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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체 창업방법론, 절벽을 넘어서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3월 31일

50대 창업 도전기 : 허욱 에이치앤피로지스 대표

B2B 물류의 절벽과 재탄생

 

글 .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한 중소물류업체가 창업 아이템으로 야심차게 글로벌 물류를 들고 나왔다. 이 업체는 B2B 창업의 크나큰 절벽인 ‘자본의 문제’와 ‘레퍼런스의 문제’를 딛고 지난달부터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이 업체가 창업 불과 6개월 만에 삼성디스플레이, LG 디스플레이라는 대기업 화주를 업고 베트남 해외물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에이치엔피로지스의 새로운 도전을 통해 B2B 창업의 절벽을 뚫고 강소기업으로 대기업과 경쟁하고자 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봤다.

 

 

지난달 에이치엔피로지스 허욱 대표(사진)를 만났다. 지난 2013년 CJ대한통운 글로벌 본부장 시절에 만나보고 처음이다. 허 대표는 지난해 6월 H&P 로지스라는 신생 물류업체를 설립했다. 허 대표는 원래 창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입사할 때부터 꿈꿔왔던, 가장 하고 싶었던 사업을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힘들 수도 있었던 결정을 한 것이다.

 

허 대표가 야심차게 론칭한 새로운 사업은 글로벌 물류 사업이다. 중소업체, 그것도 창업 1년차 중소기업이 바라보기는 굉장히 어려운 분야이다. 자본금은 17억, 사업은 베트남부터 시작한다. 핵심 비즈니스는 정밀기기 운송 및 설비반입/조립에 대한 전문물류다. 주요 운송품목이 LCD 반도체, 메디컬 헬스케어 품목인 만큼 기업화주의 물량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야심차게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11대의 화물차를 구비했다. 10 대는 CJ대한통운에서 마련했고 1대는 추가로 구매했다. 차량은 첨단장비 운송에 최적화된 무진동 특수차량으로 특별히 주문제작해서 만든 것이다. 화물차 번호판 가격은 현재 약 4000만 원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화물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허가증, 국제물류주선업등록증도 발급받았다. 각각 발급에 수 천 만원이 필요했다.

 

허 대표가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한 데는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에이치엔피로지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허 대표가 20 년 전에 개발했던 모델이다 . 그러나 지난 12년, 삼성가 이건희 회장과 CJ 그룹(고) 이맹희 씨의 상속분쟁으로 인해 삼성의 동남아 지역 물량이 CJ GLS에서 대거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허 대표가 힘겹게 구축했던 모델은 이와 함께 사라지게 됐다.

 

허 대표의 염원은 에이치엔피로지스 창업과 함께 부활했다. 사업의 핵심은 ‘전문성’과 ‘하드웨어 인프라’다. 일반적인 운송에 대한 포워딩 업무는 자체보유 장비가 없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에이치엔피로지스가 특화한 첨단장비’ 운송과 관련해서는 전용 하드웨어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허 대표의 설명이다. 때문에 에이치엔피로지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일체화를 강조한다. 자체 하드웨어 구축에 4 억 5000만 원 규모의 자본이 소요됐으며 이것은 경쟁업체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진입장벽이 된다.

 

 

 

▲ 허욱 에이치엔피로지스 대표

 

에이치엔피로지스는 지난달 첫 번째 매출을 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 디스플레이의 화물을 베트남까지 운송했다 . 레퍼런스가 없는 중소물류업체로 영업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마치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허 대표의 창업기를 통해 B2B 창업의 절벽과 그것을 뛰어넘는 과정을 살펴보자.

 

창업의 절벽① 자본의 문제

 

하드웨어 기반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데는 많은 자본이 소요된다. 허 대표 또한 첨단장비 특수운송을 위해서 무진동 운송차량, 저상 트레일러, 항온항습 박스 등 4억 5000만 원 규모의 자체 인프라를 구비했다. 허 대표가 투자한 자본금은 총 17억. 그 중 외부 투자금은 얼마나 될까.

 

허 대표는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2억 원을 대출했다. 이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단계에 이룩한 성과다. 허 대표에 따르면 이것은 허 대표의 개인적인 레퍼런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대출은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비즈니스 모델, 사업, 자금, 현금흐름 등 확실한 성과가 선행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성과가 없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금융지원은 요원한 일이다.

 

허 대표 같은 경우 기존 물류 대기업에서 25년 간 해외사업 운영 및 관리를 직접 해왔기 때문에 형성된 경험으로 인해 조달이 가능했던 부분이다. 그 외에 15억 원이라는 자본은 허 대표의 개인 출자자본이다. 때문에 아무 경험, 레퍼런스가 없는 청년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특수물류업체를 창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창업의 절벽② 레퍼런스의 문제

 

아무런 실적이 없는 중소물류기업.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찌됐든 B2B 영업을 통해 화물을 유치해야 한다. 무엇을 무기로 화주에게 서비스를 강조할 수 있을까. 이는 허 대표에게도 직면한 문제였다.

 

허 대표가 처음 국내영업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많은 화주들이 물어봤다. “무엇을 믿고 당신에게 화물을 줄 수 있나요?”

 

허 대표는 대답했다. “과거에 이런 실적이 있었어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사고, 때문에 전체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고 PM(Project Managing)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회사입니다.”

 

그렇 게 말하자 상대화주는 대답했다. “그래요? 그러면 실적을 가지고 오세요.”

 

실상이 이렇다. 허 대표는 베트남 법인을 재빠르게 설립했다. 에이치엔피로지스 설립과 함께 베트남 법인 설립을 준비한 것은 베트남에서 우선 실적을 쌓아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웬걸. 베트남에 가서 영업을 하고자 하니 고객화주는 허 대표에게 똑같은 말을 건넸다. “다 좋은데요. 실적이 없네요.”

 

그래서 허 대표는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그 때는 특히 절실했다. 어찌됐든 길은 열렸다. 처음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열렸다. 이어서 바로 LG 디스플레이 전체 프로젝트 수주를 따냈다. 허 대표가 아무런 레퍼런스가 없었음에 불구하고 화물을 유치한, 그것도 대화주의 화물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허 대표는 본질에 대한 투자 때문에 기업화주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앞서 에이치엔피로지스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것이 화주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 무기가 됐다는 것이 허 대표의 설명이다.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는 즉 기업의 실체를 의미한다. 소프트웨어라는 전체 솔루션과 결합하여 특화된 피지컬 물류를 제공해줄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은 기업의 신용도를 보고 거래하고자 한다. 그래야 재무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그것이 취약하다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깔고 간다. 때문에 에이치엔피로지스는 그러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했다. 자체적인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해당 물류 프로세스에 대한 품질관리가 가능해지고 재하청 업체에 대한 비용전가, 커미션에 대한 위험도 회피할 수 있다고 화주업체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에이치엔피로지스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고객사에게 그들의 실체를 보여줬다.

 

 

허 대표는 “대한통운에 있었을 때는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고도 회사이름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했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며 “고객사가 진정 필요한 실체를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강소 물류기업을 꿈꾸며

 

우여곡절 끝에 매출 제로의 중소기업 에이치엔피로지스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첫 매출발생까지 창업 이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L사, S사, H사 등 다양한 화주사는 각각 요구하는 관리방법이 다르다. 이것을 개별 분석하여 실제 매출로 연결한 것은 결국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허 대표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 .

 

에이치엔피로지스는 첫 매출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거대한 기업들과 경쟁해나갈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으로 자금력이나 보유하고 있는 전문인력 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에게 뒤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대표가 대기업들과의 경쟁을 자신하는 이유는 바로 ‘재빠른 의사결정’에 있다. 서류, 보고서, 사업계획서와 같은 절차를 간소화하여 최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이룩해 나가겠다는 것이 허 대표의 계획이다.

 

장차 에이치엔피로지스는 높은 관리역량이 필요한 최첨단 장비에 대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통합 솔루션을 통한 전문물류역량, 그리고 재빠른 실행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앞서 설립한 베트남 법인을 선두로 일본, 중국 법인을 분기별로 론칭할 예정이다.

 

허 대표는 “피지컬 물류에 대한 많은 경험과 그 경험을 분석하여 고객사에게 PT로 설득할 능력이 된다면 작은 회사도 얼마든지 글로벌 물류업을 할 수 있다”며 “사업에 대한 확실한 신념과 비전을 통해 장사꾼이 아닌 사업가로써 큰 기업들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 강조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8호(2016년 2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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