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물류학개론(열번째 이야기)
IATA의 예언 "사라진 종이티켓처럼"
해외여행 자주 가시나요?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내국인 출국자수는 약 1607만 명입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자면 우리나라 인구의 3명 중 1명은 매년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것인데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민의 소득증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살펴보자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공권 소비를 활성화시킨 IT기술입니다. 해외여행이 요즈음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사람들은 전화 상담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항공권 판매 사이트를 통해 가격을 비교하고 쉽게 최저가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전자티켓의 개발로 인해 굳이 종이티켓을 받을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지난 1999년 IATA는 “2010년께 전 세계 항공티켓이 전자티켓으로 대체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2 016 년 현재 예약번호만으로 항공권 조회가 가능한 전자티켓이 당연한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전자티켓의 사례처럼 IT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전에 당연했던 상품이 없어지고,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가 탄생하는 경우는 꽤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여객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운송하는 ‘화물’ 분야는 어떨까요. 특히나 폐쇄적이라고 언급되는 화물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사진= 대한항공)
물류 전반에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라 산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관계를 기반으로 하던 화물운송은 점차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플랫폼화되고 있습니다.
전통 해운 강자인 퀴네나겔(Kuehne Nagel)은 기존 화물 예약 시스템을 개조했습니다. 특히 LCL화물을 대상으로 기존 전화나 서류, 팩스로 이뤄졌던 화물 예약 서비스를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 온라인, 모바일 예약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플랫폼 기반 기술을 기반으로 해운, 항공 등 물류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아마존, 교통주선을 넘어 라스트마일 배송, 화물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우버 역시 IT기술과 플랫폼 역량이 결합하여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거대한 기업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홍콩기업 프레이토스(Freightos)는 화주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견적을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계약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스타트업 트랜스포테카(Transporteca)는 사이트에서 운송사별, 교통수단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노르웨이 기업 제네타(Xeneta)는 해상운송 요율에 초점을 맞춰 기준점을 제시하여 해운업의 투명성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변화와는 반대로 나름대로 해운강국이라 평가받고 있는 한국은 변화에 여전히 폐쇄적입니다. 가령 한국에서 중국 상품을 해운을 통해서 수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견적을 받는데 만 수 일이 소요됩니다. 견적을 받기위한 여러 서류작업, 펙스, 전화통화 등 부수적인 작업이 수반됨은 물론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포워더나 쿠리어별로 제시하는 견적가가 다르기 때문에 혼란은 가중됩니다. 때로는 양륙비나 부가적인 연유 서차지(surcharge)가 붙어 초기 받은 견적 가격과 청구 금액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대혼란이죠.
이처럼 화주의 입장에서 아직까지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부족한 점은 많습니다. 특히나 소규모 화주와 같은 경우 포워더를 구하는 것조차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소규모 화주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워더들과 화주 사이에서 관련 서류 업무를 대행하거나 제도적 제한사항을 사전에 알아봐주는 소규모 중간 업체들이 존재하는데요. 대개 이런 업체들은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서 연결되고 있습니다. 역시나 폐쇄적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 역시 다양한 기술과 물류업을 접목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SDS의 개방형 물류플랫폼 첼로스퀘어, 소규모 화주들의 물류를 대행해주는 스타트업인 트레드링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들은 아직 현장에서 낯설기만 합니다. 화주기업 한 물류담당자는 “한국에 그러한 서비스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소형 화주가 이용하기 좋을 것 같아 보이지만 기존 거래하던 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쉽사리 물류 서비스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IATA가 처음 전자티켓의 등장을 예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왜 굳이 잘 쓰고 있는 종이티켓을 두고 그런 걸 만드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종이티켓에 비해 편리해 보이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을 떼어내진 못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전자티켓을 이용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화물운송시장은 초기 전자티켓이 거론되었던 때와 같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혁신의 절벽을 넘어 대중화가 되는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