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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패딩을 사야할까요? 말아야할까요?

by 김정현 기자

2016년 01월 22일

김정현 기자의 물류학개론③

올 겨울, 패딩을 사야할까요? 말아야할까요?

(출처: 네이버, 모스크바까지 -4˚c!)

지난 18일부터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실제 기온은 일 최저 영하 10도까지 떨어졌지만 체감 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엄청난 추위였습니다. 올 겨울은 따뜻하게 지나가나 했더니 모두의 예상을 넘어서는 한파가 찾아온 것이죠.

 

작년 12월만 해도 이상기온 현상으로 인해 비교적 포근한 겨울이 지속되었죠. 소비자의 구매패턴 또한 패딩, 두꺼운 니트류 등 한겨울용 아이템 매출은 급감했습니다. 패션 산업뿐만아니라 이불 구매 등 매출도 동시에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죠.

 

좀처럼 팔리지 않던 겨울 상품들을 처리하기 위해 기업들은 너도나도 세일을 시작했죠. 이번 한파는 기업들의 재고처리 노력에 입김을 불었습니다. 실제로 11번가의 경우 한파가 시작된 후 이벤트 중이던 다운점퍼 매출은 1주일 전보다 55% 늘었습니다. 더불어 백화점도 할인 중이던 모피, 패딩 등 겨울 상품군 매출도 상승했습니다.

한 백화점 모피 매장 직원은 “작년 12월만 해도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은 물론 매장 앞을 지나는 손님이 적었지만, 한파가 시작되면서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 또한 “저희 매장도 재고를 모아 이벤트성 할인을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한파 기세를 몰아 많은 브랜드들이 겨울제품 재고소진을 위해 세일 등 각종 구매요인을 내놓고 있죠.

 

현명해지는 소비자, 가격비교는 필수

이렇듯 패션 산업은 갈수록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날씨뿐만이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에서 시작된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패션업계가 불황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SPA브랜드들의 매출은 매년 오르는 추세입니다. 값비싼 백화점 브랜드 옷을 사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트렌드에 맞춰서 빠르게 생산되는 옷들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죠.

 

점차 소비자들은 백화점에서 정가를 주고 사면 ‘호구’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소비성향의 변화로 백화점 매출은 작년 대비 거의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의 ‘퀄리티’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일반 시장, SPA브랜드 혹은 온라인에서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그 정도 소재와 디자인의 의류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현명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추세는 저성장과 소비침체가 기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려운 경제국면이 지속되면서 비싼걸 싸게, 또는 일정 수준의 퀄리티 옷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고자하는 소비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 소비를 추구하는 대중들의 성향으로 인해 조망 받고 있는 두 시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중고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렌탈시장입니다.

 

제값 주고는 못 사겠다

먼저 중고시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의 1/4가 중고카페회원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나라의 중고시장은 활성화되어있습니다. 불황 속에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얼마 전 정가의 약 30%되는 가격으로 루이비통 머플러를 구매해보았습니다. 중고 제품이기에 가능한 가격이겠죠. 상품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찝찝한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물건을 받아보니 상대적으로 잘 관리된 제품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처럼 명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패션 잡화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중고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중고시장 규모는 약 1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과거 중고를 팔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거래되던 시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가구 등 전시제품을 판매하는 전문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의류의 경우 샘플제품이나 스크래치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샘플세일’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출처: 오클락)

 

사실 중고 시장은 기존에 20~30대들이 주로 고객층인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시장 타겟층이 50~60대 중년층으로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온라인을 통한 등산의류, 점퍼류, 골프의류 등 거래가 중년층 사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옥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60대가 전체 중고장터의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구매력을 가진 중년층까지 중고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경제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과 중년층 사이에서도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겠죠.

 

다음은 패션렌탈 시장입니다.

사실 패션렌탈 서비스의 경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부진합니다. 반면에 의류렌탈의 경우 이미 유럽 등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시장입니다. 의류 렌탈 서비스의 경우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되었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이러한 패션 렌탈 서비스들이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죠.

 

간단하게 패션렌탈 서비스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이러합니다. 업체마다 가격차이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월정액으로 4만 원~7만 원으로 월 2벌~3벌 정도 옷이 택배로 배달됩니다. 그러면 고객들은 입고 싶은 만큼 또는 정해진 기간만큼 입고 반품을 하면 되는 것이죠. 어떤 업체는 전문 코디네이터가 개인의 취향 및 사이즈에 맞는 옷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기존에 유럽에서 성행한 패션 렌탈 서비스의 경우 미국, 인도, 일본으로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얼마전 센프란시스코 기반으로 하는 Le Tote는 작년 12월 1500만 달러(약 182억250만 원), 시리즈 B펀딩에 성공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 출범한 일본의 패션렌탈 서비스 스타트업 에어클로젯(AirCloset)은 10개월만에 70,000명의 이용자를 넘어섰고 1억 엔(103억 8330만 원)의 자금을 유치 받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리세, 사스티나 등 다양한 패션렌탈 기업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처음 시작한 패션렌탈 스타트업 ‘원투웨어’를 기점으로 패션렌탈시장에 첫 시도가 이루어 지는 단계입니다.

 

패션도 지속 가능한가요?

이렇게 중고시장과 패션렌탈시장의 부흥은 공급사슬 전체 관점에서 참 재미있는 시사점을 지닙니다. 기존의 패스트패션, 즉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의류 수가 증가하면서 폐기되는 의류로 인한 환경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2013년 기준 서울시 섬유제품 쓰레기 배출량만 총 10만6000톤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약 70%가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나머지 30% 또한 모호하다고 합니다. 매립과 소각에만 투입되는 비용은 약 89억400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자연 친화적이며, 윤리적인 섬유개발 및 상품들을 내놓는 것이죠. 마켓 측면에서는, 급격히 증가하는 의류 폐기량, 패스트패션에 대응하는 시장은 중고시장과 렌탈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 상품들은 주로 보통 옷보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습니다.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높고, 패션 사이클은 시기마다 때로는 도시마다 돌아갑니다.

 

패션 중고시장 및 렌탈 서비스를 통할 경우, 제품은 고객이 다 입은 후에도 바로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세탁 또는 수선을 통해서 다른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공급사슬의 선순환인 것이죠.

 

패스트패션, 스마트 컨슈머...그리고 늘어가는 의류 폐기량...

삼성패션연구소는 이번 ‘2016년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패스트패션에 열광했다면 이제 유행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에 집중하는 소비문화가 늘어날 것이다”고 예측했습니다. 더불어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기조 또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중고시장과 렌탈서비스의 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죠.

 

예상치 못한 한파를 대비해서 백화점에서 정가 패딩을 사지 말고, 중고샵이나 렌탈서비스를 이용해서 올겨울을 트렌디하게 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아가 공급망의 관점, 그린 로지스틱스관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동시에 환경 또한 고려하는 바람직한 소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CLO 2월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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