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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자의 현장까대기] 배달의민족의 공격적 M&A, 그 끝에 있는 것은?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1월 28일

엄기자의 현장까대기(일곱번째 이야기)
플랫폼 넘어 제조, 물류, 유통의 수직계열화 목표
(사진 :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6월 선포한 서비스 비전 2.0)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6월 서비스 비전 2.0을 선포했습니다. 새로운 비전은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배달음식은 물론 밖에서만 만날 수 있던 특별한 음식, 반찬, 이유식, 샐러드 등 신선배송이 필요한 음식까지 세상의 모든 음식을 당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게 할 것”이라 포부를 밝혔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서비스 비전 1.0인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가 끝난 시점인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총 5건의 크고 작은 M&A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단일 스타트업이 행하는 M&A로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닙니다. 스타트업 전문매체 플래텀에 따르면 2015년에는 총 40건의 스타트업 M&A가 있었습니다. 이 중 공격적인 스타트업 M&A 행보를 보이는 대기업 카카오와 스타트업 연맹을 표방하는 옐로모바일을 제외하면 우아한형제들의 M&A 행보는 단일 스타트업으로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M&A 행보를 보이고 있는 카카오와 옐로모바일과는 달리 우아한형제들의 M&A는 하나의 접점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오프라인 전단지를 모바일로 옮겨 O2O(Offline to Online)를 만들어냈던 우아한형제들이 이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영역으로(Online to Offline) 직접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 행보의 종착점은 제조, 유통, 물류를 일원화하는 ‘수직적통합’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우아한형제들의 M&A 행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덤앤더머스 인수(15. 5. 15)
콜드체인 공급망을 위하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월 15일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덤앤더머스 인수합병을 발표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 분야에 정보기술과 물류시스템이 접목된 ‘푸드테크’ 산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며 덤앤더머스 인수합병에 대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말마따나 덤앤더머스 인수는 단순히 ‘유통업체’를 품에 넣었다고 해석하면 안됩니다. 덤앤더머스는 당시 자회사인 덤앤더머스 물류를 통해 ‘직접물류’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신선배송을 위한 냉장차량과 물류센터를 직접 보유하고 있었음은 물론이죠. 즉 우아한형제들은 덤앤더머스 인수를 통해 ‘사륜차 기반의 콜드체인 물류’라는 무기를 확보했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선행되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현재 배민프레시로 사명을 변경한 덤앤더머스는 2000평 규모의 물류센터와 5톤 냉장, 1톤 저상냉장차량을 포함한 40대의 화물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후 우아한형제들의 식품 제조업체 인수와 맞물려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헤이브레드 인수(15. 6. 3)
브랜드를 품안에
 
우아한형제들의 덤앤더머스 인수 이후로 불과 한 달. 덤앤더머스는 베이커리 배달 스타트업 헤이브레드의 사업권을 인수했습니다. 사실 덤앤더머스 플랫폼에는 헤이브레드 인수 이전에도 헤이브레드 상품이 일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앤더머스가 헤이브레드의 사업권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덤앤더머스는 헤이브레드 인수에 대한 이유로 ‘서비스 브랜드’를 언급했습니다. 당시 덤앤더머스는 종합적인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베이커리라는 한 카테고리에서는 헤이브레드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더 강력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조성우 배민프레시 대표는 “헤이브레드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고자 사업권 인수를 결정했다”며 “당시 덤앤더머스가 잘하고 있던 베이커리 배달과 관련된 물류 노하우와 헤이브레드의 브랜드를 결합시키고자 한 것”이라 말했습니다.
 
두바퀴콜 인수(15. 7. 20)
플랫폼에 두 바퀴를 달다
 
이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7월 배달대행 업체 두바퀴콜 인수를 발표합니다. 두바퀴콜은 자체배달 인력과 배달관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로, 두바퀴콜이 가지고 있던 시스템은 우아한형제들이 두바퀴콜 인수와 함께 설립한 법인 우아한청년들에 내재화됩니다. 두바퀴콜 출신의 일부 배달인력 또한 우아한청년들에 합류했고요.
 
우아한청년들이 운영하는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는 기존 배달되지 않았던 음식점에 대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즉, 자체배달인력을 확보하여 음식점의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죠. 현재 우아한청년들은 70여명의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제 시스템과 이륜차 인프라를 통해 직접배달 영역으로 진출한 것입니다. 즉, 덤앤더머스에 이은 두바퀴콜 인수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륜차 물류와 관련된 인프라와 시스템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우아한청년들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배송인력을 통한 ‘쿠팡’과 같은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수권 우아한청년들 대표는 “두바퀴콜 합류 이전 배달의민족은 직접배달 업무를 수행하지는 않았다”며 “때문에 두바퀴콜 합류 이후 배달의민족이 얻은 가장 큰 강점은 직접배달에 대한 노하우라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더푸드(15.11.23), 옹가솜씨(16.1.19) 인수
통제할 수 있는 품질확보
 
그리고 11월. 배민프레시는 반찬 제조, 정기배송업체인 ‘더푸드’를 인수했습니다. 이어서 지난 19일 도시락 케이터링 전문업체 ‘옹가솜씨’를 인수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아한형제들은 새로운 법인 ‘우아한신선들’을 설립하고 배민프레시, 더푸드, 옹가솜씨를 법인 내 서비스로 내재화했습니다.
 
더푸드와 옹가솜씨는 모두 제조와 유통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입니다. 그러나 더푸드와 옹가솜씨는 각각 15년, 10년에 가까운 경력을 통해 유통보다 제조역량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배민프레시가 두 업체를 인수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배민프레시는 배달의민족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와 더푸드, 옹가솜씨가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제조 매뉴얼, 레시피를 통합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배민프레시는 가정편의식품(반찬, 국 등), 도시락, 베이커리, 주스, 신선식자재라는 5대 카테고리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배민프레시는 이 5대 카테고리를 지원할 수 있는 제조역량을 지닌 업체를 인수한 것입니다. 새롭게 합류한 두 개의 제조업체로 인해 배민프레시는 플랫폼 내부에서 판매되는 상품품질의 균형화, 그리고 안정적인 콜드체인 공급망을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배달의민족의 수직적통합, 그 끝에 있는 것은?
 
결국 우아한형제들의 공격적 M&A행보는 그들의 새로운 비전인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를 지원하기 위한 제조, 유통, 물류 공급망의 수직적 통합으로 설명됩니다. 제조, 유통, 물류는 각각의 분야에서 공급망을 지원하게 되죠. 우아한형제들이 공급망을 수직적통합 함으로 얻어내는 이점,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이 만들고자 하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오는 2월 발행되는 CLO 오프라인 매거진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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