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와 빅데이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
글. 최효석 로지스틱사이언스 대표
Idea in Brief 모든 물류업계가 ‘스마트물류’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스마트물류 기업의 9할 이상은 배송 혹은 O2O 플랫폼에 집중되어있다. SCM은 크게 수요예측, 구매조달, 창고관리, 주문, 배송의 5단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대부분의 스마트물류 비즈니스는 이 중 마지막 단계인 배송영역에만 몰려 있는 형국이다.
한편 SCM의 어떤 단계이던지,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이던지 간에 모든 종류의 업무에는 항상 데이터가 발생한다. 그중에서 우리는 일부를 선택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데이터는 버린다. 이 버려지는 데이터 중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고 기존의 정보와 교차 분석하여 새로운 KPI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
지난 2015년 11월 11일.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의 스타는 단연 알리바바였다. 중국은 이날 단 하루 동안 1천229억 위안(약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의 약 4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이러한 실적을 견인한 것이 바로 중국의 전자상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알리바바였는데 전체 광군제 매출액의 77%가 알리바바에서 나온 것이라 사람들은 그들의 기획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록으로 보자면 개시 72초 만에 10억 위안(약 1800억 원)을, 12분 28초 만에 100억 위안(약 1조 8천억 원)을, 오후 9시에 이미 목표인 800억 위안을 달성했고 밤 12시에 총 912억 위안(약 16조 5천억 원)을 달성했다. 행사일 자정, 시계의 초침이 넘어가자마자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초당 최대 8만5천9백건의 거래를 처리했다고 하였는데, 이는 과거 국내에서 일어났던 디도스 공격의 트래픽에 준하는 숫자였다. 이렇게 폭발적인 주문을 막아낸 그들의 IT 인프라나, 쇼핑을 축제로 만든 그들의 기획력이나 모두 대단하지만 그 이면에 더 놀라운 일이 있다. 바로 물류다.
결제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처리하지만, 한 건의 배송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알리바바는 하루 만에 발생한 16조 5천억 원어치의 상품을 어떻게 조달하고 배송할 수 있었을까?
빅데이터의 시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창업경진대회 등에 나오는 창업아이디어를 보면 유저수를 주요 지표로 삼고 사업하는 창업자들이 많은 것은 변함없다. 과거엔 유저 트래픽이 주요 지표였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트래픽이 많으면 배너광고나 제휴광고를 통해 수입원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오늘날엔 유저 트래픽이 아니라 단연 유저 데이터의 시대다.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마윈이 “세상은 IT시대에서 DT(Data Technology)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대기업도 데이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 데이터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유니콘이라 불리는 IT스타트업들은 모두 처음부터 수익을 내진 못했다. 지금은 온 국민이 쓰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다음카카오도 창업이후 무려 5년 9개월이나 적자를 내다가 지난 2012년이 되어서야 첫 흑자를 기록했다. 샤오미의 수익률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으며, 테슬라는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주식시장에서 ‘잡주’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언컨대 경쟁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IT시대에서 DT(Data Technology)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말이다.)
오늘날 유저를 먼저 확보한 뒤 그 유저 데이터를 가지고 수익화를 시키는 것은 앱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었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회사들이 투자 유치 등을 희망할 때 가장 고려하는 지표는 매출이나 수익이 아니라 액티브 유저의 수다. 게임회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O2O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유저를 확보 했느냐지 당장의 수익을 위해 무리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저의 가치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저의 수’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자면 ‘유저 데이터’다. 그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빅데이터 확보를 위한 IT 기업들의 도전
지난 2015년 5월 구글은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무한대’로 저장할 수 있는 ‘구글 포토스(Google Photos)’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서비스 시작 5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였는데, 이는 같은 수의 유저를 확보하는데 인스타그램이 2년 반, 트위터가 5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구글의 사업 기저에는 ‘데이터’가 숨어있다. 데이터는 구글의 광고 타겟팅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왜 구글은 막대한 서버비용을 투자하면서 전 세계 유저들에게 무제한 사진 저장 서비스를 제공할까?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투자비용보다 수익이 높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럼 구글이 이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구글의 재무제표를 보면 수익의 95%이상을 광고에서 얻는 전형적인 광고회사다. 지배적인 검색엔진 점유율을 바탕으로 방대한 유저로그를 통해 고도로 정교한 광고 타겟팅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이 수익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구글은 최근 급격히 발전한 딥러닝 기술을 통한 사진 분석 기술을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그것이 구글 포토스 사업의 본질이다. 사진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가 어떤 장소를 방문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며,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그런 라이프 패턴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구글 애드워즈를 통해 제공한다. 단순히 광고 타겟팅 정확도의 몇 %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렇게 방대한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광고 사업이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기업인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좋아요´ 버튼 외에도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도입한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선택지를 높임으로서 개인의 행동 성향(페이스북에서는 이른 Life-log라 부른다)을 분석하고 보다 정교한 광고 타겟팅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페이스북 역시 재무제표 상으로는 광고회사이지만 오늘날에는 데이터 기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페이스북의 광고 플랫폼은 구글 애드워즈보다도 더욱 정교한 타겟팅을 제공하는데 그 근저에는 막대한 고객 네트워크 및 고객 행동 빅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좋아요’ 버튼 외에도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다 많은 행동 데이터를 확보하여 정교한 광고 타겟팅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검색에 구글, 소셜 네트워크에 페이스북이 있다면, 커머스에는 단연 아마존이 압도적이다. 구글이 검색과 트렌드 데이터를 이용하고 페이스북이 콘텐츠와 네트워크 데이터를 이용한다면 아마존은 구매정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저의 구매결정패턴만 가지고도 결제 이전에 배송을 시작하는 ‘결제 예측 배송(Anticipatory Shipping)’ 특허이다. 이는 고객의 결제 행위 외에도 사이트 내에서 일어나는 고객의 모든 행동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기에 가능한 행위이며, 구글 포토스가 사진을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광고를 추천하는 것처럼, 아마존은 일상에서 고객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아마존 에코(Amazon Echo)’나 ‘아마존 대시(Amazon Dash)’ 등과 같은 IoT 장비를 통해 보다 정확한 구매행태를 수집하고자 노력한다.
아마존이 이렇게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을 떠나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분석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온라인에서 수집되지 않는 오프라인상의 수많은 실제 데이터(Real data)를 수집하기 위함인데, 애초에 온라인 비즈니스로 시작한 아마존과 달리 중국의 샤오미는 그런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기도 하는 샤오미의 전략은 앞에서 언급한 선 시장침투, 후 수익확대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파괴적인 가격 정책으로 스마트폰에서 시작하여 TV나 셋탑박스는 물론이고, 웨어러블기기나 심지어 공기청정기와 체중계와 같은 가전제품 시장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런 공격적인 행보는 온라인 세상뿐만 아니라 현실 세상에서도 소비자의 옆에서 다양한 루트로 그들과 접촉하려는 전략이다.
샤오미는 지난 2014년 자사 스마트폰에 백도어를 설치하여 사용자의 정보를 중국의 서버에 비밀리에 전송하도록 하다 발각되어 공개 사과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 후 스마트폰 외에도 인터넷으로 연결된 그들의 가전제품들에 백도어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사실이 아니더라도, 팔찌형 웨어러블 기기인 “샤오미 밴드”를 통해 유저의 보행정보나 수면정보, 체중계를 통해 수집된 생체정보가 그들의 스마트폰이 실시간으로 연동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디지털 시대의 위협이 될 만하다.
그렇다면 물류 빅데이터는 어떻게 발생하나
모든 물류업계가 ‘스마트물류’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스마트물류 기업의 9할 이상은 배송 혹은 O2O 플랫폼에 집중되어있다. SCM은 크게 수요예측, 구매조달, 창고관리, 주문, 배송의 5단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대부분의 스마트물류 비즈니스는 이 중 마지막 단계인 배송영역에만 몰려 있는 형국이다. 한편 SCM의 어떤 단계이던지,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이던지 간에 모든 종류의 업무에는 항상 데이터가 발생한다. 그중에서 우리는 일부를 선택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데이터는 버린다. 이 버려지는 데이터 중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고 기존의 정보와 교차 분석하여 새로운 KPI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물류 비즈니스는 역사가 오래되었고 오프라인 중심의 산업이다보니 IT 산업과의 융합이 더디었다. 한편 오랜 역사를 통해 사업모델이 규격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최적화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이 시계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물류시장은 다른 어떤 산업 못지않게 데이터 트랜잭션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는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였다.
데이터의 ‘처리’ 및 ‘분석’은 그 앞단에 있는 ‘수집’이라는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그래서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오프라인 빅데이터 산업은 비콘이나 RFID와 같은 센싱(Sensing) 기술과 같이 발전한다. 센싱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물류현장에서 더 많은 정보들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물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온라인에서는 다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들이 하고있는 것과 같이 보다 정교한 고객행동 및 패턴 분석을 위한 도구들이 사용될 것이다. 데이터마이닝이나 크롤링 기술을 통한 데이터 수집이 보다 더욱 보편화 될 것이다.
수집의 단계가 지나면 그 다음은 분석이다.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OMS(Order Management System),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는 물론 SCM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나 Demand Forecasting과 관련한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현재 Oracle과 SAP이 강력한 성능우위를 무기로 시장을 양강 구도로 나누고 있으나, 문제는 현존하는 솔루션들의 비용이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에 고가여서, 빅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문제로 도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WMS 도입율을 약 30%대 정도로 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가볍고 쉬운 방식으로 작은 기업들도 물류 빅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분석의 단계를 지나면 그것을 실제 경영정보(Business Intelligence)로 전환하여 경영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 기여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의 물류데이터가 단순히 엑셀 시트에 올려놓은 수량정보에 불과했다면 그것을 전략의 관점으로 만들어주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일환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물류업계 외부의 다른 선진산업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솔루션들을 과감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물류업계의 화두가 ‘스마트 물류’인지라 수많은 대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그 큰 시장을 모두 커버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모델을 제안한다. 비즈니스는 각각 큰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영역과 작은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 꼭 필요하지만 시장의 크기가 확실하지 않거나 대기업이 다수의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는 수익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작은 회사들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지만 경험과 자원의 부족으로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서로의 니즈를 채워주는 상생모델은 이미 다른 경영사례에서는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범정부적으로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앞으로 스마트물류에 대한 기대는 긍정적으로 보아도 될 듯하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7권(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