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Q3. 한국과 독일, 양국 간 환경 물류에 대한 시각 차이나 접근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A3. 30년 동안 꾸준히 한국의 물류시장(현대자동차 유럽물류 수행 등)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으로서 한국의 물류산업 발전은 놀라운 수준이다.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한국도 점차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물류산업은 더 적극적으로 물류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와 개선 방안을 내놔야 한다. 독일은 제도에 의해서 산업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한독컨퍼런스에서 장영태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가 언급했듯이 한국 물류산업은 정치적 논리에 휩싸이지 않고 변해야 한다.
특히 기업을 포함한 한국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여러 관계자의 승인과 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반면 독일의 경우 의사결정 자체가 한국에 비해 간단하다. 또한 물류 산업에서 규제나 법규는 단순한 기준이 되는 사항이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다. 즉, 독일의 물류산업은 산업 그 자체로도 돌아가는 자체적인 시스템을 갖춘 점을 자랑할 만하다.
Q4. 최근 유럽의 물류 트랜드 중 하나가 ‘거점의 이동’을 꼽을 수 있다. 어떤가.
A4. 좋은 질문이다. 현재 유럽 거점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서유럽이 유럽 물류의 입국 게이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거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 독일은 유럽의 중간에서 거점으로 여겨졌다. 예를 들어 유럽으로 화물이 들어올 때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를 거쳐서 들어왔다. 독일의 함부르크(Hamburg), 브레멘하벤(bremerhaven), 빌헬름스하벤(Wilhelmshaven)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항, 벨기에의 앤트워프(Antwerp)는 유럽의 주요 물류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중부 유럽 최대의 강인 라인강 주변으로 독일 산업이 부응했고 이를 중심으로 항만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또한 남쪽으로는 스위스가 위치하고 있다. 독일은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에 집중돼있다.
물론 아직까지 서유럽 항만이 가지고 있는 위치 특성과 인프라를 감안해서 현재도 유럽의 거점으로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점차 그 거점이 동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첫 번째 이유는 동유럽의 성장에 있다. 동유럽은 중앙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어 그들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프라가 서유럽에 비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점점 발달하고 있다.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동유럽 인프라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되었다. 또한 항만에서 연결되는 육로운송 인프라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적 관점과 더불어 서유럽보다 아직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항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동유럽 항만이 가진 이점이다.
두 번째는 동유럽이 랜드브릿지(Land-bridge)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블라디보스톡항과 같은 동유럽 항구를 통해서 아시아로 바로 연결될 것이다. 즉, 아시아-동유럽-서유럽을 연결하는 경로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배로 돌아가지 않아도 바로 아시아에서 유럽대륙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나아가 미래에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유럽으로 랜드브릿지가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Q5. 한-독 양국간 물류 데이터 공유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미래 물류산업에 어떤 기술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A5. 물류산업에서 지금까지 데이터 축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기업과 시장, 그리고 국가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유럽의 물류 효율성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그러나 국가 하나하나를 보게 되면 그렇지 않다. 각국의 개별 집단을 보게 되면 유럽 전체 효율성 향상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집단 간 데이터가 개방되지 않아 비효율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 간의 경계가 붕괴되는 시점에서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IT산업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더 많은 데이터를 교류하고, 데이터를 서로 오픈하게 된다면, 물류 산업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에 앞서 물류인 스스로가 자사의 데이터가 항상 자사의 손에서만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경쟁상황에서도 데이터는 오픈되어야 한다. 데이터를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물류 효율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향상될 것이다.
실제로 프랑크 스트라우베(Frank Straube) 베를린 공과대학 교수가 발표내용에서 언급했듯이 회사들 간에 데이터 교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운송회사, 항만, 철도, 화주, 고객 등 사이에서도 데이터가 교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별적인 개체(서비스분야별 물류기업)들이 물류산업에서 각각 더욱 중요한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물류산업은 곳곳에 산재되어있는 데이터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유럽 물류 시스템 또한 지속해서 데이터 교류를 통한 물류 시스템 통합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미래에는 모든 주체들 간 데이터가 하나의 흐름처럼 흐르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이번에 개최된 한독물류컨퍼런스도 미래에 다가올 데이터 환경을 위한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BVL 또한 미래에 다가올 시류에 대비해 더욱 많은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많은 오픈데이터 생성에 힘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